2013. 5. 30.

Sleepless at New York times in Seoul

1.



We barely know, like what, .001%? of the incidents and current events taking place around the world. 
How much and many have we been missing out on?
How little and few do we know?
Learn more, and be a better person.

Well, I'm talking to myself ;p.


2.
The shards of accidental happiness, I would like to say.





+
Time lapse: the making of a carousel at Coney Island.
(couldn't find it on Youtube)

Another reason why I wanted to go to NY.

Video clips from www.nytimes.com


3.
미국에서 살다 왔어요, 라고 하면 사람들은 꼭 "왜 왔느냐"고 묻고 "다시 가고 싶지 않냐"고 다시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고개를 떨구고 잠시, 다시 고개 들어 소리없이 웃으면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마음이 복잡해진다.
이상하지. 살면서 가장 끔찍한(물론 감사한) 시간을 보낸 곳인데도, 마치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행복했던 것처럼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귀국 첫 날, 집에 도착해 TV를 틀었다가 TV에서 보이는 한국어와 한국 풍경이 너무 낯설고 끔찍해 방구석에 웅크려 울었다. 한국에 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마 믿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만.
비행기에서 내려 한국땅을 밟는 순간에도 '내가 여길 도대체 왜 다시 왔지'하며 기내로 다시 뛰어 올라가고 싶은
urge를 느꼈었다. 

그럼에도 내가 한국으로 온 이유는, 헤에-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행복할 수 있다.


한동안 LA가 배경이거나 눈에 익은 미국 풍경이 나오는 영화는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쓸데없이 길눈은 밝아 한 번 다녀온 곳은 잘 잊지 않는 편인데
스크린에서 아는 곳만 나오면 영화 내내 화면이 3D로 보일만큼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스토리랑 관계없이 그냥 질질, 울었다.
무슨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슬펐다. 
지금도, 사실, 슬프다.


4.
어제도 그제도,
일한답시고 열심히인 척 하느라 밤을 샜다.

보통 나는 졸리면 잔다. 잠은 이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부산에서 일하는 동안 가졌던 유일한 불만도 그저 "잠을 충분히 잘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커피도 잘 안 마시고, 에너지 드링크같은 각성제도 거의 손 대는 일이 없다.

아, 근데, 오늘은 도저히 안 되겠더라.
번역은 남았고, 머리는 안 돌아가고,
결국 점심 먹고나서 진한 커피에 번 인텐스까지 마셨더니 지금은 잠이 안 온다.

머리도 아프고 속도 메슥거리는데
잠이 안 온다.

뭘 봐야 졸리려나.
좀 울까.


5.
당신하고 마주 앉게 되면, 꼭 그 얘기가 해보고 싶었어요. 미국에 대한 얘기.
소소하게는 학교생활이나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서부터 광범위하게는 정치나 국민성까지,
동쪽 끝, 화려한 도시, 당신의 눈높이에서 보는 그 나라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했어요.


나에게 애틋하게 남은 빅 베어의 기억들이
당신이 애정하고 있는 빅 애플의 풍경들과는 어떻게 비슷하고 어떻게 다른지.

뭐, 언젠가는, 할 수 있겠죠?


6.
자꾸 슬프네요.



2013. 5. 25.

getting butt-naked


<Rust and Bone>을 보려고
도대체 오늘 바보짓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영화를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생각이 많다. 그걸 게워내려고 일기를 쓰고 글을 썼다.
그 영화 뭐더라, 주인공 생각이 주변 사람들에게 다 들리는데 주인공만 모르던,
사토라레였나.
혹시라도 내 머릿속 생각이 주변사람들에게 다 들린다면
아마 나는 24/7 쉬지 않고 자면서도 떠드는 사람으로 월드 기네스북에 등재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1.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
가족 대서사가 되든 신랄한 연애 소설이 되든,
뭐라도 써야겠다.
사회 정의 실현이나 이데올로기 비판같은 건 능력도 안되고
대신 읽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제대로 된 위로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그런 생각이었다.
기왕이면 20대가 다 지나기 전에. 이 딱하고 가여운, 찬란해야 할 청춘들을 위해.



