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28.

오키도키 오키나와 pt.1




안녕하세요, 여행을 안 좋아하는 김나연이에요.
정확하게는 장거리 비행을 싫어하는 김나연입니다.


한 2년 전부터 오키나와에 가보고 싶다고 타령을 했는데
드디어 다녀왔네요. 

해외여행 쫄보라서 (특히 비영어권) 티켓 사는 것도 안내켜했는데
친구가 등떠밀어줘서 올해 초에 비행기 티켓과 에어비앤비를 한번에 해결했어요.
그리고 오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이 왔죠.

필름을 세 통이나 가져갔는데, 두 통 밖에 못 썼습니다.
오키나와가 생각보다 이국적이지 않은 까닭과 제가 필름가난병이 있어서 많이 망설이고 고민하다 셔터를 누르기 때문입니다. 일본 가서도 필름을 잔뜩 사오고 싶었는데, 일본에서도 필름은 잘 보이지 않더라고요. 몹시 매우 아쉬워요.
다음에 가면 (ㅋㅋㅋ) 유키시오 친스코 열 박스와 필름 열 통, 스노클링 안경 등을 사올겁니다. (오늘 종일 9월 티켓 알아본 새럼...)

저는 여행정보를 공유하는 블로거가 아니라 자세한 일정을 적진 않을 거지만
사실 자세하게 적을만큼 뭘 많이 하지 않아서 헐렁할거예요.



오키나와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더운 섬나라라서요. 바다 수영이 하고 싶었고, 더웠으면 좋겠고, 하와이 느낌도 조금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운 것도 맞고, 다도해마냥 여기 저기 오키나와군? 소속 섬이 많은 것도 사실인데
바다 수영은 생각보다 어려워서 무서웠고 하와이 느낌은 아저씨들의 셔츠에서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은 혼자 간 게 아니라 경로에 제약이 있었어요.
더 멀리 나가보지 못한 것은 좀 아쉽네요.



























저는 피치항공을 타고 갔습니다.
다녀오니 에어 아시아는 호주에서 돌아오던 비행기에서 엔진 결함이 있었다면서?
사고가 많은 항공사라, 조심하세욤...

피치는 뭐 괜찮았다.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서 내리면 정말 충격적인 터미널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걸 미처 찍어오지 못했네.
(위험하다고 사진 찍지 말고 얼른 가라고 해요)


오전에 출근하고 점심도 못먹고 집으로 뛰어갔다
바로 짐 싸서 지하철 타고 이동했다.
리무진 타려했더니 길이 막히는지 두 시간이나 걸린다는 거다.

근데 워낙 짐을 적게 싸서... 무리 없이 공항철도 이용.

오후 4시 반 비행기였어서 도착하니 7시, 집에 가니 8시,
뭘 할래야 할 수도 없는 첫날이라 숙소에 짐 풀고 좀 쉬다 쟈키스 스테이크 먹으러 다녀왔다.

그 사진은 인스타에만 올렸는데,
음 오키나와 스테이는 우리나라 철판구이같은 느낌이다.
두툼한 미국식 스테키를 기대하시면 아니되무니다.

아, 그리고 까먹고 있었는데
일본어 기본적인 건 익혀가는 게 좋다. 난 중학교때 SMAP 덕질하고 일드 보며 배운 뒤 한번도 써먹어본 적 없던 일본어를 갑자기 쓰느라(...) 당황했지만 그래도 '아, 덕질은 역시 이로운 것' 하면서 다녔다.

근데 진짜 기본적인 것, 예를 들어 히라가나, 가타카나 읽는 법, 인사하고 위치 묻는 법 같은 거 외워가면 된다.
오키나와는 생각보다 우리말이 적힌 곳이 많았지만 내가 진짜 가보고 싶던 곳들은 죄다 로컬 식당/일반 상점/슈퍼마켓/시장(...) 같은 곳이었어서 아무도 영어를 하지 못할 때도 많았다. 통역기 어플도 가끔 썼는데, 이걸 보면서 아 내 미래의 직업... 어떡하지... 할 정도로 빠르고 좋았다. 근데 길거나 외래어가 섞인 문장은 기계가 따라오긴 아직 역부족.



