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15.





솔직히 나 너 줄곧 만나보고 싶었단 말이에요.
이 씨




The Meaning of the Meaningless




남녀가 알몸으로 서로를 마주하는 사건이란 건 정말 어마어마하고 어메이징한 일이지만
섹스만으로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자리를 틀 순 없다.
섹스란 더도 덜도 아니고 딱 고정도다.



2.
어려서 멋도 맛도 모를 땐 무조건 수만 많아지면 문란하고 막 사람 다루는 데 도가 튼 팜프파탈 같은 게 되는 줄 알았는데, 
그런건 한명만 있어도 되는 거더라구.
그걸, 없었어도 될 만큼의 '의미 없는 대상'들을 거치고 나서야 알게 됐지.



3.
근데, 우리가 서로에게 섹스로만 기억되는 존재가 되고 싶은 건 아니잖아?
안 그래?



4.
서먹한 사이에서 야한 농담은 순간접착제 같다.
순식간에 둘을 가깝게 하지만 제대로 된 조각들이 아니었다면 결국 금방 떨어져 나가 이후론 어떤 접착제도 소용없다.



5.
그러니까 니네 자꾸 야한 농담 하지 마라.
둘 다 후회할 일이 벌어진다.




2015. 6. 7.




1.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낯선 여자가 낯선 여자에게 만남을 청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고 그래서 드물다.
그런데 인스타 하면서 만나보고 싶다 해주시는 분들이 꽤 있었다.
늘 감사하고 반갑다. 아아, SNS의 순기능이란 이런 것일까.

정말이지, 남자로 태어날 걸 그랬다.



2.
어차피 누구나 하루에 두 번은 하는 일인데
밥 같이 먹자는 말 한 마디 하기가 왜이리 어려운지.



3.
부러 그런게 아닌데, 요새 이런 저런 초대와 회사 스케줄, 병치레까지 겹쳐서
약속을 수시로 미뤄야 했다. (심지어 프랑스어 수업은 2주째 못가고 있다. 심지어 다음주도 못간다. 눙물이 앞을 가리네.)
친구들은 이런 일이 드물다는 것도 알고 지금 내 상황을 잘 아니 그러려니 한다. 혹은 그냥 아주 늦게라도 만난다. 그런데 초면인 경우에는 그럴 수도 없고. 특히나 나를 거절쟁이라고 생각하시거나 내가 잘난 척하며 튕기고 잰다고 생각하실까봐 송구스러움이 극에 달했다. 이 자리를 빌려 해명하고 싶다.
정말 너무 너무 만나고 싶었다고.
지금도 너무 만나고 싶다고.


3-1.
그래서 뻥 조금 더하면, 담주에 지혜씨 만날라고 반차 말고 월차 냈다.
내가 이런 여자다!!!




그냥 고맙고 소소한 일상




전주 사진 업로드하려고 디카를 열어보니 
이것 저것 사진이 많아서,
긔엽긔드하그, 업빠, 덩생들이 샤랑스럽긔드 하긍,






























늘 저의 연애를 걱정하시는 학이오빠랑 현민오빠스.
이 날은 오빠들이 마크 로스코 보러 가쟤서 셋이 예술의 전당엘 갔다.
학이오빠는 본업(?)을 살려 도슨트도 해주었다. 현민오빠가 맨날 학이오빠 그림 노예라고 놀리지만 우리 둘다 학이 오빠의 그림을 감탄하며 본다. 학이 오빠 그림 죠하해효. 예쁜 연애해요, 옵하.
(아, 현민오빠랑 연애한다는게 아니구 진짜 연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넷이서좀찍자.jpg

학이오빠는 나를 놀릴 때 가장 환하게 웃나보군-_-
분명 또 현민오빠랑 둘이 나한테 오타쿠라고 놀렸겠지.
ㄴㄹ는 왜 쭈구리처럼 저러고 있어 ㅋㅋㅋㅋ 사진 내리라고 뭐라 카겠네.
나도 못생겼으니까, 일단 올려두고.

 


























요새 서촌으로 프랑스어를 배우러 다니면서 다시 또 골목 탐험중.
(내가 심지어 엄청나게 가보고 싶은 모텔까지 봐뒀다. 아마 못가겠지...)