2.
내가 힘들 때 가장 듣고 싶던 위로는
"다 잘 될거야"도 아니고 "내가 겪어보니까 그거 별거 아니더라"도 아니고
"나도 딱 그랬었는데, 그때 딱 그 기분이더라"는 말이었다.

그냥 다 시기야, 너 혼자만 그지같은 게 아니야, 괜찮아, 나도 그래.
나는 얼마나 찌질했게.

조언, 훈계, 질책, 그런 것 말고 공감.
니가 다르다고 하면 다르다고 생각해주고, 니가 미워도 못 잊겠다 하면 못 잊을만 하다 끄덕여주고.
내가 대신 욕해주고 같이 울어주고, 그런 거.
니 편을 들어주지 못해도 일단 니 편에 서서 보기.


그러려면 일단, 참아야 한다. 
왜 그랬니, 그러니까 그렇게 됐지, 내가 그럴 줄 알았다, 하고 나불거리고 싶은 걸 꾹 참아야 한다.
평가하지 말아야 하고 잊고 있던 자신의 과거까지 떠올려야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솔직해지는 만큼 나도 발가벗겨질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100%의 공감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 고유한 존재들이니까.
너의 역사를 나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너의 고통, 외로움, 그리움 또한 같은 정도로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가늠, 어림짐작.

우리는 누구의 고통이 더 처절한지, 누구의 기쁨이 더 빛나는지,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3.
다만,
그럼에도,
어찌됐건,
누구에게나 '안겨 울어도 될 품'은 필요하다.
A shoulder to cry on.

"나를 버리지 마"
"늘 곁에 있을게"


울고 싶어지면
네가 내 품에, 혹은 내 글에, 안겨 울었으면 좋겠다.
그걸로 네 세상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면, 이마에 살포시, 품에 안고 도닥도닥.

내가 당신의 위로가 될 수 있다면,


Je suis opé.





2013. 5. 23.



"전 스킨십 하는 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헤헤"

"스킨십,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하하하"


즐거운 밤. 생각나는 밤. 봄 밤. 여름 밤. 
아무리 참아봐도, 그냥 오도도도 달려가서 와락 안아버리고 싶다.

당신의 이성은 안녕하십니까?


2.
If I go to the city,
breathe the air that you breathed, look at the days and nights that you looked at,
walk the streets where you walked, ran, and cycled,
bump into the people you might have passed by, take the cabs and subways that you took,
fall in love with the present of the city in your past,
and feel the vibe that you helped keep being echoed,
could we be us?
Not just two different individuals, but a complete formation of us?








2013. 5. 22.



You inspire me.
You inspire me to write,
you inspire me to laugh,
you inspire me to live,
you inspire me to be more, be better.

How could I not fall for you !


1.
살아 있는 동안 더 많은 것을 느끼며 살고 싶다.
세상엔 이토록 다양한 세계가 존재하는데, 이토록 자극적인데,
그리고 당신이 있어 

신께 감사를.


2.
shave your hair, and save the planet.
show me your undies, and be my plain hero.


3.
나는 글자를 좋아한다. 활자 중독! 이라기엔 요새 책을 너무 안 읽긴 하지만.
글을 적는 것도 좋아하고 읽어내는 것도 좋아하고 넋을 놓고 보는 것도 좋아한다.
글자를 모형이나 디자인, 구조물이라는 자체로도 좋아한다.
내 이름 글자가 낯설게 보일 때도 있고 예쁘다는 단어가 세상 그 어느 시각적 형태보다 예쁨의 감정을 완벽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느낄 때도 있다. ㅋㅋ를 보면 키읔이 정말 눈을 질끈 감고 큭큭 거리며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언어가 생각의 집이라고 하자면 그 집을 파리 3구의 오래된 아파트처럼 지을 것인지
안동의 99칸 기와집으로 지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폰트, 서체, 글꼴이 되겠다.