오키나와 하이라이트는 토요일 자마미섬 방문이었다.
나하시 토마린항에서 미리 예약한 페리를 타고 50분 정도 가면 나오는 작은 섬.
페리는 일본어 페이지(...)에 들어가서 미리 예약해야 하는데 1-2주 전엔 예약하는 게 좋다.
왕복 6만원 정도!

쾌속선을 타서 50분인데, 일반 페리는 2시간 정도 걸린다.
배편도 얼마 없어서 아침 9시에 들어갔다 오후 5시에 나오는 걸로 예약했다.



이것은 항구에서 팔던 도시락.
아, 진심, 밥 너무 싸. 도시락 너무 좋아. 저능 일본 가정식 매냐...

360엔짜리 푸짐한 도시락을 사서 배에 탑니다.







































'퀸 자마미'라고 불리는 쾌속선을 탔는데,
쾌애ㅐㅐㅐㅐㅐㅐㅐㅐㅐㅐ속이라 앉아 있을 땐 몰랐는데 갑판 나가니 난리 부르스.
그 와중에 배 꼬리에서 저렇게 주무시던 아저씨가 있었다.
나중엔 결국 바닥에 누워 주무시더이다.
꽤 뜨거웠을텐데;

페리에서 본 오키나와 하늘은 '뭐, 쫌 푸르네' 정도였는데,
자마미섬에 도착하니 '올모슽ㅎ 패뤄다이스~'





































내가 배를 예약한 날이 알고 보니 매년 열리는 요트 경기대회 첫 날이더라고.
점심쯤엔 1등한 배가 후루자마미 비치에 도착할거예요, 라고 문의메일에 답변해주신 Jaime 씨가 설명해주셨는데 (예약 확인 차 메일 네 번 (...) 보냄) 정말 요트가 보였다.


지수 언니가 가기 전에 "오키나와에 가면 바다에만 있어야 해!" 랬는데, 정말 바다가 너무 맑고 깨끗했다.
그냥 해변에 서 있어도 산호바위에 뭐가 있는지 다 보일정도. 스노클링을 안 할 수가 없겠더라.
스노클링 같은 거 해본 적도 없지만 수영 3개월 배운 자신감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
겁 없이 입수! 하자마자 스노클링 끼고 바닷물 속에 들어가서 숨막혀 죽을 뻔 했다.

스노클링 하실 땐 반드시... 수면에서만 헤엄치세요...
저처럼 잠수하시면 앙대여...

게다가 물이 하도 새파래서 난 당연히 이게 생수나 에비앙 워터맛일거라고 생각한거지?
입안 가득 들어온 물이 짜서 너무 놀랬다... (그정도로 물이 새파랬단 말이야...)

바다가 너무 깨끗해서 놀라고, 새파란 물이 실은 바닷물이라 또 놀라고 (동해는 이렇지 않았어...), 생각보다 열대어들이 너무 해변가에 나와 놀아서 세 번 놀란 후루자마미 비치.

스노클링에 매진하다 등, 허리, 엉덩이에 화상입어서 지금 등 따갑고 간지러워 죽겠다.



근데, 그래도 또 가고 싶어.
화상 한 번 더 입어도 되니까 스노클링 마스크 내꺼 사서 3박 4일 내내 
스노클링만 했음 좋겠다 >_<










































바로 위의 사진이 실제 바닷물과 백사장 색에 가장 가깝습니다.
정말 새파랗고, 새하얗고, 눈이 부시게 뜨겁습니다.

산호가 자란 곳은 수영하다 무릎이 까졌을만큼 수심이 얕지만 산호 바로 옆은 낭떠러지처럼 깊다 (최대 5m 정도). 바다수영은 얕봤다간 가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담엔 등판 가리는 걸 입던지... 스노클링 한 번에 10분이상 하지 말던지, 해야겠어...






































