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30.




나 원래 한개도 쿨하지 못해서
쿨한 척 하는 연습을 존나 열심히 했단말이야. 

근데 너랑 눈이라도 마주치는 것들은 
니 품에 안겨있던 그 배나온 '개'나 니 혀에서 녹았다던 '소'도 
진짜, 다 질투나.

우씨.





2014. 11. 27.




내가 친동생보다 아끼는 (물론 그러면 안 되지만) 찬흠이가
대학원에 합격했다.

기뻐서 소리지를뻔 했다.

장하고 기특하고 대견하고 이젠 사회학으로 차마 깝칠 수 없는 예비 석사,
우리 예쁜 찬흠이.




2014. 11. 26.




블로그에 들어오시는 분들 대부분은 인스타 링크를 타고 오시는 것 같다.
가끔 '블로그 잘 봤어요. 재미있어요.' 해주시는데,
그때마다 기분이 어찌나 좋은지.
그러니까 여기다도 티 좀 내줘요.



2.
결혼하고 싶은 남자와
연애하고 싶은 남자가 따로 있다.

내가 아직도 철이 덜 들어서 그러나?



3.
이런 사람이라면 결혼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던 유일한 남자는 결혼을 했지.
이제는 아이의 아빠라네.
잘 살아라, 친구야.



4.
너에게 눈이 가기 시작했을 땐 분명 이런 저런 이유들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네가 너라서 좋다.

네가 길을 가다 다람쥐를 본 이야기를 해줘도 좋다.
네가 숨만 쉬어줘도 좋다.


우앙! 좋냐!




2014. 11. 24.




1.
수화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건 초등학교 때였다.
몇번이고 말하지만 나는 누굴 돕거나 봉사하면서 삶의 보람과 희열을 느끼는, 그런 착한 천성이 못된다. 진짜로.
그땐, 그저 남들이 못하는 언어를 배우고 싶었다. 러시아어 교본도 봤었고 중국어도 배우려고 했었으니까, 어디 도움이 되야겠다는 생각보다 남들하고 달라지고 싶다는 어린 마음이었겠지.
문제는 정말 어디에서도 쓸 수가 없어서 금세 까먹기 일수였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언어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생각하고, 감사하고, 감상할 수 있는 지금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을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싶다.
인간이 몸으로 표현하는 세상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고 싶다.
알아주고 싶다.
그래서 30대에는 오래오래 걸쳐서 꼭 수화를 배울거다.



2.
후원도 마찬가지인데, 아마 엄마가 알면 "이년아, 니 동생 용돈이나 챙겨주면서 그런거 하니?" 하곤 등짝을 후려칠지도 모를 일이다. 근데, 엄마, 걔넨 이렇게 생각해 주는 엄마도 없잖아.

부산에서 같이 일했던 혜진언니네 어머님은 위탁모 활동을 하신다.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프겠다 싶은 어린 아가들이 해외입양을 가기 전까지 언니네 집에 머무는데, 어머님은 매번 아가를 떠나보내실 때마다 "내가 정말 다신 이거 안해야지" 하면서 돌아 누워 우신단다. 그리고 얼마 뒤면 언니 페이스북엔 또 해사한 얼굴의 아가사진이 올라온다.
얼마나 가슴 저린 일일까, 어머님 대단하시다, 늘 감탄하고 탄복한다. 

사실 내가 보태는 몇 만원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어떤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
그냥, 아무리 삶이 끔찍해도 아이들이 스스로를 포기하거나 염세주의에 빠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정도다. 물론 나 한사람이 보태는 돈이 그렇게 큰 일을 할 수는 없겠지. 그래도...

미류 말처럼 누군가를 돕는 일마저 인터넷 쇼핑처럼 품목을 골라 돈만 내면 된다는게 씁쓸하지만 나는 우선 행위에 의의를 두고 싶다. 이력서에 한 줄 더 적으려고 하는 일이든, 세금 공제를 위해서 하는 일이든,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당장 하루살이니까. 모를 수 있다면 영원히 모르게. 