GRAPHIC 26, 2013. 3, '한글 타입과 레터링'을 읽고, 캐떠린 나연 킴


나는 한자나 한글을 구조물이라고 표현하는데, 다만 한자는 건축물에 비유하자면 기둥을 세운다. 여러 요소의 힘을 잡기 위해선 기둥이 필요하다. 한글에는 그게 없다. 집을 만든다고 하면 한쪽 기둥이 저 끝에 가 있다. 밸런스를 잡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둥을 세우지 않고 물리적인 힘으로 잡는 거다. 그걸 나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자음과 모음이 모이는 힘을 통해서 균형을 잡고 싶었다. 그 힘을 일정하게 쓰기 위해 모듈을 사용했던 것이다. 물질의 힘으로 쌓는 게 아니라 스페이스의 힘으로 균형을 맞춘다. 그래서 서체 이름이 공간이다.

공간체 디자이너 김태헌


재미난 게 또 하나 있다면 알파벳은 베이스라인을 그으면 줄이 맞게 돼 있다. 한글은 줄이 없다. 세종대왕은 그걸 아셨다. 기둥에 다 맞게 만들어 놓았다. 기둥에 맞추면 일종의 베이스라인이 된다.
그때는 세로쓰기였으니까. 이걸 가로로 쓰니까 전부 흐트러졌다. 최정호 선생님은 흐트러진 가운데서 뭘 찾으셨냐 하면, 모든 사물엔 무게 중심이 있다, 중심을 연결하면 하나의 선을 완성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게 무게 중심에 따라 선을 다 연결했다. 그래서 명조를 볼 때 가로로 보든 세로로 보든 줄이 맞는다. 명조가 줄을 맞추려고 일부러 선 그은 게 있나? 그래서 대단한 것이다. 그 척박한 시대에 그런 것까지 생각했다.

산돌커뮤니케이션 폰트개발부 수석 디자이너 권경석


막상 해 보면 이게 감인데, 이게 왜 두꺼워 보여요? 이게 왜 넓어 보여요? 그건 보는 눈이 성장하지 못해서 못 볼 뿐이다. 글자를 만들면서 나도 그런 경험을 한다. 예를 들어 '가'부터 만들다가 '나'쯤 진행하면 그때 보이는 거다. 기울기라든가 공간을 다시 조절해야겠구나. 앞으로 가서 처음부터 다시 한다.

안삼열(310)체 디자이너 안삼열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새로운 걸 만들자 하면서, 3개월. 말이 안 된다. 생각하는 시간만 해도 2개월이 갈 텐데. 숙련된 사람들, 그동안 고민이 많았던 사람이면 보름이나 한 달이면 딱 '그래 이렇게 가자'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서체 회사에 그런 분들이 없다. ... 근거를 좀 밝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 글자는 이렇게 생겼다, 혹은 이건 이런 특징이 있으니까 이렇게 써야 한다는 걸 말이다. ... 어떤 상황에서 완벽한지 예시를 들면서 완벽하다고 얘기를 해주든가.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폰트를 구입해서 쓴다는 것을 조금 더 인식을 해 주었으면 좋겠고, 글자를 사용할 때 누가 좋다고 하니까 '와, 좋다'가 아니라 정말 그 글자가 좋은지 스스로 사용해보고 판단하라고 말하고 싶다. 숫자나 문장부호가 잘 나열되는지, 글자 사이 간격은 정상적인지, 가로로 썼다가 세로로 쓸 때 문장부호는 잘 나오는지, 이런 것을 스스로 확인해보면 쓸 만한 건지 아닌지 금방 할 수 있는데 이런 생각을 전혀 안 한다. 

바람체 디자이너 이용제



4.
사과 한 알이 떨어졌다. 지구는 부서질 정도로 아팠다
최후
이미 여하한 정신도 발아하지 아니한다.

최후, 이상


5.
We are living in a world where not enough appreciation and respect are being given to what is out there.
Nothing should be taken for granted.
Appreciate, respect, and be inspired.

And, I will be your muse.




