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없는 2주.
대신 수면의 질이 급락했다.
약으로 수면시간 패턴을 잘 잡아서 11시면 졸리기 시작해서 보통 1시 전엔 잠드는데,
두 시간 간격으로 계속 깬다.
2~3시 사이에 한 번,
5시에 한 번,
7시 좀 넘어서 한 번.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요즘 정말 신생아처럼 아무 근심 걱정도 없는데.
잠을 설쳐서인지 뭔지 목덜미부터 어깨, 날개뼈, 등허리까지 근육 긴장이 풀리질 않아서 결국 안마원까지 다녀왔다 (이 얘긴 또 따로 써야지).
병원 갔더니 일단 수면제를 다시 먹어보자 하셔서 다시 먹는 중.
먹으니 역시 깨진 않는다. 어깨도 덜 아프고.
어깨가 나아진 건 안마원 덕분인지 약 때문인지 잘 파악이 안 된다.
병원 다니면서 계속 이런 상태다.
약 덕분에 뭔가 변하고 있긴 한건지,
공부에 대한 의욕이 조금이라도 돌아온 건 정말 약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학기말이 다가오고, 작가라고 불리는 일도 줄어들고, 엄마가 다시 병원에 가면서 나의 스트레스 요인들이 사라졌기 때문에 나아진 건지.
아, 중간에 약도 바꿨다. 속이 더부룩하거나 아침에 일어나 머리가 띵하던 건 없어졌는데, 이것 역시 약을 바꿔서인지 아니면 그냥 단순히 스트레스탓이었는지 판단 불가.
나는 왜 애매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원인을 찝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
세상은 연구실이 아닌데 말이야.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종속 변수같은 게 있을 수 없다. 나를 둘러싼 모든 면면이 독립 변수고 제 멋대로 날뛰고 제 멋대로 변한다.
약을 먹기 시작한 후 찾아온 긍정적인 변화라고하면 일단 엄마와 싸우지 않는다는 게 제일 크다. 엄마에게 짜증내는 빈도도 줄었고, 엄마에게 품고 있던 분노? 원망? 원한?도 많이 줄었다. 근데 이것 역시 엄마가 다시 입원한 덕분에 우리가 한 공간에 살지 않아서인지, 뭔지 모르겠다.
저번에 얘기한, 이불에 돌돌 쌓인 감정이라는 게 생각해보니
감자떡에 비유하는 게 딱 맞겠다. 소가 들여다 보이는 투명한 감자떡.
속을 들여다 볼 수는 있지만 울퉁불퉁한 떡 때문에 소의 형태나 정체를 잘 알 수 없는 감자떡.
나는 시방 고요한 감자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