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0.

친구들이 블로그에 써주었으면 하는 것들




1. 
어라, UI가 바뀌었네? 



2. 
현아네 블로그에 갔다가 이런 걸 봤다. 현아께 재미져서 나도 한 번.















왓츠 인 마이 백
보통은 파우치(립, 안약, 냅킨, 디지털 탐폰, 소분한 향수, 반창고), 안경, 책, 노트, 펜이 들어있다.
오래 나가 있을 것 같으면 휴대용 배터리도 하나 챙기고. 에어팟과 지갑, 핸드폰 이 세 가지는 필수템.
급하게 혹은 잠시 나설 때에는 마지막 세 가지에 안경을 가지고 나간다.

친필 공개
이것은 좀 나중에.

최애그룹의 알려지지 않은 명곡
그룹이라면 누가 있을까? The chairs? 일단 국내에는 대만 음악 자체가 유명하지 않으니까, The chairs(의자낙원)의 Love 앨범을 추천. EP와 싱글의 시대에 탑 투 바텀까지 다 듣고나면 충만해지는 앨범이다.  

최근 인상깊었던 글귀나 인터뷰나 책
요즘 가장 좋은 책은 안담의 <<친구의 표정>>. 안담의 이전 단편도 너무 좋았고, 그냥 안담 작가를 너무 사랑하게 되어버렸어. 친구들 꼭 보아주면 돼.
그것과 별개로 오늘 심보선 시인의 <새>를 다시 읽게 되었는데 아래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

우리는 사랑을 나눌 때 서로의 영혼을 동그란 돌처럼 가지고 논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정작 자기 자신의 영혼에는 그토록 진저리 치면서

...



요즘 보고있는 넷플 시리즈
얼마전 7번째 정주행을 마친 <<마인드 헌터>>. FBI에서 범죄 프로파일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그린 실화 기반의 범죄 모큐멘터리라고 해야하나. 주인공인 홀든에게서 일면 나의 모습도 보이고, 그의 애인으로 나온 데비가 사회학 전공이라 그 둘의 대화도 몹시 흥미롭다. 나는 어떤 것의 기원에 관해 알게 되는 순간이 즐거워. 모든 것의 기원을 알고 싶어. 아, 심지어 감독이 데이빗 핀처.

최근 새로 시작한 일
7-8년 만에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다. 대학생 때, 운동은 해야겠는데 무얼 해야 할 지 몰라 무작정 청계천을 따라 걷다, 뛰다, 걷다, 뛰엇다. 그렇게 1년을 반복하고 7km 마라톤에 나갔다 온 후로는 달리기를 쉬었다. 웨이트를 2년 정도 하고 나니 체력에 조금 자신감이 붙었는지 다시 달려보고 싶어졌다. 생각보다 쉬지 않고 오래 달릴 수 있더라. 나는 어떤 측면에서는 나를 만성적으로 과소평가하고, 또 어떤 측면에서는 과대평가한다. 도무지 중간이 없네.

요즘 뭘 먹는지




















익힌 채소를 좋아하지만 여름이라 불 앞을 자꾸 피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무슨 음식이든 생채소를 곁들여 먹는다. 끼니에서 단백질을 조금이라도 빼면 근육이 쭉쭉 줄어서, 가뜩이나 요새 약 때문에 입맛까지 없어서, 식사에 고기든 달걀이든 넣는다. 마지막 양갈비는 머리하고 근처 캐주얼 다이닝에 갔다 먹었는데, 문을 연 지 두 달도 채 안 된 곳이라 그랬는지 그 시간 손님이라고는 나 한 명뿐이었다. 붙임성이 없어 뵈는 사장님 덕분에 고요 속에서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대단하지도 실망스럽지도 않은, 양갈비였다. 그런데 누구에게 추천하거나 다시 갈 생각은 들지 않는 것 보니 그럼 실망스러운 건가?

최애 아이스크림.
최근 가장 맛있게 먹은 아이스크림은 로즈 스튜디오의 레몬크림.
녹사평 언덕에 있는 아주 작고 비밀스러운 베이커리 숍. 얼마 전부터 아이스크림을 파신다기에 지난 주말에도 폭염을 뚫고 기어이 언덕을 올랐다. 카롱카롱을 들르러 설레는 맘으로 그 언덕길을 올랐던 어린 나도 생각나고, 지수 언니도 생각이 나고. 버터크림 케이크는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크레머리로는 합격 !



3.
그리고 최근 갖고 싶어진 것





















2024. 8. 19.