1.
Talking about "sex" does not mean that I want to have sex 'right now' or at all.
Talking about sex "to you," also, does not mean that I want to have sex 'with you.'
When I talk, I see you as a listener, not a switch that I want to turn on.


2.
I do not have to be a dog because you love a dog.
And, I do not want you to be a dog because I love a human being substantially more.


3.
Most importantly, fuck the idea that I am in desperate need to get lucky.
You certainly do not have to worry about me. I am lucky enough.





2013. 5. 21.


And, the divine voice born in 1983 singing '1983'

라이브보다 레코딩 버전이 덜 세서 훨 좋지만
찾을 수가 없네 :(

1983년생을 위하여 :)





2013. 5. 19.


License to Drive, Work Drugs, majestic mix







1.
오늘은 친구 결혼식이 있었다.
가장 오래된 친구이자 가장 처음 기혼의 강으로 건너가는 친구.
한 시 예식인데 다섯시에 겨우 잠든 나는 간신히 시간에 맞춰 일어났고
뭘 입을지 몰라 옷을 세 번이나 갈아입었다.
가장 나답지 않은 원피스를 주워입었다.
어제 농구하는 동안 본 만화책을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5, 6권을 반납하고 7, 8권을 빌렸다.
만화책을 보다가 사당역을 지나칠 뻔 했다.
이런 오타쿠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2.
이미 주례사가 중간을 지나있었다.
주례선생님께선 색다른 주례를 하고 싶으셨다면서 신랑과 신부 이름으로 육행시를 지어오셨다. 아아-.

말도 제대로 못하던 네 살배기 재현이가 어느 새 중학생이 되어 축가를 불렀다.
거기서부터 눈물이 터졌다.
누가 보면 딱 오해하기 좋은 모습.
혼자 온듯한 과년한 처자가 식장 뒤에 서 닭똥같은 눈물을 조용히 줄줄.

늘 언니 같던 하현이.
우리는 열 셋에 만났다. 우리는 만날 때 마다 열 셋 같았다.
나는 너의, 너는 나의,
몇번의 연애를 지켜봤던가.
열 셋 같은 니가 스물 일곱 신부 화장을 하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열 셋의 나는 겁이 나기도 했고 작아지기도 했다.

수민이가 "하현이가 오늘 너랑 나는 꼭 울거라던데 역시 너랑 나만 울었어" 하며 웃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또 울었다.
오후에 만나기로 한 혜원이에게 전화로 울었다는 말을 하며 또 울었다.
미안하고 고맙고 서운하고 아쉽고 생경해서.


3.
그렇게 울다 난생 처음 야구장 구경을 갔다.
응원하는 소리에 위축이 됐다. 그래도 응원단장 아저씨는 멋있었다.
무엇이 저 사람을 저토록 열정적으로 만드는 걸까, 새삼 감동받았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남자는 멋있다.

그 순간에도 백, 가지 생각을 했다.


4.
드디어 갔다, 테일러샵.
굳이 오늘 꼭 가리라,고 마음먹은 건 아니고.
치수 재고, 옷감 고르고, 재단과정 듣고, 진귀한 구경도 하고,
서양의복이란 진짜 무궁무진하구나 다시 한 번 감탄.
옷의 디테일이란 그저 장식으로 달려있는 것이 아니에요, 하셨다.

삶의 디테일에도 그저 우연이란 없지.


디테일의 남자라면서요...


5.
그러고보니 어머니도 안 우셨는데.



Gatsby? What Gatsby?




There is no such thing as a coincidence.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2013, Baz Luhrmann

포스터 디자인보고 영화 보러 가긴 또 처음이네.
일주일이 너무 정신 없이 흘렀다. 스펙터클 저예산 로맨틱 스릴러 드라마처럼.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에서 와타나베의 입을 빌려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디 앨런은 자신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가득,
개츠비가 탄생하고 피츠제럴드가 숨 쉬던 1920년대에 대한 동경과 향수를 담았다.

그토록 위대한 개츠비.


사실 책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어서 영화와 원작을 비교할 수는 없겠고
영화 자체만 평가하자면, 난 그냥 별로.