한 2주 전에 도쿄 다녀온 국현이가 일본은 택시비 개비쌈, 이라고 해서
택시는 한 번도 안 탔는데, 택시가 문제가 아니라 버스나 모노레일 가격도 장난 아니다. 특히 버스. 이 버스는 자마미섬에 유일한 버스인데 (같은 경로를 3대가 나눠 돈다) 섬이 하도 작아 한 정거장 가는데 5분이고 총 3개 정거장이 있다. 그리고 한 번에 300엔이다.

너무한거 아니니????????????

5분에 3000원이 뭐야...










































그리고 항구로 돌아오니 보이는 요트 경기 수료식장과 참가자들.
맨 아래 요트의 할저씨분들이 배를 기다리는 날 불러다
"민나상가 #$%@#( 맛뗀$(*#)$(* 와 난지데스까??"
라고 물어서... 침착하게... 당황하지 않고...
"에?"
라고 대답했고 할저씨는 다시 한 번
"민나상가 #(@#(* 난지데스까?" 랬다.

언어는 눈치코치니까
"아, 쿠인 자마미와 고지 니쥬뿐데수."
"하- 고지 니쥬뿐데스까? 니쥬뿐?"
"하잇."

...
둘쨋날부턴 어딜 가나 일본어로 물어싸서...
웃으며 하잇하잇만 하다 집으로 옴...






































배를 기다리다 잠시 동네 산책.
사실 더 일찍 나와서 동네를 더 돌고 싶었는데...
물놀이에 지키기도 했고 임신한 친구는 더이상 움직이면 안 될것 같고, 그런데 동네는 봐야겠고, 근데 또 혼자 두고 오래 다녀오기도 뭐하고, 둘이 하는 여행은 어디에 뭘 어떻게 조율해서 다녀야 하는거지, 내적 고민이 많았다.

'내가 ㅈㄹ 이기적이라 이런건가 ㅠㅜㅠㅜ 뱃속 애기를 배려해야 되지만 ㅠㅜㅠㅜㅠㅜ더 보고 싶은데 어떡하지 ㅠㅜㅠㅜ' 
의 연속.

혜원이에게 미안한 한편 난 자꾸 돌아다니고 싶어서 괴롭고 계속 마음 속에서 가다 말다 가다 말다, 그랬다.


나중에 애기 낳고 나면 그땐 같이 여행 다니기 더 어려우려나?...


고하고, 두번째 사진의 '사자상'은 오키나와의 수호동물 시샤라고 한다.
집들마다 두마리씩 대문 기둥 위에 얹어두는데, 해태와 개의 믹스같달까?
























잘 안 보이겠지만 사진 중앙에 보이는 내천 옆으로 두 여자가 뒤를 돌아보고 있다.
동네 구경중에 스쳐지나간 사람들인데, 내가 다리 위에 서있는 동안 내 뒤로 강아지와 산책하는 여자가 지나갔다. 그 여자가 시냇가를 따라 멀어지는 두 사람을 발견하더니 "카에리!" 하고 소리쳤다. 두 여자는 뒤를 돌아보고 두리번 거리더니 아주 크게 손을 흔들었다.
일본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묘하게 잔상이 남아있는 장면.


물놀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혜원이도,
등에 화상 입는 것도 모르고 좋다고 물에서 나오질 않았던 나도,
자마미섬엔 다시 와야겠다, 꼭 다시 와야겠다, 다짐하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지금도 아른거린다.




*
내가 갔던 해수욕장은 항구 오른편 언덕 너머에 있는 후루자마미 비치인데, 
항구 왼편 평지를 따라 걷다보면 만나는 아마 비치는 심지어 더 맑고, 바다거북(!!!)도 나온다고 한다. 원래 두 곳 다 가려고 했는데, 물놀이 에너지 소모 장난 아니더만???
물놀이 한 시간 하고 낮잠 한 시간 반 잤다......



3일과 4일의 사진은 내일 스터디 다녀와서!!





2017. 6. 4.

