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행을 안 좋아하는 김나연이에요.
정확하게는 장거리 비행을 싫어하는 김나연입니다.
한 2년 전부터 오키나와에 가보고 싶다고 타령을 했는데
드디어 다녀왔네요.
해외여행 쫄보라서 (특히 비영어권) 티켓 사는 것도 안내켜했는데
친구가 등떠밀어줘서 올해 초에 비행기 티켓과 에어비앤비를 한번에 해결했어요.
그리고 오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이 왔죠.
필름을 세 통이나 가져갔는데, 두 통 밖에 못 썼습니다.
오키나와가 생각보다 이국적이지 않은 까닭과 제가 필름가난병이 있어서 많이 망설이고 고민하다 셔터를 누르기 때문입니다. 일본 가서도 필름을 잔뜩 사오고 싶었는데, 일본에서도 필름은 잘 보이지 않더라고요. 몹시 매우 아쉬워요.
다음에 가면 (ㅋㅋㅋ) 유키시오 친스코 열 박스와 필름 열 통, 스노클링 안경 등을 사올겁니다. (오늘 종일 9월 티켓 알아본 새럼...)
저는 여행정보를 공유하는 블로거가 아니라 자세한 일정을 적진 않을 거지만
사실 자세하게 적을만큼 뭘 많이 하지 않아서 헐렁할거예요.
오키나와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더운 섬나라라서요. 바다 수영이 하고 싶었고, 더웠으면 좋겠고, 하와이 느낌도 조금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운 것도 맞고, 다도해마냥 여기 저기 오키나와군? 소속 섬이 많은 것도 사실인데
바다 수영은 생각보다 어려워서 무서웠고 하와이 느낌은 아저씨들의 셔츠에서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은 혼자 간 게 아니라 경로에 제약이 있었어요.
더 멀리 나가보지 못한 것은 좀 아쉽네요.
저는 피치항공을 타고 갔습니다.
다녀오니 에어 아시아는 호주에서 돌아오던 비행기에서 엔진 결함이 있었다면서?
사고가 많은 항공사라, 조심하세욤...
피치는 뭐 괜찮았다.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서 내리면 정말 충격적인 터미널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걸 미처 찍어오지 못했네.
(위험하다고 사진 찍지 말고 얼른 가라고 해요)
오전에 출근하고 점심도 못먹고 집으로 뛰어갔다
바로 짐 싸서 지하철 타고 이동했다.
리무진 타려했더니 길이 막히는지 두 시간이나 걸린다는 거다.
근데 워낙 짐을 적게 싸서... 무리 없이 공항철도 이용.
오후 4시 반 비행기였어서 도착하니 7시, 집에 가니 8시,
뭘 할래야 할 수도 없는 첫날이라 숙소에 짐 풀고 좀 쉬다 쟈키스 스테이크 먹으러 다녀왔다.
그 사진은 인스타에만 올렸는데,
음 오키나와 스테이는 우리나라 철판구이같은 느낌이다.
두툼한 미국식 스테키를 기대하시면 아니되무니다.
아, 그리고 까먹고 있었는데
일본어 기본적인 건 익혀가는 게 좋다. 난 중학교때 SMAP 덕질하고 일드 보며 배운 뒤 한번도 써먹어본 적 없던 일본어를 갑자기 쓰느라(...) 당황했지만 그래도 '아, 덕질은 역시 이로운 것' 하면서 다녔다.
근데 진짜 기본적인 것, 예를 들어 히라가나, 가타카나 읽는 법, 인사하고 위치 묻는 법 같은 거 외워가면 된다.
오키나와는 생각보다 우리말이 적힌 곳이 많았지만 내가 진짜 가보고 싶던 곳들은 죄다 로컬 식당/일반 상점/슈퍼마켓/시장(...) 같은 곳이었어서 아무도 영어를 하지 못할 때도 많았다. 통역기 어플도 가끔 썼는데, 이걸 보면서 아 내 미래의 직업... 어떡하지... 할 정도로 빠르고 좋았다. 근데 길거나 외래어가 섞인 문장은 기계가 따라오긴 아직 역부족.