미술효과가 디테일하고 치밀하게 들어찬 영화를 좋아하는데다 
커스튬을 미우치아가 맡았다길래 엄청나게 기대했는데,
예상보다는 영화가 너무 작게 나왔다고 해야 하나.
스케일이 잘 안 살았다. 내용도 너무 많이 쳐낸 것 같기도 하고.
이건 미쟝센 문젠가?

음악은, I'm not gonna go there.


그나저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참 중후한 배우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정말, there is no such thing as a coincidence.
I made it happen for us.
Just like how he threw parties every night hoping that she would wander in one day.


One more thing.
Why do guys always go for the girls who would not do anything for them,
not the ones who would do anything for them?!

Stupidity it is, old sport, stupidity indeed.


I mean YOU !!!



+
1920년대 미국, 그리고 뉴욕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무엇 하나 과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the roaring age, the golden age. 

우리나라가 열 여덟의 꽃다운 소녀를 주권회복에 바쳐야 했던 1919년, 미국 여성들은 대통령 선거 투표권을 얻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적인 민주주의 진보의 증인이자 수혜자인 이 시기의 미국 대통령들은 (업적이나 문제라고 할만한 일이 별로 없어서) 미국사 시간에 크게 다뤄지지도 않는다. 1차세계대전 이후 경제 호황과 금주령이 마피아와 시민들을 먹여살리던 시절.

1920년대를 대표하는 또 다른 단어가 있다면 jazz.
호화스러운 술이나 깃털이 주렁주렁 달린 fringe, lower waist line, loose fit dress.
억압하고 고뇌하게 하던 답답한 격식에서 벗어나 즉흥적인 재즈비트에 맞춰 모두 잊고 춤을 추자, 뭐 그런 게 아니었을까? 나의 지난 일주일처럼. 

우연히 유행하는 패션, 우연히 인기를 얻은 음악, 우연히 알게 되는 너의 소식 따위 모두,
세상에 그저 생겨나는 일들은 없다. 


2013. 5. 18.


.
니가 만든 영화가 드디어 멀티플렉스 극장 스크린 위에 걸렸다.

내가 좋아하는 단편에서 시작된 영화,
니가 그 해 가을과 겨울을 쏟은 영화,
우리를 조금씩 밀어낸 영화.

언젠가 상상마당이나 선재 쯤에서 틀어주겠지, 싶었는데
지인분이 영화 개봉도 전에 보고 싶다며 소식 올려주셔서 
네 이름이 큰 스크린에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구나.
니가 뭔 영화냐며 등짝을 후려치셨다던 부모님께 자랑스레 보여드릴 수 있겠구나.

다른 사람들은 정말 모르겠지만,
넌 잘 지냈으면 좋겠다.
네 뜻대로, 성공한 상업영화 감독이 되었으면 좋겠다.

2013/05



.
사실 마주치면 어쩌나, 지하철 안에서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없는 것을 확인하고 리플렛을 집어 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리플렛에 적힌 네 영화의 영문제목에 눈 가득, 그렁그렁, 어쩔 줄 몰라 웃음이 났다.
헤어진 후 처음인 것 같았다. 
이미 세상엔 없는 사진 속 강아지들을 나는 늘 보고 싶다 했고
너는 이름만 들어도 맘이 아프다 했다.

그 날, 친구에게 네 소식을 들었고,
오늘 잡지에서 네 인터뷰를 읽었다.
영문자막은 내가 해주기로 되어있었지.

너에게 듣던 이야기를 지면으로 보며 
나는 뿌듯했고, 미안했고, 알 수 없는 마음이 되었다.
너와 수도 없이 나누었던 말들인데
낯선 사람의 손에 정리되어 인쇄된 글자로 보니, 꼭 먼 옛날 얘기 같았다.
이제 와 청승맞게 돌아 앉아 옛날 얘기를 들춰본다.

2012/07




2013. 5. 15.

지난 며칠간 수 십 번씩 썼다 지웠다

어제는 나리를 만나 반잔도 못마시던 진토닉을 사이좋게 두 잔씩이나 마셨다.
새벽에 깨니 눈이 반질반질, 삶은 메추리알 같다. 