The New York Times: Modern Love - Pt.2




이 꼭지는 사무실에서 처음 듣고 눈물이 차올라서 쪽팔렸고
(일단 사무실에서... 스마트 크루즈 시스템 번역하다 울 일은 없으니까...)
집에 오는 길에 다시 듣곤 흐엥, 하고 또 울어버린 꼭지입니다.



You May Want to Marry My Husband

by Amy Krouse Rosenthal

제 남편과 결혼하세요
에이미 크라우즈 로젠탈


I have been trying to write this for a while, but the morphine and lack of juicy cheeseburgers (what has it been now, five weeks without real food?) have drained my energy and interfered with whatever prose prowess remains. Additionally, the intermittent micronaps that keep whisking me away midsentence are clearly not propelling my work forward as quickly as I would like. But they are, admittedly, a bit of trippy fun.
이 글을 완성하려고 한참 애를 썼는데, 모르핀를 맞고 있는데다 한동안 끝내주는 치즈버거를 먹지 못하고 있어 (마지막으로 음식다운 음식을 먹어본 게 언제였던가? 한 5주 전?) 기운도 없고, 그나마 남아있는 창작 능력도 흐려지고 있다. 게다가 문장을 끝내기도 전에 자꾸 토막잠을 자고 있어 계획만큼 글이 빨리 써지지 않는다.  물론 낮잠은 늘 달콤하지만.
Still, I have to stick with it, because I’m facing a deadline, in this case, a pressing one. I need to say this (and say it right) while I have a) your attention, and b) a pulse.
그래도 마감이 코앞이라 글을 완성해야만 한다. 이번 원고는 특히나 급하다. 독자들이 내게 허락해준 시간이 다 가기 전에, 그리고 내게 주어진 시간이 다 하기 전에, 최대한 정확하게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I have been married to the most extraordinary man for 26 years. I was planning on at least another 26 together.
나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남자와 26년동안 부부로 살았다. 앞으로 적어도 26년은 더 그럴 작정이었다.
Want to hear a sick joke? A husband and wife walk into the emergency room in the late evening on Sept. 5, 2015. A few hours and tests later, the doctor clarifies that the unusual pain the wife is feeling on her right side isn’t the no-biggie appendicitis they suspected but rather ovarian cancer.
인생은 잔인한 농담같다. 왜냐고? 2015년 9월 5일. 한 부부가 늦은 밤 응급실로 걸어 들어간다. 몇시간에 걸친 검사들이 끝나자 의사는 아내가 느끼던 복통의 원인을 알려준다. 아내는 오른쪽 복부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있었지만 부부는 맹장염처럼 대수롭지 않은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복통의 원인은 난소암이었다.
As the couple head home in the early morning of Sept. 6, somehow through the foggy shock of it all, they make the connection that today, the day they learned what had been festering, is also the day they would have officially kicked off their empty-nestering. The youngest of their three children had just left for college.
다음날 새벽, 부부는 집으로 돌아갔다. 충격적인 소식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그날은 부부에게 여러모로 의미있는 날이었다. 한껏 곪아있던 염증이 제 존재를 드러낸 날이기도 했지만 자식들이 모두 부모의 둥지를 떠난 날이기도 했다. 그날, 삼남매 중 막내가 대학 입학을 위해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갔다. 
So many plans instantly went poof.
그 많던 계획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No trip with my husband and parents to South Africa. No reason, now, to apply for the Harvard Loeb Fellowship. No dream tour of Asia with my mother. No writers’ residencies at those wonderful schools in India, Vancouver, Jakarta.
남편과 부모님을 모시고 남아프리카로 여행을 가려고 했었다. 하버드 대학 특별 연구원 자리에도 지원하려 했었다. 친정 엄마를 모시고 아시아 일주를 하겠다는 꿈도 있었다. 인도와 캐나다, 인도네시아의 훌륭한 작가 입주촌에도 들어가고 싶었다. 이젠 소용없는 일이지만.
No wonder the word cancer and cancel look so similar.
암(cancer)이 무효(cancel)라는 단어와 철자가 비슷한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This is when we entered what I came to think of as Plan “Be,” existing only in the present. As for the future, allow me to introduce you to the gentleman of this article, Jason Brian Rosenthal.
