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30.
4-2.
뭘 왜긴 왜야.
보통 여자는 더 시시하니까 그렇지.
4-3.
세상에 타인을 평가하지 않는 이는 없다. 다만 그 잣대가 다를 뿐이지.
현지는 "I like you, 언니, cuz you don't judge people"이라고 했지만 사실 나도 다 잰다.
철저히 내 기준에 따라서.
나는 색이 없고, 온도가 없고, 각이 없고, 밀도가 없는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한다. 여잔 특히나 더.
그래, 그런 게 없는 사람은 없는데, 조화롭지 못하다고 하는 게 맞겠다.
아무리 예뻐도 태도나 말투, 취향, 사고방식, 여튼 아비투스가 빈곤하면 별 감동이 없다. 이런 건 밀도가 없는 거다.
반면 아무리 지적 수준이 높아도 자신의 외모에 대해 방관하는 여자들을 보면 하, 가슴이 아프다. 이런 건 보통 각이 없는 경우가 많고.
예쁘면 자기 외모를 권력으로 생각하고
공부만 너무 열심히 하다보면 사상이 물질 위에 군림한다고 생각하고
둘 다 갖춘 여자를 만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
둘 다 100/100은 아니어도 한 70/70 정도 되면 참 좋은데,
잘 없어.
배울 점이 없다거나, 무시한다는 게 아니라
그냥 맹맹하잖아. 별로 눈이 안 가.
4-4.
저렇게 생각하는 자아와, 실제 나 사이에는 굉장한 거리가 있다. 나는 한참 멀었고, 아직도 편협한 의식으로 산다. 문득 깨달을 때마다 낯뜨겁다.
내 삶의 모토는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으면서, 인간답게, 조금이라도 나누며 사는 사람으로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사는 것"인데,
그래서 내가 나한테 창피하지 않으려면 부단히 노력하면서 사는 수 밖엔 없다고 생각한다.
이 피곤하고 오만한 주인년.
사람들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지 않는 것과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책임감이고
그래서 '약속을 하지 않겠다'는 무책임함이다.
어디 말같지도 않은 소릴 하고 있어.
2.
선재쌤이 그러셨다,
"정말 현명한 것은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짧지만 오래 생각하고 답하게 만드는 질문을 만드는 것"이라고.
3.
사람의 마음을 돌리기란 참 쉽지 않다는 것을
나는 내 마음을 보고 깨닫는다.
4.
"니가 나한테만 집중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그게 참 좋은 것 같아"
라고 말했던 사람이 있다. 그게 가끔 과하다고도 했었다.
남자들의 착각은 참 단순하다.
"쟤 나한테 관심있네"
"쟨 나밖에 없다니까"
"다 내가 잘나서"
단 한 번도 이 틀을 벗어난 남자를 본 적이 없다.
4-1.
근데 문제는 내가 그런 '남자'를 좋아한다는거지.
나는 왜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거지?
5.
내가 아무리 솔직하게 모든 걸 다 말한다 해도
모두에게, 아주 공평하게, 한 가지씩, 더러는 여러개, 말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런 비밀들이 내가 여태 만났던 사람들의 수 만큼 존재한다.
6.
인간과 인간은 공동의 비밀이 생기면 친밀감이 높아진다.
그래서 억지로 솔직한 척 했던 적도 많다.
얘기해주지 않으면 그 사람을 놓칠 것만 같았다.
지금은 내가 뭘 어쩌건 남을 사람은 남는다는 걸 안다.
2015. 1. 25.
네가 보고파서 나는 어쩌나,
그리움만 쌓이네.
1.
너 좀 헤어져라, 제발 헤어져라,
속으로 기도했던 적이 있다.
교회를 안 다녀서 내 기도는 안들어주셨나보다. 쳇.
2.
너를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가도
혹시라도 너한테 의존하게 될까봐,
내가 아니라 너의 미래를 위해 살고 싶어질까봐,
종국엔 다른 연인들처럼 우린 헤어져 너를 잃고야말텐데 그 나이의 내가 미래를 잃고 무너지면 정말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까봐,
차마 이러지도 저리도 못하고 나는-
3.
너를 좋아하는 일이 내 권한에 있을 때가 있다.
혼자 저울질하며 네 편에 마음을 올렸다 내렸다.
그런데 한 번 올려둔 마음들이 자석처럼 서로 엉켜 붙어서 움직이질 않아.
이제 그만 올려야지.
그만 올려야지.
그만 끌어당겨.
2015. 1. 20.
2015. 1. 18.
2015. 1. 11.
I am my past.
1.
나는 꼭 그런 것들이 궁금하더라,
네가 왜, 어떻게 네가 되어있는지.
미국은 왜 가게 되었어요?
원래는 무슨 공부를 했었어요? 왜 그런 게 좋았어요?
그래서 뭘 배우고 뭘 느꼈어요?