붉은 울금향과 로이드 안경





1.
 지난해 3월 달에 L과 내가 작은 보금자리를 남산 밑에 꾸민 이튿날 밤. 나는 첫손님으로 이여성 형과 홍직 형을 맞았다. 이형은 나의 2년 동안의 서울 살림 중에서 얻은 최대의 우정이다. 그는 L과 나의 행복을 위하여 커다란 붉은 튤립의 화분을 주셨다. 튤립 붉게 향내 나는 밤. 홍직 형과 나는 이형의 달콤한 옛 이야기에 감탄 낙망 매혹하면서 마지막 전차가 끊어지는 줄도 모르고 생활에서 전연 해방된 유쾌한 몇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이형을 생각할 때마다 초 동양류의 위대한 콧마루 위에 걸려서 끊임없이 약소민족의 대국을 통찰하는 검은 '로이드' 안경과 그리고 '튜립' 붉게 향내 나던 그 밤을 잊을 수 어떻게 있으랴.

- 김기림, 붉은 울금향과 로이드 안경, 신동아, 1932. 4



2.
이 글에 등장하는 이여성은 이쾌대 화백의 형이라고. 개인적으로 나는 근현대 작가들의 이름 영문 표기법을 아주 좋아하는데, 이쾌대도 그 중 하나다.
Quede Lee.

마치 라잌 Tschang-yeul or Ufan or Quei-hong




2-2.
아 근데 원계홍은 정말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주면 좋겠다.
그림 너무 좋은데.
발견 비화도 흥미로운 작가.





2-3.





































팀플

 



1.

너희 집에 딱히 튤립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2.

주말에 깨를 만나서 해명의 시간을 가졌다.

깨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을지, 어떤 소용이랄 게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무척이나 필요했던 과정이었다.

정신과에서 자주 하는 말이 어떠한 감정에 빠져들 때에는 거기서 잠시 거리를 두고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름 붙여보라는 조언인데, 지난 일주일은 그 조언을 실천하는 시간이었다. 내가 왜 혼란스럽지, 뭐가 문제지, 그때 왜 그런 식으로 행동했지, 등등.

거시적 바라보기에 서투른 탓에 한 가지에 쉽게 꽂히는 편이고, (특히나 갈등상황에서는) 나를 충분히 혹은 포괄적으로 설명하거나 바로잡지 못하는데, 안타깝게도 관계 초기에 그런 일이 발생하면 관계가 그대로 종료되기 십상이다. 생각 중독인 나는 그럼 유배당한 학자처럼 아무도 묻지 않은 것에 관해 혼자 골몰한다. 기껏 연구한 내용을 어느 누구에게도 발표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동료도 청중도 없이, 초대받지 못한 연설가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발표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깨는 언제나처럼 표정 없이 내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우선, 그 다음으로는, 셋째, 이게 마지막인데 세번째, 하며 머릿속에 준비해온 발표자료를 읊는다. 깨는 딱히 어떤 반응을 하지 않는다. 나를 끝까지 응시하고 내 말이 끝나면 소화의 시간을 갖는다. 어느 정도 정적이 흐르고, 마가 뜨는 걸 잘 견디지 못하는 나는 교수님의 피드백을 기다리는 예비 박사생처럼 조금 초조해진다. 성미가 급한 초조함이 제 풀에 지칠 때쯤 깨가 입을 연다. 내가 오해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실제로 자신이 어떻게 느꼈는지에 대해, 그것을 감지했다는 나의 이야기에 대해, 짧은 감상을 들려준다. 그리고 다시 나를 응시한다. 그 시선이 나를 긴장시킨다. 

가끔 깨와 눈이 마주치면 그의 시선에 밀린다. 누구와 눈 맞추다 고개 돌리는 일이 거의 없는데, 이상하게 깨와 마주 앉아 있을 때에는 시선이 길을 잃는다. 그 눈으로 자꾸 무언가 물어대는 것 같다. 내 속을 꿰뚫어보는 듯 매섭다는 생각에 부끄러울 때도 있고, 이제 갓 문자를 배웠을 뿐인 외국어 고문서를 읽는 것처럼 당혹스럽거나 난처한 기분일 때도 있다. <<컨택트>>처럼. 그런 응시도 데이빗과 훈련한 것일까. 어떻게 그런 눈일 수 있지.

일전에도 비슷한 눈을 본 적이 있었는지 머릿속 캐비넷을 뒤진다.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파일들은 인덱스의 색이 바래 뭐가 뭔지 알아볼 수 없다.


