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독립한 지 곧 반 년이 된다(오 생일날 딱 6개월 되네). 세상 시간 진짜 빠르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그간 많은 친구들이 다녀갔다. 예상치도 못했던 손님들도 있었고, 남자를 보는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간 사람도 있었다. 아무나 집에서 재우지 말아야겠다 결심했지만 예외도 있었다. 가장 고대했던 네 발 달린 친구는 일주일 가까이 자고 갔다.
아직 못 온 친구들도 몇몇 있지만, 친구들 덕분에 덜 외로웠다. 덜 춥게 지냈다.
1-2.
글자 그대로 덜 춥게 지냈는데, 우리집에 채광이 어느 정도로 잘 드냐면 나는 12월이 될 때까지도 우리집 보일러 밸브가 잠겨 있는 것도 몰라서 1월까지 도시가스비가 0원이었다. 관리사무소 선생님이 오셔서 확인 안 해주셨으면 겨울내 보일러도 못 틀고 ‘이 집은 원래 이렇게 틀어도 쌀쌀하고 안 틀어도 뜻뜻하고 그런가?’ 하며 지냈을 거다. 하이고.
2.
클럽하우스라는 새로운 sns가 생겼다. iOS에서만 사용가능한데다, 영어 UI, 인비테이션 기반 가입방식 등 여러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폐쇄적인 서비스임에도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사용자 중 아주 높은 비율이 테크 산업 종사자들이나 마케터, 홍보 전문가들. 이 기회를 노려 여러 (중견)스타트업에서 기업 설명회 같은 취업 설명회 같은 묘한 세션들을 열고 있고,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쟉은 채널에 옹기종기 모여 내부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우리도 당연히(?) 채용 설명회 비스무레한 세션을 진행했고,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팀원들이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책 얘기까지 하게 되었는데, 덕분에 아주 소수의 회사 동료분들께 인스타 계정까지 알려드리게 되었다.(알려드린 것보다는 클하 프로필에 인스타 계정을 연동시켜둔 탓에 실제로 클하에서 만난 다양한 분들이 인스타까지 팔로우해주셨다. 인클루딩 정재승 교수님. 아 대박 가슴 설렛찌 모야...)
고로...
이제 토비즈 계정에는 좆이네 엿이네 씨발이네 같은 소리는 못할 것 같다...
2-2.
우리 회사에 글 쓰는 분들 많더라. 블로그든 브런치든 시든 뭐든.
3.
사내 북클럽에서 장애학 도서를 읽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각자 할 얘기가 너무 많았다. 이런 분들과 일 하고 있어서 천운이다. 일복과 직장복은 타고 났다 증말.
4.
안 마시던 커피를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마신다고 표현하기 머쓱할 정도로 일주일에 연하게 탄 라떼 한 잔 정도 마실까 말까 하지만, 그래도 카페인 수혈이 아니라 맛이 그리워 커피를 마신 건 진짜 오랜만이다. 물론 커피 맛 뭣도 몰라서 서교동 앤트러사이트에서 모카포트로 내려준 라떼가 내 기준에선 젤 맛있다. 혀지네 오빠네 txt 커피 라떼도 진짜 존맛이었는데.
5.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하려 한다. (아마도 내일이나 모레.)
친구도 별로 없는데, 그 중에 차 가진 친구는 더 드물고, 그 사람들(이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거리감이 있는 사이)에게는 차마 어딜 같이 가달라 부탁할 염치가 없어서, 그냥 내가 해야겠다. 하아... 어바인에서 면허 시험 세 번 떨어진 순간 평생 운전따윈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는데 될까. 생각만 해도 너무 무섭네 ㅠ
근데 뭐 걔도 하고 쟤도 하는데 나도 딸 수 있겠지, 면허...
그리고 회사 언제까지 다닐지 모를 일이므로(회사에서 학원비 지원해줌) 일단 학원은 등록해야 한다.
5-2.
아, 회사에서 아이패드도 사줬고, 책도 개 마니 사주고, 러닝화도 사주고, 1:1 pt도 끊어줬다. 이거랑 재택근무때문에 진짜 이직 엄두도 안 난다. 넘 좋다.
사랑해요 순두부두...
PS.
아까 앤트러사이트 입구에서 토스트랑 비슷한 친구와 함께 광합성 하고 있는 커플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다 눈물이 찔끔 났다. 나한테는 왜 저런 일이 도무지 주어지지 않는 걸까. 내 삶에 유일하게 없는 행복. 내가 애타게 그리는 행복은 볕 좋은 주말, 강아지와 사랑하는사람과의 산책을 곁들인 라떼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