너무 많이 마셨고 너무 많이 쏟았다. 
내 마음이 이리 무너지는 걸 너는 알까. 그렇게 오래 간절히. 다 너무 진심이라 마음이 무너진다. 
보고 싶다 안고 싶다 설명하고 싶다 전하고 싶다 싶다 싶다 싶다.
너는 그냥 모든 '싶다.' 

멍청이들.


2.
임시 보관함 7개


3.
소설가는 단 한 문장을 위해서 책 한 권을 할애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2013. 5. 14.


1.
Life is full of tragic comedies.

- Me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야 해서
이를 꽉 깨물어봐도 결국은 다 show.


2.
Why can't you want me like the other boys do?
They stare at me while I stare at you.
Why can't I keep you safe as my own?
One moment I have you, and the next you're gone.

Crave you, Flight Facilities feat. Giselle, Kitsune maison compilation Vol. 10


3.
정말 그 생각에 하루가 다 가고 뭐 하나 되는게 없다.


2013. 5. 13.






니 생각, 2011 월간 윤종신 9월호 feat. 김그림


음악은 가리지 않고 들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제 3세계 음악도, 클래식도, 요즘 꽂힌 포미닛노래도.
아주 아주 어렸을 때는 힙합이 최고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꿈이 랩퍼였다니까?
(손발이 오그라드네. 지금도 랩 잘 하는 남자는 좋아.) 
늘 얘기하지만, 해보고 아니라고 하는 것과 머릿속 계산으로 아니라고 하는 것은 천지지차.


그나마 음악을 듣는 귀가 트인 건 아마 고등학교 때 라디오를 열심히 들었기 때문일지도.
혀지랑 윤리시간에 턱 괸척 하고 한 쪽 이어폰으로 라디오를 들으면서 윤종신 두시의 데이트에 문자 사연도 정말 열심히 보냈다. 사연 읽히면 좋다고 낄낄거리고.
나 공부 진짜 안 했구나.


윤종신 노래를 처음 들은 게 언제더라, 열 몇 살이었는데.

창문을 활짝 열고 창가 자리에 앉아 
늦여름 오후 볕에 바람이 불어드는 낡은 마을버스에 마음까지 일렁이던, 
환생을 처음 들었던 순간이 기억난다.


내가 마흔이 넘어도 지금 이 기분을 기억할 수 있을까?
나의 이 마음을 지켜줄 수 있을까?


2013. 5. 11.



결국 너도 눈 뜬 장님이었구나.


2.
간밤에 꿈을 꾼 것 같다.
거짓말을 3만개 쯤은 하는 꿈,
짐 캐리의 마스크처럼, 숨으려 숨기려 할 수록 더 세게 조여오는 마스크를 쓰고 연기 하는 꿈,

깨고나니 코 끝에 그 단 향이 자꾸 간질거린다.
온 몸이 아리고 열이 난다. 


3.
외로움에 대해 글을 써야지, 하는데 맨날 까먹는다.


2.
자꾸 그 향이 난다.


4.
언젠간 이 시간들을 즐거웠다고 말 할 수 있을까?


동물원 원숭이같은 기분까지도?


5.
그러고보니, 주옥같은 말들이 많았구나.
힙쌕, 같은.


2.
'뭘 어떻게 생각해요.
already 다, 그것도 재밌다고 읽었으면서.'


2013. 5. 10.


여자로 만 25년,


1.
여자가 첫 섹스를 열심히 해서도, 잘해서도 안 되는 것 같다.
품에 안고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 하며 머리 쓸어 넘겨주던 개새끼들.


2.
"나는 고막이 성감대"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저 온갖 소리에 민감하다는 의미였는데,
라기엔 사실 그 이상의 의미로 한 말이긴 했지. 
낮고 차분한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심장이 다 간질거리는 것도 있고, 잘 모르는 뮤지션의 처음 듣는 음악이 나와도 목소리를 들으면 어렴풋한 기억으로 누구의 곡인지 맞춘다. 온갖 말과 소리에 예민하다.