오키나와 하이라이트는 토요일 자마미섬 방문이었다.
나하시 토마린항에서 미리 예약한 페리를 타고 50분 정도 가면 나오는 작은 섬.
페리는 일본어 페이지(...)에 들어가서 미리 예약해야 하는데 1-2주 전엔 예약하는 게 좋다.
왕복 6만원 정도!
쾌속선을 타서 50분인데, 일반 페리는 2시간 정도 걸린다.
배편도 얼마 없어서 아침 9시에 들어갔다 오후 5시에 나오는 걸로 예약했다.
이것은 항구에서 팔던 도시락.
아, 진심, 밥 너무 싸. 도시락 너무 좋아. 저능 일본 가정식 매냐...
360엔짜리 푸짐한 도시락을 사서 배에 탑니다.
'퀸 자마미'라고 불리는 쾌속선을 탔는데,
쾌애ㅐㅐㅐㅐㅐㅐㅐㅐㅐㅐ속이라 앉아 있을 땐 몰랐는데 갑판 나가니 난리 부르스.
그 와중에 배 꼬리에서 저렇게 주무시던 아저씨가 있었다.
나중엔 결국 바닥에 누워 주무시더이다.
꽤 뜨거웠을텐데;
페리에서 본 오키나와 하늘은 '뭐, 쫌 푸르네' 정도였는데,
자마미섬에 도착하니 '올모슽ㅎ 패뤄다이스~'
내가 배를 예약한 날이 알고 보니 매년 열리는 요트 경기대회 첫 날이더라고.
점심쯤엔 1등한 배가 후루자마미 비치에 도착할거예요, 라고 문의메일에 답변해주신 Jaime 씨가 설명해주셨는데 (예약 확인 차 메일 네 번 (...) 보냄) 정말 요트가 보였다.
지수 언니가 가기 전에 "오키나와에 가면 바다에만 있어야 해!" 랬는데, 정말 바다가 너무 맑고 깨끗했다.
그냥 해변에 서 있어도 산호바위에 뭐가 있는지 다 보일정도. 스노클링을 안 할 수가 없겠더라.
스노클링 같은 거 해본 적도 없지만 수영 3개월 배운 자신감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
겁 없이 입수! 하자마자 스노클링 끼고 바닷물 속에 들어가서 숨막혀 죽을 뻔 했다.
스노클링 하실 땐 반드시... 수면에서만 헤엄치세요...
저처럼 잠수하시면 앙대여...
게다가 물이 하도 새파래서 난 당연히 이게 생수나 에비앙 워터맛일거라고 생각한거지?
입안 가득 들어온 물이 짜서 너무 놀랬다... (그정도로 물이 새파랬단 말이야...)
바다가 너무 깨끗해서 놀라고, 새파란 물이 실은 바닷물이라 또 놀라고 (동해는 이렇지 않았어...), 생각보다 열대어들이 너무 해변가에 나와 놀아서 세 번 놀란 후루자마미 비치.
스노클링에 매진하다 등, 허리, 엉덩이에 화상입어서 지금 등 따갑고 간지러워 죽겠다.
근데, 그래도 또 가고 싶어.
화상 한 번 더 입어도 되니까 스노클링 마스크 내꺼 사서 3박 4일 내내
스노클링만 했음 좋겠다 >_<
바로 위의 사진이 실제 바닷물과 백사장 색에 가장 가깝습니다.
정말 새파랗고, 새하얗고, 눈이 부시게 뜨겁습니다.
산호가 자란 곳은 수영하다 무릎이 까졌을만큼 수심이 얕지만 산호 바로 옆은 낭떠러지처럼 깊다 (최대 5m 정도). 바다수영은 얕봤다간 가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담엔 등판 가리는 걸 입던지... 스노클링 한 번에 10분이상 하지 말던지, 해야겠어...
