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는 건 뭐든 거절하는 사람과 오래 만난 적이 있다.
내가 밥을 산다고 해도 괜찮다며 꼭 자기가 내거나 각자 내는 쪽을 택했고, 무얼 선물해주고 싶다고 말해도 한사코 거절했다. 정 뭘 사주고 싶어질 땐 일단은 사고, 제발 좀 그냥 가져가라고 떠밀어야 어쩔 수 없이 알겠다며 조용히 가방에 넣는 사람이었다.
내 애정이야 말할 것도 없지. 4년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마음은 받고 말고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것 같다. 마음이란 언제나 일방적이다. 주면 끝. 상대가 무턱대고 들이대면 내가 거절할래야 거절할 수가 없다. 이미 봐 버렸으니까. 예고도 없이 찾아와 두고 간 마음에 대해 내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란 보고도 무시하거나, 나 역시 마음을 주러 가는 것뿐. 그는 그 중간쯤이었다. 내가 두고 간 마음을 그 자리에 그대로 놓고, 감상했다.
나연씨가 저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가끔은 진심을 다해 안쓰럽고 안타까워 해줬다. 제가 뭐라고 그렇게까지 좋아해요. 그런 거.
받는 일에 대해 그렇게 철벽을 쳤던 것 치고 그 사람은 나에게 너무도 많은 걸 남겨주고 갔다. 갔나? 내가 떠난 건가?
여튼,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뽑아 먹을 수 있는 건 다 뽑아먹었다. 정기든 온기든 지식이든,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전부.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면 머릿속이 깜지가 되도록 그가 썼던 단어, 그가 언급했던 책, 영화, 다큐, 만화, 기사 전부 되새겼다. 그리고 기약없는 다음 만남을 기다리며 그가 알려준 건 몽땅 공부해갔다.
3차 성징기처럼 그를 만나는 동안 엄청나게 자랐다. 그를 양분 삼아.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정말 뭘 주긴 했나 싶다. 그 사람은 날 만나는 동안 나로인해 자극 받거나 영감, 하다 못해 글감이라도 얻어갔을까? 나는 기꺼이 그의 글이 되고 싶었는데. 그보다 더 영광은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정중한 거절과 받는 시늉 중에 뭐가 더 쓰린가 생각하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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