서촌을 돌면서 계속 옛날인척 추억이라고 포장했다.
언젠가는 다 끝날 인연인건 시작부터 알고 있었다.
이런 대인관계 경력쯤 되면 그 정도 담대함은 있어야지.
그래도 우리는 누구 말처럼 괄호같은 사이라고 믿었다.
아직 존재를 드러낼 수 없어 정의하지 못하고 있을 뿐, 분명하게 실존하는 관계.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끝났다. 희곡의 지문처럼 때로 괄호는 너무 쉽게 생략된다.
억지로라도 더 슬퍼야하나,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주 오래 기억할거다. 네가 말했던 것처럼, 아주 오래 기억할거다.
누가 뭐래도 너는 특별했다. 여러가지로 밉고 고맙다.




























새벽 두 시까지 하는 홍대 빵집, 아이오토리에서 미쟝센 번역 마감중.
본업은 여의도 모 회사의 커뮤니케이터과 네고시에이터이지만 ㅋㅋㅋㅋ
짬이 나고 기회가 되면 번역을 합니다. 주로 영화 관련 일이라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보기 힘드시겠으나, 나름의 투잡이라면 투잡. 하지만 하도 드물게 하다보니 실력이 많이 녹슬었네요. 사람은 역시나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됩니다. 정말이지 꼭 학교로 돌아가야겠습니다.


그럼, 오늘 밤엔 어제 본 뮤즈 영상을 올려야지.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JIFF




또 한달이나 지나서야 포스팅. 나 이거 할라고 진짜 피곤 절정 주말스케줄에도 노트북 싸들고 마농트로포까지 나왔습니다. 여러분. 수고했다고 한 마디만... 이 아니고, 별것도 아닌 포스팅 예뻐라 해주셔서 감사해요.
늘 고맙습니다 :)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고 하시는 분을 보고 나니, 지금보다 더 열심히 미안해하고 감사하다고 말하며 살아야겠더라구요. 그 분께도, 고맙습니다.)


전주 영화제는 올해로 세번째인듯 한데,
유일한 영화제 동지 유현지가 지금 D.C에서 일과 thㅏ랑, thㅏ랑과 일에 매진하느라
처음으로 혼자 가게 되었다.
헌데, 생각해보니 전주에 재경이가 있었지.
사실 인스타에서 알게 된 친구였는데, 서린 언니와도 이미 영화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낯선 남자 만나는 것보다 낯선 여자랑 만나는 자리가 훨.씬. 어려워서 두근반 세근반 하며 전주로 내려갔다. 그리고 변함없이 소소한 전주.



























사실 전주 가기 전에 먼데이 에디션 가서 반지랑 팔찌 사려고 새벽같이 (아침 10시에) 일어나서 옷 사고, 팔찌사고, 반지사고, 재경이 줄 작약까지 사서 KTX에 올랐다.
꽃은 사실 내가 좋아한다. 근데 그래도 여리여리 하얀 것이, 재경이하고 함께 두면 예쁘겠다 싶었지.




























그리고 만난 재경이는 생각 이상으로 예뻤다. 솔직히 예뻐서 좀 놀랐음.
그리고 내 예상과 전혀 다른 초적극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그리고 모두의 예상과 달리 나 부끄럼 많이 탄다.
































군데, 째경이 모해?
여기는 백콩나물국밥을 파는데, 국밥보다 모주때문에 다시 가고 싶다.
여기 모주는 진짜 짱이다.
콩나물국밥이 드시고 싶으시면 저와 함께 뚝섬에 가십시다.




























나는 한국단편영화를 정말이지 많이 사랑한다.
endowment effect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심찬양 감독님, 다음 작품 또 찾아 볼게요!