스무 해가 훌쩍 넘는 시간이 지나 나를 만나게 되기까지
그것들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너는 어디서 나와 교차하게 되었는지.
2.
나는 기본적으로 질문이 많다. 궁금한게 많다. 왜냐고 물으면, 그냥 당신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밖엔 답할 수 없다. 관심이 많이 가는 사람일 수록 질문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당신을 좋아하게 될지, 아닐지는 몇번 더 대화를 나누어 본 다음에야 알게되는 것일지라도, 일단 처음엔 이것 저것 많이 묻는다. 처음 가본 맛집의 메뉴판 공부하듯(그래서 난 주문할 때 가장 마지막 순서에 답한다), 그런 걸지도 모른다.
게다가 원론적이고 생활에 아무짝에 도움 안 될 것 같은 주제로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나, 꿈이라던지 그 사람만의 정의에 대해 묻는 걸 좋아한다.
꿈이 뭐예요?
왜 그게 되고 싶어요? 어렸을 때 장래희망도 그거였어요?
뭘 할 때 행복해요? 행복이 뭐라고 생각해요? 언제 가장 행복했어요? 왜요?
그런 추상적이고 (내 기준에서) 가장 삶의 기본이 되는 단어에 대해 그 사람만의 정의를 듣고 나면 대충 사고방식이나 성향, 그 사람이라는 세계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물론 틀릴 때도 있지만, 대충, 맞다.
인생이란 나만의 백과사전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단어(혹은 그 '기표'가 대표하고자 하는 기의들)들의 미묘한 차이를 몸소 깨우쳐, 세상 삼라만상에 대하여 나만의 정의를 정립해가는 과정.
3.
영어학(문학 말고, 언어로써의 영어를 연구하는 학문) 용어 중에 '단어 주머니' 라는 단어가 있다. 아무래도 기억이 잘 안나는데, 렉시콘이 그 단어였던 것 같기도 하고.
최소 한 개 이상의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보통 두 개의 '단어 주머니'를 갖게 되는 것 같다.
하나는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도구로써의 '한국어'나 '영어'처럼 사회적 합의에 기반하여 공통된 문법체계와 정의를 갖게 되는 단어 주머니,
다른 하나는 개인이 삶을 영위하는 동안 자신의 사고와 사고 방식, 감정과 감정 표현에 사용하는 단어의 총합이자 그 단어에 대한 개인적 정의의 집합인 개인의 언어, 개인의 lexicon.
두 가지 전부 흥미롭지만,
나는 사람 대 사람으로 누군가를 만날 때는 특히 개인의 '단어 주머니'에 기민하게 반응한다. 무슨 단어를 언제,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주의깊게 본다. 약간 습관적이고 무의식적인 행동이라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어려운데,
여튼, 그 단어 주머니가 풍부한 사람에게 끌린다.
내게 생경한 단어를 유려하게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게 그렇게 매혹적일 수가 없다.
자신만의 호흡으로, 자신만이 구사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참, 매력적인 것 같다.
내 클래스는
네 앞에서만 천박해지는 것.
2.
남자가 침대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 두 가지:
"한번만" 그리고 "제발"
2-1.
침대에서는 울지 말아라, 진짜.
3.
그냥 자고 싶으면 자고 싶다고만 해.
진심인척 말재주 팔고 다니지 말고. 고까우니까.
P.S.
글은 글일 뿐입니다. 물론 글 이상일 때도 있습니다.
아니 에르노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이런겁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숨김없이 털어놓는 것을 나는 조금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글이 쓰이는 때와 그것을 나 혼자서 읽는 때,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읽는 때는 이미 시간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테고, 어쩌면 이 글이 읽힐 기회가 절대로 오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므로 자기가 겪은 일을 글로 쓰는 사람을 노출증 환자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노출증이란 같은 시간대에 남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는 병적인 욕망이니까.'
이 글만 해도 벌써 수 년전 이야기와 타인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얘기를 읽고 재밌다고 생각 하시는 건 좋습니다. 다만 이게 '지금의 저'라고 생각하면서 간보려고 하지 마세요.
2015. 1. 6.
나에게 글은 결국
스스로에게 하는 적선이 아니었을까?
2.
요즘 대상 없는 욕구가 늘어간다.
단순히 욕구가 는게 아니라 하나 하나 생기는 욕구들을 잘 보면
특정 대상이 없다.
누구랑 무얼 하고 싶다고는 적는데, 그냥 죄다 상상 속 인물.
존재하고 있기는 한건지 알 수도 없는, 유니콘 같은 사람.
결국 내가 원하고 바라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는 걸 받아들인걸까?
3.
보라고 봐달라고 시작한 블로그이긴 한데
나는 일회용 관심은 싫다.
진짜 내가 뭔지, 왠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저 자기 추측과 나를 대조해보고 싶어서 접근하는 사람들이 너무 싫다.
