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자주 들어오는 건 아닌데,
그래도 종종 명함을 부탁하는 분들이 계셔서
12월부터 윤경이에게 명함 디자인을 부탁했다.
하지만 1) 내가 별 생각이 없고 2) 윤경이에게 자꾸 명함 이외의 일을 하자고 해서
ㅋㅋㅋㅋㅋㅋ
이제서야 마무리 단계.
고 쪼꼬만 거 하면서 윤경이한테 왜 내가 생각하는 박은 안 되냐, 왜 오로라는 없냐, 왜 내가 찾는 색은 없냐 등의 인쇄소에서도 대답 못하는 문제로 들들 볶아댔다.
오늘은 폰트를 결정했는데,
역시 디자인 중 가장 과소평가 받는 디자인은 폰트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이름에 넣을 명조체를 찾다 너무 예쁜 폰트를 발견했고,
33,000원짜리 폰트는 실제로 살까 말까 고민중.
안그라픽스에서 판매하는 안삼열체. 110,000원
같은 곳에서 판매하는 고운한글바탕체. 33,000원
전에도 안상수의 인터뷰를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특히 한글 폰트에는 일반 사용자에겐 안 보이는 고민들이 담겨있다. 자음과 모음의 조화, 받침 위로 올라가는 초성과 종성의 안정감, 글자와 글자 사이의 조화, 가로획과 세로획, 가로쓰기와 세로쓰기, 문장 내에서의 중심축까지 모두 고려하여 수십번씩 깎고, 자르고, 붙였다 떼가면서 만든다고 한다.
글자가 마무리 되면 숫자로 구현되는 폰트의 모습과 영문 폰트까지 작업한다는데,
1년에 하나라도 나온다면 참 대단한 일이겠다 싶은 디자인 작업이다.
하지만 그런 폰트를 가격을 지불해서 사야하는 상품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기사, 얼마전까진 OS를 돈 주고 사는 거란 인식도 별로 없었으니까.
안삼열체는 안정적이고 힘있다.
고운한글바탕체는 책 만들기에 좋겠다. 다정하고 단정한 글자 같아.
크, 봐도 봐도 좋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