깨가 해준 이야기들을 까먹을세라 인상 깊었던 순서로 복기한다. 나는 깨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깨는 자신의 감상보다는 어떠한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항상 예측할 수 없는 주제를 꺼낸다. 거기에 대꾸를 하다보면 나의 빈틈을 보이고야만다. 허술함을 들켰다는 생각에 민망해진다. 눈길로, 단어로, 자꾸 발가벗겨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수치를 즐긴다. 부끄럽고 싶다. 낯간지럽고 싶다. 간지럽다. 틈새로, 흐른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깨에게는 자꾸 뜬금 없는 질문을 하고 싶어진다.

너는 다른 것을 건축하고 싶지는 않니? 그것은 무엇이니?

너는 무엇을 두려워하니? 두렵기는 하니?

네 속에는 무엇이 들어앉아 있니? 얼마나 더 들어있니?




섬세하고 영민한 사람.


어쨋든 깨는 설화 속에 나오는 잼얘 할아버지 같다 (그런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 보따리에서 잼얘를 한 번에 하나씩만 꺼내 보여준다. 끝내주는 러프타임 뒤에 항상 맛있는 걸 먹여준다. 물론 계산은 각자. 짐들기도 각자. 자신의 몫은 자신이 책임지기. 

하지만 관계는 팀플.




3.

하나 바란다면, 나와의 관계를 열린 결말로 보아주었으면 하는 것.

시간이 지나보아야 알 일이지만.

이제는 전혀 원하지 않는다. 



2024. 8. 16.

 



원고를 쓰다 보니 내가 자꾸 깨에게 나를 설명하는 글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렇게라도 써내려갈 수 있는 이유는 감독님이 나에게 흘리듯 "불특정 다수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글을 쓰는 게 어렵죠. 딱 한 사람을 지정해서 내가 그 사람에게 끝내주게 재밌는 걸 쓰겠다 하면 그건 쉬워요" 라고 했던 게 생각났기 때문.


저 대화창 영구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씨앗볼트처럼 창작조언볼트 만들어서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 쓰고 싶다.



글이 생각보다 복잡해지네.




2024. 8. 15.

 



감독님과 마지막으로 연락한 것이 21년이더라.

그 뒤로 단 한 번도 카톡창을 열어보지 않았다. 의식적인 노력이라기보다 이미 마지막 막남을 약속했을 즈음에 그 대화창은 마지막 챕터를 닫다 못해 감사의 말까지 마무리지은 후 였기에 졸업 후 다시는 열어보지 않는 졸업논문 같은 존재가 되었다. 

최근 그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을 만났다. 누군가를 누구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행위는 무의미한 것이므로 어떤 공통점 때문에 그때가 떠올랐는고 하니, 사람보다는 그와의 관계의 흐름이나 그 속에서 나눈 대화가 그때의 우리를 퍽 닮았었다. 독점욕 같은 건 없어보이는 성향하며, 나와 연애는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는 말까지. 그러면서도 무슨 미련인지 나를 집에는 보내지 않는 모순적 태도. 그리고 내가 무슨 이야기를 지껄이더라도 (최선을 다해 지루함을 감추며) 경청하는 눈빛. 다른 무엇보다 이것이 그와 너무나 닮았다. 내가 침대에 누워 마르크스나, 아니 에르노와 필립 빌랭의 비화,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에 대한 썰을 풀어도 우선은 경청하는 그 모습. 그 얘기를 꺼내도 될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배려. 너무나 귀하고 갈망했던 무대. 감독님이 나에게 내주었던 콜로세움 한 가운데에 다시 선 기분이었다. 그게 너무 귀해서, 재미없어 하는 걸 보면서도, 다음 차례가 올 때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쇼를 이어나가야 하는 스탠드업 코메디언처럼 멈추지 못하고 말했다. 그 중에 뭐라도 하나는 재미있겠지, 그런 심정으로. 



어쨋든, 미용실에 앉아 원고 주제를 구상하다 문득 감독님과의 대화창이 생각났다. 그리 자주 연락하고 지내지도, 많은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대화창을 올려다보고는 눈물이 핑 돌 만큼 다정했던 그 사람의 메시지들에 조금 놀랐다. 내 기억보다 더 다정하고 살뜰하게 나를 살펴주고 배려해줬다. 내가 동굴 속을 헤맬 때면 가장 필요할 때에 가장 필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퍼주었다. 내가 자길 너무나 미워하고 원망하며 저주한다는 글을 썼을 때에도, 나를 위해 그 글을 그대로 세상에 내보이게 했다. 글과 별개로 내 마음을 풀어주고 싶다며 내가 있는 곳까지 와 새벽까지 내 울분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화해를 청했다. 


그런 정성과 성품을 사는 동안 내가 또 누구에게 기대하겠는가. 

정말이지 나의 인생을 망치러온 나의 구원자, 나의 스승이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다.