  

























기대보단 별로였던 청년몰. 이런 건 이미 홍대도, 우사단길에서도 많이 봐서,
전주에 이런 공간이 생겨 좋겠구나, 하는 미미한 소감.
이번 전주에서는 정말 끼니 챙겨먹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일단 보고 싶은 영화를 예매하고 나서야 여행 스케줄을 짤 수가 있다. 영화를 보러 간거니까 당연한거긴 한데, 워낙 뭘 타고 다니기보단 내 발로 직접 걸어야 진짜 내 길이다, 하는 고지식함에 여행만 가면 하루에 스케줄 두 개 이상 소화하기 힘들다(식사도 스케줄에 포함...) 역시 낯선 동네에서 의식주를 다 챙기며 다닌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세번짼데, 하고 갔는데, 전주에 천이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을만큼 여기 저기 헤매고 다녔다. 하루에 한 끼 겨우 먹고 다녀서 경주에서처럼 여행하고 나면 살이 빠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남부시장에서도 딸기 양갱 하나 사먹고 바로 다음 행선지로 돌아섰다.
바로 이번 전주여행의 목적(사실 영화보다도 중요했던), 전주동물원.





























쟤네 죽은구 아니그영, 다들 낮잠 자는그예영. 더워셩.
얘네를 다 보고 하마를 보러 갔는데, 옆에 서있던 꼬맹이들과 그 꼬맹이들의 부모가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아빠, 쟤네 왜 안 일어나?"
"그러게. 기껏 왔더니 자고 있네. 얌마, 일어나봐! 게을러가지고! 야!"
"이러나! 인러나!"

쟤네도 얼마나 더우면 지금 저러고 누워있겠니. 과자는 왜 던지니.
진짜 한 마디 해주고 싶었는데. 그냥 내 아이는 저렇게 키우지 말아야지, 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내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는데, 이 날 어린이날이었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자꾸 걸어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난다는데,
굳이 지구 한 바퀴 다 안 돌고 어린이날 전주동물원에 가면 전주 어린이들은 다 만날 수 있다. 거기에 토요일대잔치처럼 콩주머니 던지기, 사생대회, 연날리기 같은 걸 하는, 약 90년대 초반의 어린이날 풍경까지 덤으로 볼 수 있다. 





























이제부턴 내 사진.

























가증


























혼자라도 기린이와 사진을 찍고 싶었던 thㅓ리니.jpg (B컷)




생각해보니 전주영화제 온 티를 낼 수 있는 사진이 한장도 없길래, 자봉친구한테 한장 부탁했다. 사진팀 아니던데, 젊은 친구가 사진 찍는 법을 좀 아네.
근데 내 어색한 손가락 어떡하지.
(저 180 아님.)


부산과 비교하자면 전주는 좀 다큐적이고, 진정성에 대한 고찰 형식의 영화를 좋아한다.
나는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하하ㅏ하핳
그런데도 계속 오는 이유는, 부산과는 달리 유난 떨지 않고, 소란 부리지 않고 반겨주는 영화제의 분위기 때문. 부산영화제는 규모만큼이나 떠들석하고 요란 법석스럽다는 느낌도 있다. (그래도 부산영화제는 내 시댁과 같은 곳)

내년에는 제발 남자친구와 영화제에 가볼 수 있기만을 바라봅니다...
훌쩍.






니네 집이요





근간에 철벽녀냐는 소리를 두 번이나 들었다.
정확하게는 철벽녀냐는 소리와 남자 싫어하냐는 소리를 들었는데,

만나고 싶은 사람은 늘 있는데
그게 그쪽이 아닌것뿐.

만나고 싶은 사람은 다 만나고 있으니 걱정인척 투정 노노해.



2.
스무 살 이후로 '자취하는 남자친구 집에서 우렁각시 놀이하기'가 연애 대 로망인데,
자취남을 단 한번도 만나 본 적이 없다. 헛살았네, 헛살았어. 



2-1.
순간 우렁각시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다슬기 처녀? 소라 각시? 우엉? 뭐지?' 이러고 미간 찌푸리고 있었다.



3.
나는 야하게 생긴 사람을 좋아한다.



3-1.
그리고 야해야 할 때와 진중해야 할 때를 가릴 줄 아는 사람이 좋지.



4.
서로 뭘 하고 싶고 뭘 할 건지 뻔히 다 알면서 태연하게
"저희 이제 뭐할까요?"
"그러게요. 어디 가고 싶어요?" 




2015. 6. 1.




"사람이 직장이란 곳에 들어가게 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삶에 찌들게 되는데
나연이에게는 그런 것이 잘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ㅎㅎ"


노력의 산물입죠.
하. 하.


힝, 선생님 보구 시퍼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