우리는 플랜  "Be"를 실행해야 했다. 현재에 충실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이 에세이의 주인공을 소개한다. 나의 남편, 제이슨 브라이언 로젠탈.
He is an easy man to fall in love with. I did it in one day.
제이슨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나는 하루만에 제이슨과 사랑에 빠졌다.
Let me explain: My father’s best friend since summer camp, “Uncle” John, had known Jason and me separately our whole lives, but Jason and I had never met. I went to college out east and took my first job in California. When I moved back home to Chicago, John — who thought Jason and I were perfect for each other — set us up on a blind date.
내가 사랑에 빠지게 된 이유는 이렇다. 아빠의 절친한 친구이신 존 삼촌이 제이슨을 소개해주셨다. 존 삼촌은 우리를 어린 시절부터 지켜보신 분이셨지만 제이슨과 나는 서로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다. 나는 동부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캘리포니아에서 첫 직장을 얻었다. 그리고 내가 고향인 시카고로 돌아왔을 때, 존 삼촌은 우리 둘이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셨고, 소개팅을 주선해주셨다.
It was 1989. We were only 24. I had precisely zero expectations about this going anywhere. But when he knocked on the door of my little frame house, I thought, “Uh-oh, there is something highly likable about this person.”
1989년, 우리가 고작 스물넷 일 때 일이다. 나는 아무런 기대감이 없었다. 하지만 제이슨이 우리집 현관을 두드린 순간 난 깨달았다. "이 사람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구석이 있구나."
By the end of dinner, I knew I wanted to marry him.
그날 저녁식사를 마칠 때즘, 나는 제이슨과 결혼해야 겠다고 결심했다.
Jason? He knew a year later.
제이슨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는 데 1년이 더 걸렸다.
I have never been on Tinder, Bumble or eHarmony, but I’m going to create a general profile for Jason right here, based on my experience of coexisting in the same house with him for, like, 9,490 days.
틴더나 범블, 이하모니 같은 소개팅 사이트에 가입해본 적은 없지만 여기에 제이슨에 관한 대략적인 프로필을 적어보려 한다. 약 9,490일 동안 한 지붕 아래서 그의 동거인으로 살며 느낀 점들을 기반으로 작성한 프로필이다.
First, the basics: He is 5-foot-10, 160 pounds, with salt-and-pepper hair and hazel eyes.
우선, 기본정보. 
키는 180cm. 몸무게는 80kg. 흰머리가 듬성 듬성 나 있으며 녹색이 살짝 섞인 갈색 눈동자를 가졌다.
The following list of attributes is in no particular order because everything feels important to me in some way.
다음에 나올 내용은 중요도에 따라 나열된 것이 아니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나에게는 전부 특별하고 중요하니까.
He is a sharp dresser. Our young adult sons, Justin and Miles, often borrow his clothes. Those who know him — or just happen to glance down at the gap between his dress slacks and dress shoes — know that he has a flair for fabulous socks. He is fit and enjoys keeping in shape.
그는 패션감각이 뛰어나다. 장성한 아들 저스틴과 마일즈는 종종 제 아버지의 옷을 빌려 입는다. 그의 지인이든 아니든, 바짓단과 구두 사이로 보이는 제이슨의 양말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가 예쁜 양말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제이슨은 늘 군살 없는 몸매를 유지한다.
If our home could speak, it would add that Jason is uncannily handy. On the subject of food — man, can he cook. After a long day, there is no sweeter joy than seeing him walk in the door, plop a grocery bag down on the counter, and woo me with olives and some yummy cheese he has procured before he gets to work on the evening’s meal.
우리집에게도 입이 있었다면 제이슨이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라고 첨언해줄 수 있을텐데. 음식에 관해서라면 긴 말이 필요 없다. 지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제이슨은 양손 가득 장바구니를 들고 들어와 싱크대 위에 내려놓은 뒤 미리 준비해둔 올리브와 치즈로 나를 감동시켰다. 그리고 곧장 저녁을 준비했다.
