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24.




1.
수화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건 초등학교 때였다.
몇번이고 말하지만 나는 누굴 돕거나 봉사하면서 삶의 보람과 희열을 느끼는, 그런 착한 천성이 못된다. 진짜로.
그땐, 그저 남들이 못하는 언어를 배우고 싶었다. 러시아어 교본도 봤었고 중국어도 배우려고 했었으니까, 어디 도움이 되야겠다는 생각보다 남들하고 달라지고 싶다는 어린 마음이었겠지.
문제는 정말 어디에서도 쓸 수가 없어서 금세 까먹기 일수였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언어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생각하고, 감사하고, 감상할 수 있는 지금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을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싶다.
인간이 몸으로 표현하는 세상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고 싶다.
알아주고 싶다.
그래서 30대에는 오래오래 걸쳐서 꼭 수화를 배울거다.



2.
후원도 마찬가지인데, 아마 엄마가 알면 "이년아, 니 동생 용돈이나 챙겨주면서 그런거 하니?" 하곤 등짝을 후려칠지도 모를 일이다. 근데, 엄마, 걔넨 이렇게 생각해 주는 엄마도 없잖아.

부산에서 같이 일했던 혜진언니네 어머님은 위탁모 활동을 하신다.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프겠다 싶은 어린 아가들이 해외입양을 가기 전까지 언니네 집에 머무는데, 어머님은 매번 아가를 떠나보내실 때마다 "내가 정말 다신 이거 안해야지" 하면서 돌아 누워 우신단다. 그리고 얼마 뒤면 언니 페이스북엔 또 해사한 얼굴의 아가사진이 올라온다.
얼마나 가슴 저린 일일까, 어머님 대단하시다, 늘 감탄하고 탄복한다. 

사실 내가 보태는 몇 만원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어떤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
그냥, 아무리 삶이 끔찍해도 아이들이 스스로를 포기하거나 염세주의에 빠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정도다. 물론 나 한사람이 보태는 돈이 그렇게 큰 일을 할 수는 없겠지. 그래도...

미류 말처럼 누군가를 돕는 일마저 인터넷 쇼핑처럼 품목을 골라 돈만 내면 된다는게 씁쓸하지만 나는 우선 행위에 의의를 두고 싶다. 이력서에 한 줄 더 적으려고 하는 일이든, 세금 공제를 위해서 하는 일이든,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당장 하루살이니까. 모를 수 있다면 영원히 모르게. 

근데 무엇보다 누구를 얼마나 도울 것인지 결정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정말 "탈선한 기차를 그대로 두면 한 명의 목숨이 희생되고 무력으로 멈추면 열 명이 희생되는데, 너는 어느 쪽을 택할래?" 라고 묻는 것 같아서 이게 뭐하는 거지, 싶었다.

무슨 얘길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내가 누군가를 돕는다고 생각하니 책임감도 들고 마음이 복잡해져서 두서 없이 적었다.

손가락 빨면서 살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계속 후원해야지.
꾹꾹 마음 속에 적어둬야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