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29.





작업실 나온 지 6시간 째인데
글 1개 쓴 거 실화냐?...

11월 가능할까...

남 잔소리 할 때가 아닒ㅁ움라어ㅠㅎ루거







2018. 7. 28.





1.
작업실이 생겼습니다.
넘나 감사한데 표현할 길이 없어 (저 혼자) 대천사님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2.
책을 만듭니다.
통역 교수님이 좋은 번역가가 되기 위해선 자기 글을 쓸 줄 알아야 해요,
책 쓴 거 좋은 일인 것 같은데요?
해주셔서 용기를 조금 얻어가지고 좀 더 박차를 가해보기로.

번역가나 통역사는 앞에 나서서 눈에 띄려고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하는 걱정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사실 죄의식, 비슷한 게 있었는데
선생님 말 듣고 조금 누그러들었습니다.



3.
다정한 채찍질 해주는 사람 없이 나아가려니
더디고 또 무섭고, 
불안하고 외롭네요.





2018. 7. 12.





안녕?
나야.
평상시엔 반말을 한 적이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 하는 인사인가,
갸우뚱 했다면, 아니야, 네 얘기야.

내가 오늘 아침부터 일이 많았어.
약속도 두 개나 있었고.
그래도 중간에 운동도 다녀와서 하루가 참 길고 보람차네, 그러고 있었거든.

친구랑 저녁 먹고 나오는 길에 이름만 들어본 동네 서점이 있길래
무심코 들어가서 무심코 눈에 띄는 책을 한 권 집어들었어.

그게 무슨 책이었게?

네 여자친구가 쓴 책이더라.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ㅇㅇ아 이거 박 파란 색도 있겠지? 다음 인쇄 때 내 표지도 후가공 박 두 가지 색 넣어서 하면 되겠다, 이렇게, 라고 친구한테 책 표지를 보여주고 있었어.
그리고 누가 쓴 무슨 책인가 보려고 책을 열었더니 네 여자친구가 있더라.

내려놓을까, 그래도 한 페이지라도 볼까, 하다가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 - 이상한 표현이지? 자신이 없다니. 뭐가 자신이 없었을까? - 그냥 맨 뒷 페이지를 열었어.

나보다 먼저 냈네.

그리고 만나는 줄곧 지지와 응원을 보내준 애인에게 고맙고 사랑한대.

지지, 응원, 애인, 사랑.


나는 종종 궁금했거든. 너도 사랑이라는 말을 할까. 너도 여자친구 곁에 누워, 사랑해, 하고 눈웃음을 지을까. 네가 하는 그건 사랑일까.

사람이 속독할 때는, 그러니까 한국어로 쓰여진 글을 속독할 때는 대각선으로 읽어 내려간대. 그러면서 키워드만 눈에 담는거야. 

내 눈엔 저 네 단어만 들어왔어. 사실 숫자도 같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건 생략할게.



너에게 책을 주던 날이 생각나더라.
나는 대단하다고, 잘했다고, 기특하다고, 민망하고 좋더라고, 네가 뱉은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태어나 처음 들어본 단어인양 차곡 차곡 담아뒀는데, 고마워서 나도 모르게 목 놓아 울었는데, 
넌 이미 한 번 해본 얘기겠다 싶어졌어.

네 여자친구에게도 똑같은 말을 했겠지.
대단하다, 고생했다, 민망하고 좋더라.




나한테 한 말은 다 재활용품이었겠구나, 나는 재활용품인줄도 모르고 혼자서도 쏟지 못한 눈물을 네 앞에서 그렇게, 병신같이, 그 생각이 들어서
너무 서럽고 비참하네.



너에게 뭐 어쩌란 건 아니야. 그냥 내 기분이 좆같아서.
나는 홍길동이 왜 세상을 뒤엎겠다고 집을 뛰쳐나왔는지 이제 정말 잘 알 것 같아.
호부호형 하지 못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울며 세상을 원망했던 홍길동의 마음을 알 것 같아.


그게 아니라고 설명도 변명도 하지 않아도 돼.

기든 아니든 그게 지금와서 나한테 무슨 소용이야?



나는 네가 너무 싫다 지금.
너무 싫고 너무 끔찍해. 





2018. 7. 9.

글이 너무 너무 쓰고 싶어질 때




1.
얼마 전에 김영탁 감독/작가의 '곰탕'을 봤습니다.
저희 동네 지하철역에 '지하철 스마트 도서관(?)' 이라고 무인 대여 기기가 생겼거든요.
신간이 빵빵하게 (300여 권) 구비되어있어 가장 처음으로 '곰탕'을 빌려봤습니다.

상권을 읽을 땐 아 좀 몰입이 잘 안 되네, 하다가
하권에서 작가의 말 읽는데 눈물이 콱 쏟아져가지고설라무네.