한 2주 전에 도쿄 다녀온 국현이가 일본은 택시비 개비쌈, 이라고 해서
택시는 한 번도 안 탔는데, 택시가 문제가 아니라 버스나 모노레일 가격도 장난 아니다. 특히 버스. 이 버스는 자마미섬에 유일한 버스인데 (같은 경로를 3대가 나눠 돈다) 섬이 하도 작아 한 정거장 가는데 5분이고 총 3개 정거장이 있다. 그리고 한 번에 300엔이다.
너무한거 아니니????????????
5분에 3000원이 뭐야...

그리고 항구로 돌아오니 보이는 요트 경기 수료식장과 참가자들.
맨 아래 요트의 할저씨분들이 배를 기다리는 날 불러다
"민나상가 #$%@#( 맛뗀$(*#)$(* 와 난지데스까??"
라고 물어서... 침착하게... 당황하지 않고...
"에?"
라고 대답했고 할저씨는 다시 한 번
"민나상가 #(@#(* 난지데스까?" 랬다.
언어는 눈치코치니까
"아, 쿠인 자마미와 고지 니쥬뿐데수."
"하- 고지 니쥬뿐데스까? 니쥬뿐?"
"하잇."
...
둘쨋날부턴 어딜 가나 일본어로 물어싸서...
웃으며 하잇하잇만 하다 집으로 옴...
배를 기다리다 잠시 동네 산책.
사실 더 일찍 나와서 동네를 더 돌고 싶었는데...
물놀이에 지키기도 했고 임신한 친구는 더이상 움직이면 안 될것 같고, 그런데 동네는 봐야겠고, 근데 또 혼자 두고 오래 다녀오기도 뭐하고, 둘이 하는 여행은 어디에 뭘 어떻게 조율해서 다녀야 하는거지, 내적 고민이 많았다.
'내가 ㅈㄹ 이기적이라 이런건가 ㅠㅜㅠㅜ 뱃속 애기를 배려해야 되지만 ㅠㅜㅠㅜㅠㅜ더 보고 싶은데 어떡하지 ㅠㅜㅠㅜ'
의 연속.
혜원이에게 미안한 한편 난 자꾸 돌아다니고 싶어서 괴롭고 계속 마음 속에서 가다 말다 가다 말다, 그랬다.
나중에 애기 낳고 나면 그땐 같이 여행 다니기 더 어려우려나?...
고하고, 두번째 사진의 '사자상'은 오키나와의 수호동물 시샤라고 한다.
집들마다 두마리씩 대문 기둥 위에 얹어두는데, 해태와 개의 믹스같달까?
잘 안 보이겠지만 사진 중앙에 보이는 내천 옆으로 두 여자가 뒤를 돌아보고 있다.
동네 구경중에 스쳐지나간 사람들인데, 내가 다리 위에 서있는 동안 내 뒤로 강아지와 산책하는 여자가 지나갔다. 그 여자가 시냇가를 따라 멀어지는 두 사람을 발견하더니 "카에리!" 하고 소리쳤다. 두 여자는 뒤를 돌아보고 두리번 거리더니 아주 크게 손을 흔들었다.
일본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묘하게 잔상이 남아있는 장면.
물놀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혜원이도,
등에 화상 입는 것도 모르고 좋다고 물에서 나오질 않았던 나도,
자마미섬엔 다시 와야겠다, 꼭 다시 와야겠다, 다짐하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지금도 아른거린다.
*
내가 갔던 해수욕장은 항구 오른편 언덕 너머에 있는 후루자마미 비치인데,
항구 왼편 평지를 따라 걷다보면 만나는 아마 비치는 심지어 더 맑고, 바다거북(!!!)도 나온다고 한다. 원래 두 곳 다 가려고 했는데, 물놀이 에너지 소모 장난 아니더만???
물놀이 한 시간 하고 낮잠 한 시간 반 잤다......
3일과 4일의 사진은 내일 스터디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