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18.

통번역 대학원 준비 2 - 에세이




안녕하세요?
여러분, 제가 드디어 수험생 생활을 끝냈습니다 엉엉.
외대에 붙었거든요. 공부하고 싶다 노래를 불렀는데 공부를 하게 됐네요.

지난 1년간 저는 그 누구보다 제 자신에게 고맙다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집에서도, 친구들도 도와줄 수 없는 일이라 더욱 스스로를 채찍질 하며 공부해야 했어요.
제 자신이 기특하고 고맙습니다.
자의식 과잉이나 자기애가 아니라 정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흔들리지 않고 공부해줘서 고맙습니다.

저는 사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라 올해 초 최대 고민은 공부가 아니라 이직이었습니다.
다행히 좋은 곳에 오전 근무만 하는 조건으로 취업하게 되어, 번역가 커리어를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걸론 조금 모자라서, 영어 교육 어플리케이션 번역가로 재택근무도 겸업하였습니다. 결국 투잡을 뛰었죠.

그러면서도 틈틈이 스터디를 하고 운동도 하고 여행도 가고 책도 읽고. (친구들은 정말 거의 안 만났............)
그렇게 2월부터 9개월 동안 공부했네요.

대단히 빡센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열심히 했어. 장해. 잘했어.




오늘은 지난번에 적다 만 에세이 얘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영어나 우리말이나, 작문 공부 할 때 필사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필사를 종종 했습니다. 단행본 말고 쪽글이나 사설, 기사 같은 걸 베껴 썼습니다.

1) 기사 선정
2) 기사 눈으로 읽기
3) 기사 낭독
3-2) 기사 시역/문장구역
4) 기사 (문단 별로) 외워서 영어로 낭독
5) 기사 외워서 영어로 낭독하며 필사

시간이 나면 위 5단계를 다 하고요, 급하면 1, 5 단계만 합니다

그리고 기사를 눈으로 읽을 때나 낭독할 때 아래 작업은 동시에 수행합니다.

1) 주어 내에서 의미에 따라 구 덩어리로 나누기
2) 주어와 동사 확인하기
3) 목적어 내에서 의미에 따라 구 덩어리로 나누기
4) 관용적 표현 별표 해두기

예를 들어볼게요.

There are certain movie scenes / that are so iconic that they still retain their importance in the pop-culture lexicon,// even decades later.// When Holly Golightly, played by Audrey Hepburn, / stepped out of a yellow cab and / sauntered to the window of Tiffany & Co. // in the 1961 film “Breakfast at Tiffany’s,” // with Henry Mancini and Johnny Mercer’s “Moon River” playing in the background, / such a scene was created.//

(출처: https://www.nytimes.com/2017/11/11/travel/tiffany-and-co-jewelry-breakfast-audrey-hepburn.html)


위에 /는 주어나 목적어, 부사구, 절을 끊은 표시고 //는 의미로 문장을 끊었습니다.
sight translation 연습하듯이 끊었습니다.

엉성하게 번역하면 아래처럼 읽습니다.

어떤 영화 장면들 / 너무나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어 대중문화의 장르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 // 수십 년이 지나도 말입니다 // 오드리 햅번이 연기한 홀리 골라이틀리 / 노란 택시에서 내려 / 티파니 앤 컴패니의 창문 앞에 섰을 때도 그랬죠 // 바로 1961년 개봉한 "티파니에서 아침을" 이란 영화입니다 // 헨리 만치시와 조니 메세르의 "문 리버"가 배경음악으로 흐르고 / 그 장면은 전설이 되었습니다 //

저런 식으로 끊어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번역합니다.
(어미를 이리 저리 바꾸는 건 지양하고 싶은데, 실제로 학교 가면 어떻게 알려주시는지 모르겠네요)

3-2) 시역 과정을 한 번 거치면 필사할 때 훨씬 편합니다.



그리고 저렇게 끊는 이유는 또 있는데요.
주어를 무엇으로 가져가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학원에서 "영어다운 영어"의 중요성을 굉장히 강조하는데,
어떤 게 영어다운 건지는 안 알려줍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원어민의 글을 분석해서 보기로 했습니다.
시역을 하면서 '이런 내용은 나라면 우리말로 이렇게 했을텐데, 영어론 이렇게 썼을텐데' 생각해보고 그 문장이 원어민의 문장과 어떤 점에서 가장 다른지 살펴봤습니다.