바나나나 삶은 달걀 같은 걸로 끼니를 때우며 방에 쳐박혀 글만 썼다는 작가의 후기를 읽을 때마다 부럽고 또 부럽습니다.
하루종일 학원 수업과 스터디, 복습으로 시간을 보냈다던 합격 수기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인데, 그것보다 조금 더 강하고 조금 더 아픕니다. 
대학원은 붙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붙고 나면 공부하느라 미뤄뒀떤 경제활동인구로서의 제 몫을 보란듯이 해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글쓰기는 다릅니다. 이걸로 돈을 벌 자신이 없습니다. 정말 달걀만 먹으며 글만 썼다가는 저만 굶어죽는 게 아니라 가족 모두 아사할 겁니다. 전 굶어 죽어도 괜찮은데, 가족까지 죽이는 건 좀 너무 한 것 같아서요. 자꾸 돈돈 하는 제가 너무 싫고 비참하다가도 남에게 민폐 끼치지 않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그때 글쓰기는 좋은 답이 되지 못합니다. 책을 팔아보니 더 잘 알겠습니다. 
그래서 또 그냥 침대에 드러눕습니다. 에휴, 어차피 못 할 텐데 뭐.

그럼에도 꼭 글을 쓰고 싶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정말 반 년만이라도 글만 써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런 시간이 주어지면 또 칠렐레 팔렐레 누워만 있겠죠? 
넷플릭스나 보고, 저보다 더 빼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의 콘텐츠를 소비하며 "으 존잼" 그러겠지요?

그래도 쓰고 싶습니다. 
기왕이면 소설을 꼭 한 번 써 보고 싶고요.



2.
저번에도 적었지만, 감사하게도 책을 내고 ('복수'의 후후후후) 출판사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책도 괜찮고 개정판도 괜찮으니 같이 해보면 좋겠다고요.

근데, 선뜻 맘이 안 서네요. 내 주제에 망설이다니. 

책 만들다 러브콜(?) 받았던 작가님들 보면서 오오, 대단하다, 부럽다, 했는데
책은 생각보다 무거운 창작물이더라고요.

언제 어디서 뭘 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방학 땐 아무래도 못한 공부를 좀 더 진득하게 해야 할 것 같아요.
게다가 다음 학기부턴 동시통역을 배울 거거든요. 이젠 진짜 정신 단디 챙기지 않으면 ㅈ되는 수가 있습니다.

(아 뭐, 그래도 저 이번 학기 학점 4쩜 넘었다능?)

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어쨋거나 시작만 하고 끝을 못내는 병에 걸린 줄 알았는데, 모동섹으로 그건 좀 치유되지 않았을까, 작은 희망을 품어봅니다.

모동섹은 이번 인쇄하고 나면 좀 쉴 예정입니다. 학생의 본분을 지켜야지요.
대신 표지에 돈을 팍팍 써서, 소장 가치 +15 정도 되게, 새로 뽑아볼라고요.

근하전하 일에 파묻혀 지내느라 살만 디룩디룩 찌고 말이죠.


몸도 정신도 회복 되면 또 뭐 쓸게요.

곧 또 책으로 만나요 :)




2018년 상반기 결산





시계열 순으로 적습니다...


1월 
독립출판 원고 작성 시작



2월
열 권을 모아 십덕후가 되자는 더쿠잡지 컨셉에 반하여 늘 관심갖고 보았던 the kooh 편집장님의 인디자인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고, 2월 말에 스토리지 4주 워크샵을 들었습니다.

(텀블벅 대박이 나기 직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동이괴물 제작 텀블벅에 막 올리셨을 때였나? 기믹이 막 나왔던 시기였던 듯)



3월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너무 아재 개그입니까?) 통대입학.
노량진에서 회기는 제 체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거리가 절대 아니란 것을 깨닫고 도가니가 갈리도록 뛰고 또 뛰었던 한 달이었네요. 나이와 반비례하여 떨어지는 체력이 서러워서, 무어 하나 쉽게 주는 법이 없는 내 팔자가 너무 서러워서, 등하교길에 뛰다말고 길거리에 퍼져 엉엉 울고 싶은 날도 많았더랬죠. 
회사를 다니고 주1회 워크샵을 참여하는 것, 다 학기 초이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경기도 오산이었습니다.
과제가 2주차부터 부담스럽기 시작했고, 스터디도 하려다보니...

이렇게 지지고 볶고 난리 브루스 끝에 나온 것이 지금의 '모동섹'입니다.
가제본 인쇄 찾으러 다닐 때만 해도 이게 이렇게 큰 일(?)이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네요.

아 물론
'아 씨, 책 막 잘 팔려서 북토크 같은 것도 함 해보면 좋을텐데'
하는 소망은 있었죠.

어느 누가 '망할 책인데 뭐...' 하면서 창작물을 만들겠습니까...