근데 무엇보다 누구를 얼마나 도울 것인지 결정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정말 "탈선한 기차를 그대로 두면 한 명의 목숨이 희생되고 무력으로 멈추면 열 명이 희생되는데, 너는 어느 쪽을 택할래?" 라고 묻는 것 같아서 이게 뭐하는 거지, 싶었다.

무슨 얘길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내가 누군가를 돕는다고 생각하니 책임감도 들고 마음이 복잡해져서 두서 없이 적었다.

손가락 빨면서 살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계속 후원해야지.
꾹꾹 마음 속에 적어둬야지.





2014. 11. 20.




가끔말이야,
혼자 알고 있긴 너무 아까운 기막힌 라임이나 재미난 일 같은 게 생각난단 말이야.
그럴 땐 문자든 전화든 어떻게든 네게, 너에게만 구구절절 호들갑을 떨고 싶은데,
문득 그러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금세 풀이 죽곤 해.
금세 다 시시해져.


그러니 자주 먼저 물어봐줘.
나는 네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말이야.







나는 
문득 문득
스스로의 매정함과 타인에 대한 불신에 섬뜩해진다.

어젯밤처럼.




2.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게 아니야.
네 속 같은 거, 눈빛 한 번이면, 몸짓 한 번이면 뻔히 보여. 알면서 속아주는 거야.
내가 끊지 못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정이야.
너무 독하지 않니? 정도 정을 끊는 사람도.



3.
나는 너를 위로할 수 없어.
내가 무얼로 어떻게 널 위로하니.
다 알면서, 너도 참 짓궂다.




2014. 11. 16.




네가 뭘 할 수 있어서 좋은 게 아니라
네가 뭘 하지 못하더라도 좋아지는 순간.







내가 영재였으면, 영재도 아마 얼른 혼자 합법적으로 무언가 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만 기다렸을거야. 내가 그랬거든. 다 연 끊고 정말 나 혼자, 나만 책임져도 되는, 내가 나만이라도 책임질 수 있을 나이가 됐으면 좋겠다. 사는 게 정말 너무 버거워서, 사는 게 죽는 것보다 힘든 시간이 있었는데 그걸 까먹고 살았어. 그게 까먹어지더라. 
내가 많이 행복해졌나봐요, 하니 태용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만난지 5년 됐잖아요? 근데 이 바닥도 진짜 버티는 싸움인거같더라.
지금까지 버티다 보니 뭐라도 하긴 하네.
그래도 내가 맨날 내 얘기를 천 명한테 팔고 다니는데 내가 지금 기분이 좋겠니, 이 기지배야.
GV때, "그랬던 영재가 이렇게 커서 영화감독이 되었습니다~" 하니까 관객석이 막 엉엉, 눈물바다가 되가지고, 나는 농담이었는데, 어머님을 울고 불고 그러신다니까. 이제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어요~ 그런 말이었는데, 하길래

그게 우리한테만 농담인거야. 우리는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데, 그게 이제 아무렇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주는 사람들이 사실 별로 없는 거 같아, 하면서 그래도 우습다고 큭큭거렸다.


"누구든 니 나이 때 그런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통속적인 드라마 대사 읊는 담임에게 영재가 "선생님, 그거 상처 아니에요." 할 때, 
"왜 이렇게 다들 책임감이 없어? 민재가 여기 오면, 나는? 나는 어디로 돌아가?" 라고 할 때,
보호소 아버지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바짓단을 붙잡고 눈물로 삶을 구걸할 때,
사람들이 정말 이렇게 사는 아이들이 있다면 믿어줄까? 싶었는데. 
세상에 슬픈 아이들이 너무 많구나. 

우리는 사실 지금 무지 행복한거야, 그렇지? 많이 왔다, 하면서 맥주를 꼴깍꼴깍.


그렇게 많은 영화를 보고 감독들을 만나 서비스 미소 팔아놓고 이제와서 이런 말을 하기가 너무 부끄럽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영화가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

내 대신 나를 기억해줘서 고마워.



2.
내가 사실은,
마음 속으로는 여섯 명이나 죽인 살인자라고 하면,
그래도 내 얘기를 더 들어줄래요?




2014. 11. 14.