주로 '주어'를 무엇으로 쓰는가, '관용적 표현'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여내는가, 이 두 가지가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이었습니다.


For generations of Hepburn fans, the outsized presence of the flagship store has allowed them to retrace her steps from the movie, but now they can truly have breakfast at Tiffany’s, 56 years after the film’s release.

위 문장에서 주어는 티파니의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인데요, 플래그십 스토어 카페가 리노베이션을 거쳐 정말 '아침'메뉴를 제공하게 되었고, 그래서 오드리 햅번의 팬들이 그의 영화처럼 실제로 '티파니에서 아침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보통은 저런 내용을
"오드리 햅번의 팬들은 ~" 이라고 시작할 거예요.
우리말이든 영어든 말입니다.
하지만 저 문장을 쓴 사람은 아마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주어가 됐을거고, 그 결과로(덕분에) 팬들이 오드리 햅번의 발자취를 따라 영화를 재현해 볼 수 있을 거라고 적었습니다.

게다가 우리말은 무생물 주어를 지양한다고 하죠.
"플래그십 스토어의 대형 규모가 팬들로 하여금 ~하게 했다"고 적으면 엄청나게 어색하고 이상한 번역투 문장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바로 위 기사에선 문장 끝에 after the film's release도 영화 개봉도 명사로 가져갔죠.
아마 제가 한글에서 영어로 번역했다면 명사구 대신 절(film was released)로 풀었을 거예요. 1) 명사로 쓰는 게 익숙치 않고 2) 불안하니까요.
틀린 표현은 아닙니다만, 좀 미숙해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내 말에 자신이 없으면 중언부언하게 됩니다.

동사를 명사로 변환하고, 주어에서 그 명사 쓰는 걸 어색해하지 않되 조심하며 쓰는 것.
그 연습을 주로 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잘 안 됩니다 ^^^^^^^^^^*


여튼 저런 걸 고려하면서 기사를 읽으면 하루에 3개 이상은 진 빠져서 못하겠더라고요.
그리고 우리말 신문 기사도 봐야하니까요...

저걸 필사하면서 외워서 베껴써야겠다 싶은 건 무조건 다음 에세이에 적용시켜봅니다.
outsized / so iconic that they retain the importance in the ~ lexicon / such a scene was created / For generations of AH fans,
이런 단어나 표현 등입니다.

진짜 쉬운 단어고 별거 아니죠? 
근데 글 쓸 때 안 나오더라고요. 글로도 안 나오면 입에선 당연히 안 나옵니다.



물론 외대 1차 시험은 듣거나 읽은 내용을 요약을 해서 한 편의 쪽글로 요약해야 합니다. 
요약을 해야 하고요. 사실 요약은 저도 잘 못합니다. 데헷 ^^ 그래서 뭐라 적을 게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노트테이킹도 해야 하죠. 노트테이킹은 학부 때 배운 걸 굉장히 유용하게 써먹었습니다. 원래 일할 때도 축약해서 많이 쓰기도 했고, 새로운 것들 몇 개 추가해서 계속 반복하며 외웠습니다. 기호는 김태훈 선생님께 배운 것도 참고했어요. 이건 입학 전까지 계속 기호를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에세이 공부 방법은 여기까지입니다.

좋아하는, 잘 쓴 글을 많이, 자주 보고 꼭 따라 써보세요.
사실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도 분명 있을 거 같은데, 전 무식하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뉴뉴...

다음엔 면접장 얘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사실 시험 준비하면서 전 그게 젤 궁금했던 것 같아요.

중대와 외대 시험을 보았으니 그 두 곳 시험 내용을 적어보겠습니다.

그럼 여러분 오야스미나사이-!





댓글 4개:

  1. 답글
    1. 허허허 처음 뵙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

      삭제
  2. 오 우연히 검색하다가 읽게 되었는데 전 지금 이창용 선생님 수업을 듣고 있거든요!!! 내년 3월에 꼭! 외대 후배로 만나길 기원하며 공부방법 잘 배워갑니당 (하트)

    답글삭제
    답글
    1. 안녕하세요 :) 원장님 수업 좋다고 하던데 못 들어봐서 아쉽네요. 10월까지 지치지 않고 차근차근 잘 해나가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파이팅하세요!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