다만 반 년에 걸쳐서 300권쯤 팔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3개월 만에 네... 그래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 와중에 그러고 보니 나이키 서울 맥스 행사 북클렛 번역도 했네요.
친구들이 야금 야금 물어다주는 일감을 그래도 3월? 4월? 까지는 어떻게든 해냈던 것 같습니다.

나리가 준 나이키 굿즈 너무 맘에 들어서 아직도 못 쓰고 있습니다(?)



4월
첫 입고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천사 같은 베로니카님 덕에 오키로북스를 알게 되어 가볍게 중쇄, 3쇄까지 갔지요.

그러는 동안 저는 오탈자, 인용구 표시 등으로 뜬 눈으로 밤을 지샌 날이 늘었습니다.
어느 날은 이 문장에 눈엣가시처럼 걸리고, 다른 날은 또 다른 문장이, 단어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이 자꾸 눈에 거슬려 '미완성' 상태의 물건을 돈을 받고 팔았다는 생각으로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사실 친한 친구들 빼곤 어느 누구에게도 말 못했는데요, (말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고)
매 인쇄때마다 절판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쓰레기 같이 헛점 투성이인 걸 글이라고 내놓고 돈을 받았냐, 싶어서요.

근본적으로 책을 낸다는 행위에 동반되는 책임감, 부채감, 자괴감을 이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글을 시장에 내놓는다는 건 글을 쓰는 것과 전혀 다른 일이더라고요. 

그리고 학교 중간고사.
시험은 몇 개 없었는데, 시험이 끝나고 쌓여있던 게 폭발했는지 결국 응급실 신세를 졌습니다.
다들 과로해서 그렇다고 하셨는데,
과로보단 책 작업으로 신경이 곤두설 대로 곤두서서 똑, 하고 부러진 것 같아요.
그와중에 공부에 오롯이 빠지지 못하는 것도 너무 죄스럽고.



5월
첫 북토크가 있었습니다. 나의 사랑 너의 사랑 오키로미터에서 주최해주셨고 아무말 대잔치였지요.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내 '아 미쳤나봐. 왜 그딴 소리를 했지.' 하며 울상지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북토크도 있었어요.
나름 두 번째라고, 사실 아름이가 다 차려놓은 밥상이었어서, 좀 더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광대처럼 굴지 않는 일은 어렵지만, 그래도 다들 고민한 책을 들고와 책 마니또도 하고, 선물도 받고, 아름이 짱이야...

생각해보니 모든 달을 책 관련 일로 시작했네요.

5월 말은 심지어 퍼블리셔스 테이블이 있었으니까.

이때 회사에서 '아침에 좀 일찍 오는 게 어떨까?'라고 한 마디 하셨을 뿐인데
갑자기 너무 죄송하고 송구하고, 죄송하고 송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게 너무 분하고 화가 나서, 사무실 구석에서 혼자 질질 짰던 게 ...
주마등처럼 스쳐가네요...



6월
그래서 결국 5월 말인가? 된통 아프고 도저히 회복이 되지 않을 때부터 그냥 택시 타고 등하교 및 출퇴근 했습니다. 택시비가 18,000원인 거리지만, 책 판 돈 내가 나 편한 데 써야지 뭐 어쩔건데, 하면서요.
다 쉬엄 쉬엄 하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광광.

그랬네요.

그리고 종강.



7월 9일 오늘
4쇄 수량 매진.
하지만 파본 재인쇄 맡긴 게 있으니 아마 이번주에 40권이 들어오고, 또 나가면 4쇄는 정말 공식적으로 마감입니다.




지난 6개월 간 제일 많이 느꼈던 감정은
서러움이네요.

태어난 순간부터 서러울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분하고 서러운 2018 상반기였어요.
이제서야 겨우 하고 싶었던 걸, 이렇게나 잘 할 수 있는 걸 하게 됐는데
체력이 떨어져서, 맘대로 도와달라는 말도 못하는 등신이라서, 도와달라고 해봤자 정말 도와줘야 할 사람들은 그럴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서, 그래서 하고 싶은 수백 가지 중에 단 하나도 '제대로' 못해서, 너무너무 서러웠어요.

내가 노력을 안 하는 것도 아닌데, 도저히 내 노력으로 개선할 수 없는 것들이 내 발목을 잡고 늘어질 때, 그 무력감을 아시는지요.

자꾸 아프고, 자꾸 쳐지고, 자꾸 밀리고.

없는 집 자식이 재주를 갖고 태어나는 건 저주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고 또 했던 2018년이었습니다.


그래도 안 서러운 척 하면서, 상처 받지 않은 척 하면서, 여느 때처럼 씩씩하고 당차고 진취적인 인간인 척하면서 반 년을 넘겼습니다. 
니가 준 상처가 가장 독했는데, 너는 아는지요? 
그래도 그 덕분에 책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 고마운 책 덕분에 학비도 벌었어요. (아직 정산은 다 안 됐지만 여튼...)

이제 연남동으로 독립만 하면 되겠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