이렇게 새하얀 화면 위로
글자들이 후두두둑하고 떨어지는 걸 보는 게 좋다.
배설이라고 해도 좋고 사정이라고 해도 좋고,
시뻘겋게 부어올라 쓰린 곳을 파고 또 파서 피가 나오는데,
그 오묘한 쾌감이란 게 있다.



1-1.
전에 수박 속 살을 숟가락으로 파내듯이
기억의 살을 긁어내가며 글을 쓴다고 했던 적이 있는데.



2.
글을 쓰고 싶어서 일부러 연애를 궁지에 몰아넣거나 상대방을 힘들게 한 적이 있었다. 욕먹어도 싼 짓을 했었다. 글은 선악과 열매 위로 기어다니는 뱀같다. 누군가의 손가락이나 혓바닥을 빌리지 않고는 아무런 물리적 힘도 가질 수 없으면서 저와 눈 마주친 사람을 잡아먹으려 든다. 밑도 끝도 없이 탐욕스럽다.



3.
비유적으로도 그렇고,
문자 그대로도 그렇고,
정말 맨몸으로 대면할 수 있는 관계는 하나라도 있으면 다행인 것 같다.



4.
잘 한다는 말보다 잘 맞는다는 말이 더 좋더라.



5.
내가 니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6.
헤어지고 내가 너를 잃었다는 사실에 가장 많이 속이 상했다.
나는 그토록 진심을 다 했는데 왜 너에게 내 마음은 닿지 않는가, 
나는 열과 성을 다 했는데도 왜 너를 잃을 수 밖에는 없는가,
못 다 전한 말도 마음도 너무 많아서 분하고 억울하고 기가 차는데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어 또 속이 상했다.
내가 진심이었던들 무엇하랴, 네가 받아주지 않겠다면 그저 오만이고 오기일뿐.
마음이라는 것도 결국 내가 줬다고 존재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용인해주었을 때만 존재하더라. 





2014. 11. 4.

2014. 11. 3.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외모에 반했다.
미감이란게 원래 다 주관적인거니까, 내 눈에 너는 더 할 나위 없이 섹시했다.
네 외모에 반했지만, 그건 조금 창피하니까, 
대체할 만한 이유들을 찾기 시작했다.

글을 재미나게 쓴다던가,
사진을 잘 찍는다던가, 유쾌하다던가, 그런 것들.

거기까지도 그냥 호감이었다. 
캬 섹시하네, 정도.


하지만 네가 정말 맘에 든 결정적 이유는,
너의 외로움. 
단순히 연인의 부재에서 오는 외로움이 아니라 태초의 동반자와 나를 이어주던 탯줄이 끊어지는 순간부터 숙명적으로 함께 하는 선천적 외로움, 고독을 너는 알고 있어서,
나는 너의 외로움을 온전히 이해할 자신이 있었기때문.


아,
너랑 제대로 된 연애 해보고 싶다.



2.

나는 너에게 새끼 손가락같은 존재가 되려 해.
있는 줄도 모르고, 도무지 써먹을 용도가 없는 것 같다가도,
어느 날 나를 잃거들랑
그 순간부터 세상의 일부가 잘려나간 것만큼이나 아플 존재.
숨기고 싶어도 숨겨지지 않는 일생일대의 흉터.
그런 존재가 될거야.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하란거지.








연애를 시작할 때마다 다시는 모텔이나 전전하는 연인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국 대부분의 시간을 모텔에서 보낸다.
모텔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어딘가 초라하고 궁색하며 불쾌한 공간이다.



2.
너는 야해.
너는 외로움이 많아.
결정적으로 넌 내 글에 반응해. 난 그게 너무 좋아.



3.
연애가 시시해진건지,
남자가 시시해진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왕 꼬실거면 클래식하지만 위트있게,



4.
여자의 마음은 종종 속옷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물론, 속옷까지 볼 능력이 된다면 본심 같은거야 그 전에 알아채겠지 ;)



5.
남자들 만나서 온갖 센스 발휘해 좋은 거 보여주고 먹여주고 잘해주면 뭐 해.
그거 고대로 외워다 다른 여자 침대로 꼬실 때 써먹을텐데.
그게 시시하다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