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28.




순차통역을 할 때,
그러니까 발화자의 발언을 다 듣고 난 후 영어로 혹은 한국어로 옮기려고 할 때,
들으면서 외우다 중간에 '주옥같은' 표현이 생각날 수 있다.

'아, 이 표현은 이따 통역할 때 꼭 써야지.'

라고 하는 순간 통역은 망한 것과 다름없다.
들었던 말을 꼭 쥐고 놓치지 않는 힘, 즉 기억력을 뇌의 손이 가진 악력이라고 치자면 기억의 손으로 그 기막힌 단어를 붙들고 있는 동안 정작 들어야 할 내용은 죄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글쓰기도 비슷한 것 같다.
어느날 문득 엄청 은유적인 것 같고, 라임도 있고, 재치도 있는 표현이 떠오른다.
이 단어를, 표현을 어떻게든 써먹어야 할 것 같아서 일단 막 적고 몇번 들여다보고 짠, 하고 내놓는 글들이 있다.

그런 건 나중에 한심스러워서 지운다.
1년 버티면 오래 버틴 거다.

주제에 영감을 받아서 쓰는 것과는 다르다.
corpus, 단어를 자랑하느라 급급해서 고심없이 써댄 글은 향락가의 화려한 네온사인처럼 단어와 수식이 화려하고, 화려할수록 초라하다.




2016. 11. 18.




이제 뭘 해야 하나 싶다.
그래도 혼자 공부 하면서 일 해야지 뭐.

뭐에 떨어져보거나 갖고 싶은 걸 못 가져본 기억이 별로 없어서
이런 건 잘 적응이 안 된다.

제일 속상한 건 쪽팔린 것같다.
왜 인지는 좀 더 생각해보면 알겠지.

아 모르겠다.
꺼지고 싶다.



dkdlvhs Tidsus





지난 주,
시험보러 가기 약 18시간 전 핸드폰이 갑자기 맛이 갔다.
29cm프로모션 포스팅을 보고 앱에 접속했더니 업데이트를 하라고 했고
무심코 확인을 눌렀다가 갑자기 퍽- 화면이 꺼지더니... 켜지기를 거부했다.
자꾸 아이튠즈에 연결하랬는데, 그냥 일시적인 현상이려니, 하고 세 시간, 두 시간, 하루를 기다려봤지만...
벌써 약 6일째 핸드폰은 말을 듣지 않는다 (수리점에 가 있음).

지금 아이튠즈를 보니 마지막 백업이 2014년 12월 23일.
지난 약 23개월 간 나의 인생에는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고,
소중한 문자들이 너무 많았으며
책으로 엮으려고 정리해둔 메모들이 적어도 300개는 쌓여있었는데,
필름 스캔해 둔 파일들도 저장되어있고...

가장 중요한 건... 카톡과 뉴욕 사진이 없어질 위기라는 점...
메모들이야, 거의 다 인스타로 옮겼거나 블로그로 옮겼거나 그랬으니까,
그리고 대충 기억은 나니까 복기해볼 수 있다.
근데 다른 무엇도 아니고, 뉴욕에서 찍었던 200장의 사진들과 그애와 주고 받은 카톡...
아...
아...



아이폰 ㅆㄴ...
그리고 29cm 전에도 이런 식으로 앱 에러땜에 잘 안 썼는데... 두 번 다시 다운받지 않겠음...




2016. 11. 7.




대학원을 갈거라니까 세미는 가장 먼저 내 사회성을 걱정했다.
"언니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해서, 그게 제일 힘들거야."

사실 사람을 아예 안 만난 건 아닌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조심스럽기도 했고 좀 부담스럽기도 했다.
아주 잠깐 만나도 안 미안할 정도로 정말 편하거나 정말 보고픈 사람들이 아니면 연락도 안 했다.
그게 습관이 되니까 이것도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다.



2.
이제 진짜 차곡차곡 정리하고, 노트에 하나씩 새 글도 써야겠다.



3.
요즘 동네에 급 정이 붙어서 (밖에서 사람들을 안 만나니까) 동네 카페에서 커피마시고 구멍가게 고양이랑 놀고 따릉이 타는 게 소소한 낙.



4.
꿈에 자꾸 그 사람이 나온다. 너무 반가워하니까 꿈 꾸는 중에 반가워하는 내가 너무 가엽다는 생각이 든다.
깰 때가 되면 어떻게든 안 깨려고 눈을 질끈 감는다. 하지만 몸에 힘을 주니까 되려 더 빨리 깬다.
정신차리세요, 김나연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