Jason loves listening to live music; it’s our favorite thing to do together. I should also add that our 19-year-old daughter, Paris, would rather go to a concert with him than anyone else.
제이슨은 라이브 음악을 좋아한다. 함께 라이브 음악을 감상하는 일은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것들 중 하나였다. 열아홉인 막내딸 패리스는 콘서트에 갈 때면 그 누구보다 제 아빠와 가고 싶어했다. 
Jason paints. I love his artwork. I would call him an artist except for the law degree that keeps him at his downtown office most days from 9 to 5. Or at least it did before I got sick.
제이슨은 그림실력도 뛰어나다. 난 그가 그린 그림을 몹시 좋아한다. 법학과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하루 종일 사무실에 붙잡혀 있지만 않았더라면 나는 제이슨을 아티스트라고 불렀을 것이다. 물론 내가 아프고 난 뒤로는 더이상 사무실에 나갈 수 없게 됐지만. 
If you’re looking for a dreamy, let’s-go-for-it travel companion, Jason is your man. He also has an affinity for tiny things: taster spoons, little jars, a mini-sculpture of a couple sitting on a bench, which he presented to me as a reminder of how our family began.
낭만적이고 즉흥적인 여행 애호가를 찾고 있는 여성이라면 제이슨이 딱이다. 제이슨은 작고 귀여운 것도 좋아한다. 맛보기용 숟가락이라던지 조그마한 유리병, 벤치에 앉아있는 커플 조각상 같은 것들. '우리가 어떻게 한 가족이 되었는지 떠올랐다'며 내게 선물해 준 바로 그 조각상.
Here is the kind of man Jason is: He showed up at our first pregnancy ultrasound with flowers. This is a man who, because he is always up early, surprises me every Sunday morning by making some kind of oddball smiley face out of items near the coffeepot: a spoon, a mug, a banana.
제이슨은 내가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초음파 검사실에 꽃을 들고 온 남자다. 일요일 아침마다 나보다 먼저 일어나 커피 머신 앞에다 숟가락이나 머그컵, 바나나 같은 것들로 웃는 얼굴을 그려놓고 나를 놀래켜주는 남자.
This is a man who emerges from the minimart or gas station and says, “Give me your palm.” And, voilà, a colorful gumball appears. 
구멍가게나 주유소를 들릴 땐 "손 내밀어 봐"라고 말하며 내 손바닥 위에 알록달록한 풍선검을 올려주는 남자. 
My guess is you know enough about him now. So let’s swipe right.
이만하면 제이슨에 대해 잘 알았으리라 믿는다. 그럼 수락 버튼*을 누르자.
(*틴더 어플에서 상대방의 프로필이 맘에 들었을 때 화면을 넘겨(swipe) 수락하는 것을 의미)
Wait. Did I mention that he is incredibly handsome? I’m going to miss looking at that face of his.
잠깐. 제이슨이 어마어마한 미남이란 말을 했던가? 이 잘생긴 얼굴이 그리울 것이다.
I want more time with Jason. I want more time with my children. I want more time sipping martinis at the Green Mill Jazz Club on Thursday nights. But that is not going to happen. I probably have only a few days left being a person on this planet. So why I am doing this?
제이슨과 더 함께 있고 싶다. 아이들과도 더 함께 하고 싶다. 목요일 밤마다 열리는 그린 밀 재즈 클럽 공연을 보며 마티니도 계속 마시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순 없을 것이다. 내게 남은 시간은 고작 며칠뿐일테니까. 그런데 왜 이 아까운 시간에 글을 쓰고 있느냐고?
I am wrapping this up on Valentine’s Day, and the most genuine, non-vase-oriented gift I can hope for is that the right person reads this, finds Jason, and another love story begins.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 오늘은 발렌타인데이다. 이번 발렌타인데이에 내가 바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선물은 제이슨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제이슨을 만나, 그와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다.
I’ll leave this intentional empty space below as a way of giving you two the fresh start you deserve.
아직 여백이 많이 남았지만 이 페이지는 공백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제이슨과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될 당신을 위해서.

