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캘리에 사는 동안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이 몇번 안 되는데 그 중 한 번이 라구나 비치에서 산책하던 오후였다. 당시 내 세상은 끝없는 심해 바닥같았는데 강아지와 함께 내 곁을 지나쳐간 사람들이나 황색 설탕만큼 고운 모래사장 위에서 비치 발리볼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더 없이 일상적이어서 나는 철저한 이방인임을 상기시켜주었다. 또 동시에 저 정도 삶이면 행복하겠다는 희망이나 목표 같은 것도 심어주었다.
캘리포니아의, 남가주의 해안가는 동부나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여유로우면서도 경쾌하며 가볍고, 지는 노을처럼 짧은 시간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실제로 노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바닷가 같다. 헐리우드 영화 속 장면들이 그곳에선 그저 평범한 일상의 단면이어서 가끔 자기 전에 누워 라구나 비치에서 팔던 카라멜 애플이나 베니스 비치의 $2짜리 레몬에이드와 페퍼로니 피자 세트를 더듬어본다. 그리고 울다 잔다.
2014.11
2.
여름에 뉴욕에 가겠다고 공포했다. 나에겐 선언과 같은 결심이다.
왜 하필이면 뉴욕이냐고, 뉴욕이 뭐 대수냐는 듯이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버텨왔는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내가 왜 이 수치스러운 과거를 도로 꺼내어 다시 탈탈 털어내기 시작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나는 나를 찾으러 간다. 한국에서 태어난 내 자아가 뉴욕에 있을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내가 돌아온 그 길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러 간다. 뉴욕, 별 거 없네, 그러려고 간다.
3.
SBS에서 단원고 졸업생 아이들을 보여주었다.
말 같은 게 다 무슨 소용이랴. 대통령 얘기라도 적으면 잡혀가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