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25.

getting butt-naked


<Rust and Bone>을 보려고
도대체 오늘 바보짓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영화를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생각이 많다. 그걸 게워내려고 일기를 쓰고 글을 썼다.
그 영화 뭐더라, 주인공 생각이 주변 사람들에게 다 들리는데 주인공만 모르던,
사토라레였나.
혹시라도 내 머릿속 생각이 주변사람들에게 다 들린다면
아마 나는 24/7 쉬지 않고 자면서도 떠드는 사람으로 월드 기네스북에 등재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1.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
가족 대서사가 되든 신랄한 연애 소설이 되든,
뭐라도 써야겠다.
사회 정의 실현이나 이데올로기 비판같은 건 능력도 안되고
대신 읽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제대로 된 위로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그런 생각이었다.
기왕이면 20대가 다 지나기 전에. 이 딱하고 가여운, 찬란해야 할 청춘들을 위해.



2.
내가 힘들 때 가장 듣고 싶던 위로는
"다 잘 될거야"도 아니고 "내가 겪어보니까 그거 별거 아니더라"도 아니고
"나도 딱 그랬었는데, 그때 딱 그 기분이더라"는 말이었다.

그냥 다 시기야, 너 혼자만 그지같은 게 아니야, 괜찮아, 나도 그래.
나는 얼마나 찌질했게.

조언, 훈계, 질책, 그런 것 말고 공감.
니가 다르다고 하면 다르다고 생각해주고, 니가 미워도 못 잊겠다 하면 못 잊을만 하다 끄덕여주고.
내가 대신 욕해주고 같이 울어주고, 그런 거.
니 편을 들어주지 못해도 일단 니 편에 서서 보기.


그러려면 일단, 참아야 한다. 
왜 그랬니, 그러니까 그렇게 됐지, 내가 그럴 줄 알았다, 하고 나불거리고 싶은 걸 꾹 참아야 한다.
평가하지 말아야 하고 잊고 있던 자신의 과거까지 떠올려야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솔직해지는 만큼 나도 발가벗겨질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100%의 공감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 고유한 존재들이니까.
너의 역사를 나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너의 고통, 외로움, 그리움 또한 같은 정도로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가늠, 어림짐작.

우리는 누구의 고통이 더 처절한지, 누구의 기쁨이 더 빛나는지,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3.
다만,
그럼에도,
어찌됐건,
누구에게나 '안겨 울어도 될 품'은 필요하다.
A shoulder to cry on.

"나를 버리지 마"
"늘 곁에 있을게"


울고 싶어지면
네가 내 품에, 혹은 내 글에, 안겨 울었으면 좋겠다.
그걸로 네 세상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면, 이마에 살포시, 품에 안고 도닥도닥.

내가 당신의 위로가 될 수 있다면,


Je suis opé.





댓글 2개:

  1. 처음 나연님의 책을 읽고 거봐 나만 그런게 아니야, 하는 생각에 마음이 벅차서 몇 밤이나 울었는지 모르겠어요. 어디 말할수도 없는 이유들로 혼자 아파하다 솔직함이 가득한 그 글들에 얼마나 마음의 위로를 얻었는지 몰라요. 너무 오래 전에 쓰셨던 글이라 댓글을 달아도 될지 모르겠지만, 꼭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어서 댓글 남깁니다. 멀리에서 토닥토닥 위로해주셔서, 그때의 제가 기댈 수 있는 품이 되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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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음 먹었던 바를 이루게 해주셔서 제가 감사합니다. 언젠가의 익명 님께 현재의 제가 또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네요.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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