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20.

카메라를 든 남자들

 



1.

첫 남자친구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그 사람이 올린 사진 몇 장 때문이었다. 이런 사진을 찍는 사람은 누군지 궁금했다. 그 눈이 보는 세상이 궁금했다. 그 눈에 예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오로지 그 생각으로 만났다. 




2.

영화 감독, 감독 지망생, 카메라 상점 주인, 사진 작가 등등.

첫 남자친구 이후로도 카메라를 든 남자를 오지게도 만났다. 직접 카메라를 들고 나서는 사람이거나 못해도 카메라 없이는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사람이고 사물이고, 장삼이사 발에 채이는 것들 속에서 아름다움이나 추함을 찾아내 세상에 다양한 시선이 있음을, 시선이 닿을 수 있는 곳이 아직 많음을 몸소 증명해주는 사람들이 좋았다. 숱하게 당하고 뒷통수 맞아놓고도 여전히 좋다.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에 보면 주인공인 ‘심시선’이 남편이란 존재의 무용함에 대해 설파하면서 “그네들은 렌즈가 하나 빠졌”다고 평한다. 그래요, 그럴 수 있죠. 제가 그래서 렌즈 하나 더 달고 다니는 남자에게 끌리나봅니다요.




3.

좋아하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상냥하게, 다정하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려고 한 게 죄인가. 

취향이든 뭐든, 왜 늘 ‘대가’를 치뤄야 하는 걸까. 왜 늘 이런 취급 당해야 하는 걸까.




4.

아니 씨발, 그런 새끼들도 옆에 멀쩡하게 애인은 끼고 있자나. 나는 왜 아니냐고. 시발 진짜.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