With all my love, 
Amy

내 남은 사랑을 모두 담아,
에이미.


+
또 울었음.

++
에이미 로젠탈은 이 글이 세상에 나온지 10일 뒤에 세상을 떠났다.





2017. 6. 3.

The New York Times: Modern Love




뉴스 기사같은 건 듣기 싫고
좀 더 생활에 가까운 영어가 듣고 싶어서 뒤져보다 찾아낸 팟캐스트.

The New York Times: Modern Love

뉴욕타임즈에 정기적으로 올라오는 컬럼인데, 독자들이 보내주는 사랑에 관한 에세이 중 특별했던 꼭지를 골라 이를 유명 배우가 읽어주고, 실제 필자는 그 이후 어떻게 사는지 근황도 보이스 메일로 담아 들려준다.

하나는 사무실에서 듣다 눈물이 쏟아져서 혼났고,
하나는 관심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나도 꼭 그대로 해보고 싶어서 마음이 급해진다.

아래는 후자에 속하는 에피소드.



1. To fall in love with any one, do this: 36 Questions that lead to love.
사랑에 빠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36가지 질문

10년간의 길었던 연애가 끝나자 필자는 우연적인 만남과 같은 낭만에 기대를 거는 대신
좀 더 과학적인 방법으로 사랑에 접근하고자 했다.
정말 '과학적'으로.

그녀가 시도한 것은 아서 아론 박사의 '친밀도를 높여주는 36가지 질문.'
친밀도에 관한 심리학 연구를 진행하던 아론 박사(사회 심리학 전공이라는군!)는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는 남녀를 연구실로 초대해 36가지 질문을 주고 받게 했으며, 질문이 끝난 뒤에는 4분간 서로의 눈을 쳐다보도록 했다.

원래 설계한 실험은 '특정하게 설계된 실험을 통해 친밀도를 상승시키거나 생성할 수 있는가'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실험에 참여했던 남녀가 6개월 뒤 실제로 결혼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결혼식에 연구실 식구들을 모두 초대했다네 ㅎㅎㅎ

이 설문을 함께 읽는다고 해서 반드시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하며, 더욱 친밀한 사이로 발전할 수 있다고 :)

본 설문은 뒤로 갈 수록 더욱 내밀한 주제를 다룬다.
그러니 반드시 정해진 순서에 따라, 서로 번갈아가며, 진솔하게 대답할 것! (가능하면 조용한 곳에서)
그리고 대답이 끝나면 서로의 눈을 4분간 바라볼 것!



