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11.
I am my past.
1.
나는 꼭 그런 것들이 궁금하더라,
네가 왜, 어떻게 네가 되어있는지.
미국은 왜 가게 되었어요?
원래는 무슨 공부를 했었어요? 왜 그런 게 좋았어요?
그래서 뭘 배우고 뭘 느꼈어요?
스무 해가 훌쩍 넘는 시간이 지나 나를 만나게 되기까지
그것들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너는 어디서 나와 교차하게 되었는지.
2.
나는 기본적으로 질문이 많다. 궁금한게 많다. 왜냐고 물으면, 그냥 당신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밖엔 답할 수 없다. 관심이 많이 가는 사람일 수록 질문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당신을 좋아하게 될지, 아닐지는 몇번 더 대화를 나누어 본 다음에야 알게되는 것일지라도, 일단 처음엔 이것 저것 많이 묻는다. 처음 가본 맛집의 메뉴판 공부하듯(그래서 난 주문할 때 가장 마지막 순서에 답한다), 그런 걸지도 모른다.
게다가 원론적이고 생활에 아무짝에 도움 안 될 것 같은 주제로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나, 꿈이라던지 그 사람만의 정의에 대해 묻는 걸 좋아한다.
꿈이 뭐예요?
왜 그게 되고 싶어요? 어렸을 때 장래희망도 그거였어요?
뭘 할 때 행복해요? 행복이 뭐라고 생각해요? 언제 가장 행복했어요? 왜요?
그런 추상적이고 (내 기준에서) 가장 삶의 기본이 되는 단어에 대해 그 사람만의 정의를 듣고 나면 대충 사고방식이나 성향, 그 사람이라는 세계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물론 틀릴 때도 있지만, 대충, 맞다.
인생이란 나만의 백과사전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단어(혹은 그 '기표'가 대표하고자 하는 기의들)들의 미묘한 차이를 몸소 깨우쳐, 세상 삼라만상에 대하여 나만의 정의를 정립해가는 과정.
3.
영어학(문학 말고, 언어로써의 영어를 연구하는 학문) 용어 중에 '단어 주머니' 라는 단어가 있다. 아무래도 기억이 잘 안나는데, 렉시콘이 그 단어였던 것 같기도 하고.
최소 한 개 이상의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보통 두 개의 '단어 주머니'를 갖게 되는 것 같다.
하나는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도구로써의 '한국어'나 '영어'처럼 사회적 합의에 기반하여 공통된 문법체계와 정의를 갖게 되는 단어 주머니,
다른 하나는 개인이 삶을 영위하는 동안 자신의 사고와 사고 방식, 감정과 감정 표현에 사용하는 단어의 총합이자 그 단어에 대한 개인적 정의의 집합인 개인의 언어, 개인의 lexicon.
두 가지 전부 흥미롭지만,
나는 사람 대 사람으로 누군가를 만날 때는 특히 개인의 '단어 주머니'에 기민하게 반응한다. 무슨 단어를 언제,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주의깊게 본다. 약간 습관적이고 무의식적인 행동이라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어려운데,
여튼, 그 단어 주머니가 풍부한 사람에게 끌린다.
내게 생경한 단어를 유려하게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게 그렇게 매혹적일 수가 없다.
자신만의 호흡으로, 자신만이 구사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참, 매력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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