감독님, 저 올해 안에는 두 번째 책 내려고요. 퇴고 중이에요. 회사도 잠시 쉬고요. 제 것을 못하니 몸과 마음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네요. 

감독님 소식, 아주 간간이 들어요. 저는 여전히 헤매면서 잘 지내요. 얼마 전에는 동빙고에 다녀왔어요. 무더위라 죽은 못 먹었지만 팥빙수는 씩씩하게, 야무지게 싹싹 비우고 왔어요. 감독님과 처음 간 후로 사실 한 번도 가지 못했거든요.

괄호 속 사랑에 대한 에세이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사람이었지만 이제 그 사랑에 관해서는 더 쓸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저 뭐하고 사나 궁금하신지, 그것은 궁금해요. 감독님도 제 생각이 나실 때가 있을까요?


감독님 안부 따위는 궁금해하지 않으면서 그런 호기심만 품는 속좁은 저를 오래도록 떠올려주세요. 궁금해해주세요. 


코드 쓰는 일, 기계어에 대한 이야기, 이런 거 너무 하고 싶은데, 이제는 제가 연락할 핑계거리가 하나도 없어서요. 학교를 다시 갈 수도 없는 일이고 (물론 다시 가고 싶긴 해요. 다른 전공으로).

여기에나 이렇게 적어요. 

저 그럼 원고 마무리하러 가볼게요. 




2024. 8. 12.

 



1.

어제도 결국 양질의 잠을 자진 못했다. 꿈에는 건태가 나왔다. 정확하게는 건태와 통화를 하는 꿈이었다. 건태는 전화를 받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며 너무 미안하다고 울었고, 나는 정색하며 냉랭한 목소리로 단답을 해 건태에게 비수를 꽂았다. (하지만 그럴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괜히 건태에게 미안해서 이따 문자 한 통 하려고. 우리 소중한 건태, 내 자존감 지킴이인데.




2.

건태는 내가 건태를 건태라고 부르는 게 내내 웃기다고 했다 (건태는 나보다 네 살 위다). 그렇담 오빠라 불러주랴 물으면 그건 또 아니란다. 

서른이 넘기 전까지는 줄곧 연상만 만났지만 단 한 명도 오빠라 부르지 않았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을 만나도 나를 누나라 부르기 바라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나연 씨라 불리기를 좋아하고, 애정의 대상은 꼬박꼬박 이름으로 부른다.

보고 싶다는 마음도, 염려도, 감사도, 모두 이름에 담는다.



2-2.

내가 그래서 아직 너의 이름을 잘 부르지 못 해.




3.

서래 씨,

한국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하는 경우가 잦지만

저는 그런 사람은 못 되었던 것 같아요. 사랑이란 관계의 이름은 아니니까요.

늦었지만 서래 씨의 통찰력과 용기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4.

생각이 많으니 역시 블로그만한 게 없네.




5.

나의 사랑 넷플릭스 시리즈 <<마인드 헌터>>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Love is violence; sex is violence. Every interaction is violence. It's just a matter of scale. ... does it feel good when your lover takes your hand and you didn't expect it? Does it feel better when he grabs your nipples? (or) twist them?"

SM 플레이 후 상대를 살해한 범죄자의 대사이나, 그의 말에 일부 동의하는 바이다. 나에게는 이것이 SM의 정의이다. 합의된 복종과 통제, 자유의지와 존엄성을 타인의 손에 넘겨주는 일은 사랑의 표현, 그 영역의 확장이자 도구일 때에만 성립가능하다. 가학과 피학의 관계에서 신뢰와 애정은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 걸린 것이 목숨만큼 크거든.



6.

첫 책에는 이스터 에그처럼 나의 성향에 대한 글귀를 남겨놓았다. 누군가 발견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나를 들키(어 얼굴 붉히)고 싶다는 욕망은 왜 이 영역으로까지 나대는 것인지.

안타깝게도 아직 그런 후기는 듣지 못했다.



7.

내 것을 쓰지 않았다고 병이 나는걸 보면 나도 천성 창작자의 피가 흐르나 싶고.






2024. 8. 11.

 



종길쓰가 청탁해준 덕분에 오랜만에 짧은 에세이를 썼는데 꽤 재밌었다.

원래 쓰려던 원고는 폐기하고 요즘 늘 하고 다녔던 말에 대해 조금 더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는 이제 더는 사랑이나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 없을 것 같다는 자기 실현적 예언인지 인지오류인지에 관해서. 

어제 있던 일도 큰 영감이 되었지만 뇌가 하수구로 빠지지 않도록 종일 원고 생각만 했다.

글이 있어 천만다행이다. 


주말이 조금 아깝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