2-1.
내 생각에 여성의 배란기는 번식기다.


3.
침대에서 무언갈 하겠다는 남자가 침대에서 아무짓도 안 하겠다는 남자보다 더 신빙성 없음.


4.
"나는 너의 마리아이기도 하고 또 창녀이기도 해. 
다 줄 수는 있는데 다 가질 수 있겠니?"



편하게 살고는 싶지만 
쉽게 살고 싶지는 않다.




힘에 부쳐할 때 위로의 말을 해주는 건, 고맙다.
그런데 요즘은 고맙기도 지겹고 버겁다.

고마움은 갚아야 한다.
똑같이 응원의 말을 한다거나 
당신의 말이 굉장한 도움이 되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행복해지고 밝아져야 하는데
고맙기만 하고 사실 전혀 용기도, 힘도, 아무것도 안 된다.

누군가 권하는 0 칼로리 음식을 계속 먹으면서 몸이 좋아져야하는 운동선수 같달까?

그런데 나는 구해준 나그네에게 봇짐을 내놓지 않으면 잡아 먹어 버리겠다고
어깃장을 놓는 호랑이는 못되어서 위로하려 노력하는 사람에게 뭐라 덧붙일 수도 없다. 


하아,

잘 될거라는 말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무슨 얘기든 외로워서 그런다는 말도 그만 했으면 좋겠다.
주변엔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가 위로가 될거라는 생각도 그만 했으면 좋겠다. 
이미 안다.
다 아는데 마치 
'그게 사실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말을 해줘야 니가 안심할 것 같다'는 것처럼



나한테 아무도 아무 기대도 안했으면 좋겠다.

그 무엇보다도 내가 나에게 그만 기대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모든 일을 내 탓으로 돌리는 일을 멈출 수 있다면 좋겠다.


2.
자기 인생이 드라마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자기는 특별하고 남들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주로 그 두 개의 일은 동시에 일어난다.


3.
하지만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가리라.


2013. 5. 2.

Memo-rabilia



뛰다가 멈춰서 메모장에 적고,
일하다 멈춰서 포스트잇에 적고,
얘기하다 멈춰서 캡쳐를 하고,
숙면을 방해하는 잡생각들이 민들레 홀씨처럼 다 흩어질까
눈꺼풀을 채 뜨지 못한 채로 비몽사몽 적고,

저는 평소에 그러고 삽니다.


1.
나는 왕십리에서 나고 자랐다.
정확히 말하면 태어난 곳은 내가 잘 가지 않는 어느 동네 산부인과이고 그 후 도선동, 응봉동을 거쳐 다시 상왕십리로 돌아왔다. 유치원때만 해도 연탄불을 때는 집에 살았고 집 앞 다방 아주머니와 친했으며 분필로 칠한 골목길에서 땅따먹기를 하고 놀았다. 변변한 놀이터도 없었고 마트도 없었지만 인사성 바른 덕에 동네 어르신들이 주신 용돈(보통 백 원)으로 청포도니 새콤달콤이니 하는 걸 끊기지 않고 사먹을 수 있었다.



2.
내가 속물임을 인정하는 것이 덜 속물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속물적인 건 뭐고 속물이 아닌 건 또 뭐지.



3.
한 인간의 내면에 얼마나 거대하고 웅장한 우주가 있는지, 매력적이다.
까맣고 깊고 끝이 없는, 은하계 다섯 개쯤 들어갈만한, 푸르게 폭발하는 별들, 아름다운 우주



4.
The farther back you look into, the farther forward you will see.
- ??? Churchil?


5.
크게 들어 좋은 음악, 헤드폰이 좋은 음악, 이어폰이 좋은 음악, 라디오에서 듣기 좋은 음악, 라이브로 들어야 할 음악-

다 다르다. 신기하지?



6.
옷을 잘 입는 것과 옷을 잘 만드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글을 잘 읽어주는 것과 글을 잘 쓰는 것도 별개의 일이다.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이라는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