내 글이든 메모든 뭐든, 내가 무언가 내놓고 나면 게시해놓은 것에 대해 분해하고 해석하는 건 읽는 사람들의 몫이란 걸 안다.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고, 싫으면 내가 글을 그만 쓰면 된다.
근데 이렇게 많이 보게 될 거라고, 내 글이 특정 반응을 불러올거라곤 미처 생각치 못했다.
아는 친구들하고만 보던 걸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같이 하고 싶었던 것 뿐인데,
앞에서 충분히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얘기를 자꾸 대놓고 하지 말라고 막아대니 답답해서 토로하려고 만든 블로그인데,
그게 다시 상처로 돌아오는 거 같아서 (그래봤자 며칠 지나면 회복되지만)
이젠 화가 좀 난다.
오늘 이건 내 일기 맞다.
100% 레알, 참 트루, 내 일기.
2015. 1. 1.
오늘은 글을 많이 쓰죠?
핸드폰 메모장에 밀린 게 너무 많아서요. (이렇게 독자를 의식한 말투로 글쓰면 안되는데...)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 해도요.
새 해는 사실 매일 밝아오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저 매일이 즐겁고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딱히 12월 31일이라고 무언가를 더 후회하고, 1월 1일이라고 뭘 더 새롭게 다짐하지는 않아요. (대신 거의 매주, 매달 합니다. 뭔 놈의 창의적인 실수를 그렇게 자꾸 하는지)
그래도 2015년 한 해는 어떻게 보내야겠다, 속으로는 몇 가지 정하는데,
적어놓으면 좀 더 열심히 지키겠죠?
1.
현명한 사람, 감사와 사과의 말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살기.
고등학교 때부터 저에게 제일 중요한 가치는 꿈, 사랑, 행복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지키고 찾아가는 동안에는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조금이라도 타인에게 나눌 줄 아는, 현명한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건 사실 매일 매일 잠들며 되뇌는 다짐.
2.
꾸준히 운동 하기. 올해 배워보고 싶은 건 테니스. 하지만 필라테스를 더 열심히!!!
3.
꽃꽂이랑 도예 다시 해보기. 꽃꽂이는 작년부터 배우고 싶던건데, 여태 못했네. 도예는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배웠다 물레돌리기 직전에 관뒀었다. 뭔가 손으로 조물락 거려서 만드는 일을 배우고 싶은가보다.
4.
회사에서 정신 차리고 새로운 일 겁내지 말기. 요즘 회사에서 프로그램 짜는 일을 맡아서 하고 있는데, '아 이래서 나는 공학도가 못 된건가' 싶다. 프로그래밍을 직접 하는 건 아니지만 프로그램 구조를 짜려면 사용목적, 방식, 결과물에 대해서 입체적으로 사고해야 하는데, 주 1회 2시간 회의할 때마다 반짝 똑똑해지는 느낌. 그리고 송원영 차장님께 팟, 하고 감동받은 적이 있다. 그 얘긴 나중에 길게 적어야지. 차장님 멋쪄여 헤헤헤
5.
사람 오래 두고 만나기. 내가 나를 조절할 줄 알아야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는데, 모르겠다. 솔직히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세상에서 사람 마음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리스트는 아마 계속 길어지겠지.
지금도 5번 지키려고 "오뽱 퇴근 하셧쪄여" 하고 애교부리고 싶은거 참고 있음.
내가 바랄 수 없는 걸 바랬다.
작가도 아니면서 글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이해의 범주가 나에게도 할애되기를 기대했다. 내가 누구를 만나 무엇을 하고 그걸 어떤 단어로 풀어내도 그냥 다들 '글'이려니 하고 나와 조금 별개의 것으로 봐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러기에 내 글은 너무 내 얘기였고 너의 얘기였다. 내 글은 감정에 대해 절절하게 써내려가기 보다 그저 순간을 잡아두는 데 충실한 글쓰기다. 흘려보내기 너무 아까운 순간들을 떠올리며 그 순간을 가치있게 만든 감정과 그 감정을 이끌어낸 작은 부분들의 소소한 묘사에 가장 중점을 둔다. 그래서 때로는 둘만의 시간에 존재하던 단어들도 있고, 욕지거리도 있고, 그런거다.
그런데 그게 그냥 회사를 다니며 책이나 읽고 친구 만나 수다떨고,
이제 삶이 행복하기만한 내가 그런 걸 쓰면 과연 누가 '아 이건 그냥 허구구나' 하겠는가.
걍 지 인생 과장하는 싸이월드 감성일기라고 생각하겠지.
근데 난 싸이월드 할 때도 일기 따로 게시판 따로 했었는데.
힝. 미워 니네.
2014. 12. 23
지금 보니 앞뒤도 안맞고 그냥 승질나서 쓴 듯.
이럴 때보면 나도 참 글 못써. 멋이나 부릴라카고. 멀었다, 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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