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20.

Not a big fan of regret and boredom

 



1.

믄재가 비비 좋아한다고 할 때 좀 들어둘 걸 그랬다 싶을 정도로 비비 노래를 열청하고 있다.

얼굴은 낯선데 목소리가 익숙해서(낯익었다고 썼다고 목소리에 낯이 있나? 싶어서 다르게 적는다) 유투브를 뒤졌더니 예전에 타이거 JK랑 윤미래랑 다 같이 어디 나온 걸 본 적이 있더라고(내가). 그때 ‘안 맞는 옷을 입혀 나왔네. 저런 거 아님 더 잘 놀겠구만’ 이라고 생각했던 것까지 기억났다.



2.

가장 많이 돌려 듣고 있는 건 쉬가릿과 비누. 어떤 분 인스타 들어갔다가 쉬가릿 라이브를 보그랑 찍은 동영상을 보고 치여서 듣고 또 듣는데, 드디어 20대 여성 뮤지션이 담배와 콘돔 얘기를 자유롭게 해도 되는 날이 온 것인가!!! 좋아서 들었다. 내 책 너무 보내드리고 싶더라.

하지만 가슴에 가장 진하게 박힌 가사는 비누의 한 대목이었다. 


오늘 했던 거짓말들

어제 했던 bad decision

Do you know how to keep myself clear

다 비누로 씻어내는 거지


이 부분 최고야. 



3.

영상을 보고, 인터뷰를 뒤지고, 노래를 종일 듣다 내가 이 뮤지션을 굉장히 부러워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예쁘고 재능있는 거야 당연히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부러운 건 다른 면이었다.

나쁜 선택에게 내어줄 시간이 있다는 점. 그리고 오늘 다시 거짓말을 해도 내일 비누로 씻어내면 그만인 그 여유, 나에게는 이제 사치인 일을 맘껏, 양껏 낭비 할 수 있다는 점. 그게 눈도 못 뗄 정도로 부럽더라.


더 실수하면서 살 걸, 

더 엉망진창인 선택들을 하며 살 걸,

그때 가진 거라곤 시간과 감정뿐이었는데, 더 무모하게 쓰면서 살 걸,

더 저지르면서 살 걸.(물론 충분히 그러고 산 것 같지만, 그래도.)


이젠 체력이 안 돼서, 잃을 것이 많아서, 다시 쌓는 일이 두려워서 선택은커녕 생각도 맘대로 하질 못한다.

요새 ‘더 열심히 살 걸’하는 아쉬움이 꼭 연못 아래로 가라앉았던 낙엽 떠오르듯 슬쩍 슬쩍 올라온다. 절대 그 보다 더 열심히 살 수는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종류의 열심일까. 뭐가 아쉬운거지. 그렇다고 지금 삶이 부족하거나 모자란 것도 아닌데.



4.

BIBI님 더 내키는대로 맘껏 살아주세요. 그리고 그거 꼭 노래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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