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탁스를 처음 샀을 땐 미츠비시 필름을 좋아했다.
근 10년 전으로, 그때는 그래도 필름을 생산하는 브랜드가 지금보단 많았던 시절.
지금은 코닥을 좋아한다. 코닥에서 나오는 필름은 네 가지 정도 써본 것 같은데,
맥스 어쩌고 하는 건 좀 별로였고, 코닥 컬러 200이랑 Ektar 100이 가장 좋았다.
Ektar는 지난 영암 투어 때 가져갔던 필름이다.
오늘 올릴 건 Fuji Color 200이다.
언젠가 써본 후지가 후지다는 느낌에 (데헷) 안 쓰기 시작했는데,
역시 내 취향 아니다.
이젠 진짜 코닥에 정착해야지.
어느 날의 을지로.
원래 새로 산 5000원짜리 카메라, Pentax Espio 140m 테스트용으로 후지를 장전했었다.
(후지는 후지니까 그런 용도로 쓴다)
보통 테스트용 필름은 싸고 별로인 (아그파도...) 필름을 넣는데,
위 LCD 창이 번진 게 영 맘에 걸려 과감하게 중간에 필름을 뽑고 수리를 맡겼다.
이건 아마 그 직전에 찍었던 것 같다.
펜탁스는 아직도 공식 서비스 센터를 운영한다.
너무 감사해서 절 할 뻔 했다 (물론 농담).
뽑아뒀던 필름은 지혜 피커를 빌려 다시 뽑아서 K1000에 넣었다.
처음으로 혼자 보내는 추석이었다.
원래도 친척들이 다 모여 왁자지껄하게 보내는 명절은 초등학교 2-3학년 때 이후로 없었던 것 같지만 이번엔 정말 혼자였다.
엄마는 병원에, 동생은 알바로 집이 텅텅 비었다.
공부도 안 되고 속도 상하고 우울하기도 해서 워커힐을 예약했다.
아빠와의 추억이 있는 곳.
도심 속 휴가 나부랭이라고 봐도 되는데, 사실 생각보다 패키지가 저렴하게 나와서 할부 긁었다.
백수는 할부를 좋아해.
저게 성욱 오빠 차던가;
올해도 어김없이 부산에 다녀왔다. 어겼어야 맞는데, 억지로 갔다.
원래 계획은 금, 토, 일, 월 이었으나 급작스럽게 토요일 오전에 대학원 면접 스케줄이 잡혀서 토요일 저녁에야 도착했다.
그런 상태다. 해야 할 일은 너무 많고, 하고 싶은 건 해야 겠고.
거의 주 마다 피가 마르게 시간은 빨리 가는데 자신감은 없고, 몸은 안 따라주고.
그래서 억지로 등을 떠민다.
부산에 내려가자마자 불러주는 언니들, 정인이, 태용 사마, 그리고 아부지까지,
부산 식구들을 만나고 나면 꼭 2011년에서 시간이 거의 흐르지 않은 것 같다.
매해 1st reunion 하는 기분이다. (실상은 5번째).
좋았다, 싫었다 같은 감정도 다 사라져서 애틋함만 남았다.
그래도 그 때의 취기가 여전히 남아 나를 살게 한다.
나를 있는 힘껏 안아준다.
올해는 영화를 한 편 밖에 못봤다.
원래 영화제에서는 영화 보는 거 아니다. 촌스럽고롬. (뻔뻔)
너의 이름은, 라라랜드, 바람에 젖은 여자 - 이 세 편을 못 본 게 너무!!! 아쉽다.
공부 흐름 깨질까봐 죄책감에 쩌든 채로 갔다 죄책감에 쩌든 채로 올라 왔는데,
다녀오니 훨 낫다. 어젠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역삼으로 달려가서 저녁반 수업에도 출석했고 오늘은 에세이도 잘 썼다.
아부지가 꽈악 안아 주신 게 힘이 됐는갑다.
이번주엔 태용이 추천한 죽여주는 여자를 볼 거다.
태용의 말대로 종이에 연필로, 샤프로 글도 쓸 거다.
그러려면 일단 22일까진 또 열심히, 페이스 잃지 말고, 잘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