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열 순으로 적습니다...
1월
독립출판 원고 작성 시작
2월
열 권을 모아 십덕후가 되자는 더쿠잡지 컨셉에 반하여 늘 관심갖고 보았던 the kooh 편집장님의 인디자인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고, 2월 말에 스토리지 4주 워크샵을 들었습니다.
(텀블벅 대박이 나기 직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동이괴물 제작 텀블벅에 막 올리셨을 때였나? 기믹이 막 나왔던 시기였던 듯)
3월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너무 아재 개그입니까?) 통대입학.
노량진에서 회기는 제 체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거리가 절대 아니란 것을 깨닫고 도가니가 갈리도록 뛰고 또 뛰었던 한 달이었네요. 나이와 반비례하여 떨어지는 체력이 서러워서, 무어 하나 쉽게 주는 법이 없는 내 팔자가 너무 서러워서, 등하교길에 뛰다말고 길거리에 퍼져 엉엉 울고 싶은 날도 많았더랬죠.
회사를 다니고 주1회 워크샵을 참여하는 것, 다 학기 초이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경기도 오산이었습니다.
과제가 2주차부터 부담스럽기 시작했고, 스터디도 하려다보니...
이렇게 지지고 볶고 난리 브루스 끝에 나온 것이 지금의 '모동섹'입니다.
가제본 인쇄 찾으러 다닐 때만 해도 이게 이렇게 큰 일(?)이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네요.
아 물론
'아 씨, 책 막 잘 팔려서 북토크 같은 것도 함 해보면 좋을텐데'
하는 소망은 있었죠.
어느 누가 '망할 책인데 뭐...' 하면서 창작물을 만들겠습니까...
다만 반 년에 걸쳐서 300권쯤 팔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3개월 만에 네... 그래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 와중에 그러고 보니 나이키 서울 맥스 행사 북클렛 번역도 했네요.
친구들이 야금 야금 물어다주는 일감을 그래도 3월? 4월? 까지는 어떻게든 해냈던 것 같습니다.
나리가 준 나이키 굿즈 너무 맘에 들어서 아직도 못 쓰고 있습니다(?)
4월
첫 입고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천사 같은 베로니카님 덕에 오키로북스를 알게 되어 가볍게 중쇄, 3쇄까지 갔지요.
그러는 동안 저는 오탈자, 인용구 표시 등으로 뜬 눈으로 밤을 지샌 날이 늘었습니다.
어느 날은 이 문장에 눈엣가시처럼 걸리고, 다른 날은 또 다른 문장이, 단어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이 자꾸 눈에 거슬려 '미완성' 상태의 물건을 돈을 받고 팔았다는 생각으로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사실 친한 친구들 빼곤 어느 누구에게도 말 못했는데요, (말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고)
매 인쇄때마다 절판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쓰레기 같이 헛점 투성이인 걸 글이라고 내놓고 돈을 받았냐, 싶어서요.
근본적으로 책을 낸다는 행위에 동반되는 책임감, 부채감, 자괴감을 이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글을 시장에 내놓는다는 건 글을 쓰는 것과 전혀 다른 일이더라고요.
그리고 학교 중간고사.
시험은 몇 개 없었는데, 시험이 끝나고 쌓여있던 게 폭발했는지 결국 응급실 신세를 졌습니다.
다들 과로해서 그렇다고 하셨는데,
과로보단 책 작업으로 신경이 곤두설 대로 곤두서서 똑, 하고 부러진 것 같아요.
그와중에 공부에 오롯이 빠지지 못하는 것도 너무 죄스럽고.
5월
첫 북토크가 있었습니다. 나의 사랑 너의 사랑 오키로미터에서 주최해주셨고 아무말 대잔치였지요.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내 '아 미쳤나봐. 왜 그딴 소리를 했지.' 하며 울상지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북토크도 있었어요.
나름 두 번째라고, 사실 아름이가 다 차려놓은 밥상이었어서, 좀 더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광대처럼 굴지 않는 일은 어렵지만, 그래도 다들 고민한 책을 들고와 책 마니또도 하고, 선물도 받고, 아름이 짱이야...
생각해보니 모든 달을 책 관련 일로 시작했네요.
5월 말은 심지어 퍼블리셔스 테이블이 있었으니까.
이때 회사에서 '아침에 좀 일찍 오는 게 어떨까?'라고 한 마디 하셨을 뿐인데
갑자기 너무 죄송하고 송구하고, 죄송하고 송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게 너무 분하고 화가 나서, 사무실 구석에서 혼자 질질 짰던 게 ...
주마등처럼 스쳐가네요...
6월
그래서 결국 5월 말인가? 된통 아프고 도저히 회복이 되지 않을 때부터 그냥 택시 타고 등하교 및 출퇴근 했습니다. 택시비가 18,000원인 거리지만, 책 판 돈 내가 나 편한 데 써야지 뭐 어쩔건데, 하면서요.
다 쉬엄 쉬엄 하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광광.
그랬네요.
그리고 종강.
7월 9일 오늘
4쇄 수량 매진.
하지만 파본 재인쇄 맡긴 게 있으니 아마 이번주에 40권이 들어오고, 또 나가면 4쇄는 정말 공식적으로 마감입니다.
지난 6개월 간 제일 많이 느꼈던 감정은
서러움이네요.
태어난 순간부터 서러울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분하고 서러운 2018 상반기였어요.
이제서야 겨우 하고 싶었던 걸, 이렇게나 잘 할 수 있는 걸 하게 됐는데
체력이 떨어져서, 맘대로 도와달라는 말도 못하는 등신이라서, 도와달라고 해봤자 정말 도와줘야 할 사람들은 그럴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서, 그래서 하고 싶은 수백 가지 중에 단 하나도 '제대로' 못해서, 너무너무 서러웠어요.
내가 노력을 안 하는 것도 아닌데, 도저히 내 노력으로 개선할 수 없는 것들이 내 발목을 잡고 늘어질 때, 그 무력감을 아시는지요.
자꾸 아프고, 자꾸 쳐지고, 자꾸 밀리고.
없는 집 자식이 재주를 갖고 태어나는 건 저주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고 또 했던 2018년이었습니다.
그래도 안 서러운 척 하면서, 상처 받지 않은 척 하면서, 여느 때처럼 씩씩하고 당차고 진취적인 인간인 척하면서 반 년을 넘겼습니다.
니가 준 상처가 가장 독했는데, 너는 아는지요?
그래도 그 덕분에 책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 고마운 책 덕분에 학비도 벌었어요. (아직 정산은 다 안 됐지만 여튼...)
이제 연남동으로 독립만 하면 되겠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