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4.
이렇게 새하얀 화면 위로
글자들이 후두두둑하고 떨어지는 걸 보는 게 좋다.
배설이라고 해도 좋고 사정이라고 해도 좋고,
시뻘겋게 부어올라 쓰린 곳을 파고 또 파서 피가 나오는데,
그 오묘한 쾌감이란 게 있다.
1-1.
전에 수박 속 살을 숟가락으로 파내듯이
기억의 살을 긁어내가며 글을 쓴다고 했던 적이 있는데.
2.
글을 쓰고 싶어서 일부러 연애를 궁지에 몰아넣거나 상대방을 힘들게 한 적이 있었다. 욕먹어도 싼 짓을 했었다. 글은 선악과 열매 위로 기어다니는 뱀같다. 누군가의 손가락이나 혓바닥을 빌리지 않고는 아무런 물리적 힘도 가질 수 없으면서 저와 눈 마주친 사람을 잡아먹으려 든다. 밑도 끝도 없이 탐욕스럽다.
3.
비유적으로도 그렇고,
문자 그대로도 그렇고,
정말 맨몸으로 대면할 수 있는 관계는 하나라도 있으면 다행인 것 같다.
4.
잘 한다는 말보다 잘 맞는다는 말이 더 좋더라.
5.
내가 니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6.
헤어지고 내가 너를 잃었다는 사실에 가장 많이 속이 상했다.
나는 그토록 진심을 다 했는데 왜 너에게 내 마음은 닿지 않는가,
나는 열과 성을 다 했는데도 왜 너를 잃을 수 밖에는 없는가,
못 다 전한 말도 마음도 너무 많아서 분하고 억울하고 기가 차는데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어 또 속이 상했다.
내가 진심이었던들 무엇하랴, 네가 받아주지 않겠다면 그저 오만이고 오기일뿐.
마음이라는 것도 결국 내가 줬다고 존재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용인해주었을 때만 존재하더라.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