1. Given the choice of anyone in the world, whom would you want as a dinner guest?
1. 같이 저녁을 먹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지구 상에 있는 누구라도 괜찮다. 
2. Would you like to be famous? In what way?
2. 유명해지고 싶은가? 유명해지고 싶다면 어떤 면에서?
3. Before making a phone call, do you ever rehearse what you're going to say? Why?
3. 전화를 걸기 전엔 무슨 말을 할지 연습해보는가? 그렇다면 왜?
4. What would constitute a perfect day for you?
4. 본인에게 '완벽한 하루'란?
5. When did you last sing to yourself? To someone else?
5. 가장 최근에 혼자 노래 불렀던 적이 언제인가? 다른 사람에게 불러준 적은 언제인가?
6. If you were able to live to the age of 90 and retain either the mind or body of a 30-year old for the last 60 years of your life, which would you choose?
6. 현재 나이 서른. 90세까지 산다고 했을 때, 남은 60년 간 30세의 정신연령으로 살거나 30세의 신체나이로 살 수 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7. Do you have a secret hunch about how you will die?
7. 본인의 죽음이 어떤 모습일지 짐작해볼 수 있는가?
8. Name three things you and your partner appear to have in common.
8. 본인과 상대방의 공통점 3가지를 말해보자.
9. For what in your life do you feel most grateful?
9. 본인의 삶에서 가장 감사하는 것이 있다면?
10. If you could change anything about the way you were raised, what would it be?
10. 자신의 성장배경에 대해 무언가 바꿀 수 있다면 어떤 점을 바꾸고 싶은가?
11. Take four minutes and tell you partner your life story in as much detail as possible.
11. 상대방에게 가능한 자세하게 자신의 삶에 대해 4분간 묘사할 것.
12. If you could wake up tomorrow having gained one quality or ability, what would it be?
12.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전에 없던 능력이나 자질 한 가지를 새로 얻을 수 있다면 어떤 것을 갖고 싶은가?
13. If a crystal ball could tell you the truth about yourself, your life, the future or anything else, what would you want to know?
13. 본인의 삶이나 미래, 혹은 원하는 것은 뭐든지 알려주는 수정구슬이 있다. 수정구슬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14. Is there something that you've dreamt of doing for a long time? Why haven't you done it?
14. 오랜 기간 꿈꿔온 것이 있는가? 있다면 왜 아직 행동에 옮기지 않았는가?
15. What is the greatest accomplishment of your life?
15. 살면서 이룬 가장 큰 업적은 무엇인가?
16. What do you value most in a friendship?
16. 친구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17. What is your most treasured memory?
17. 가장 소중한 추억은 무엇인가?
18. What is your most terrible memory?
18. 가장 끔찍했던 기억은?
19. If you knew that in one year you would die suddenly, would you change anything about the way you are now living? Why?
19. 자신이 1년 뒤 급작스럽게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지금처럼 살 것인가, 아니면 무언가 바꾸겠는가? 바꾸겠다면 왜?
20. What does friendship mean to you?
20. 자신에게 우정이란?
21. What roles do love and affection play in your life?
21. 자신에게 사랑과 애정이란?
22. Alternate sharing something you consider a positive characteristic of your partner. Share a total of five items.
22. 상대방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 한 가지씩 번갈아 가며 말해보자. 총 다섯 개씩 말해주기.
23. How close and warm is your family? Do you feel your childhood was happier than most other people's?
23. 자신이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생각하는가? 자신의 어린 시절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행복했다고 생각하는가?
24. How do you feel about your relationship with your mother?
24. 엄마와 자신의 관계를 묘사해보자면?
25. Make three true "we" statements each. For instance, "we are both in this room feeling..."
25.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진실한 문장 3개 만들기. 예를 들면, "우리는 지금 이 방에서 ***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26. Complete this sentence "I wish I had someone with whom I could share..."
26. 다음 문장을 완성시켜보자. "***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27. If you were going to become a close friend with your partner, please share what would be important for him or her to know.
27. 상대방과 절친이 될 거라고 가정했을 때, 상대방이 나에 대해 꼭 알아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28. Tell your partner what you like about them: be honest this time, saying things that you might not say to someone you've just met.
28. 상대방의 어떤 점이 좋은지 말해주자. 대신, 지금 막 만난 사람에겐 할 수 없을 법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해주기.
29. Share with your partner an embarrassing moment in your life. 
29. 살면서 창피했던 경험 한 가지 말해주기.
30. When did you last cry in front of another person? By yourself?
30.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 앞에서 울었던 적은 언제인가? 혹은 혼자 울었던 적은?
31. Tell your partner something that you like about them already.
31. 상대방의 어떤 점이 지금도 충분히 맘에 드는지 말해주자.
32. What, if anything, is too serious to be joked about?
32. 너무 중요하고 진지해서 농담의 소재로 삼을 수 없는 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33. If you were to die this evening with no opportunity to communicate with anyone, what would you most regret not having told someone? Why haven't you told them yet?
33. 오늘 밤, 어느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못한 채 갑자기 죽게 된다면 어떤 말을 하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하겠는가? 그렇다면 왜 아직 얘기해주지 못했는가?
34. Your house, containing everything you own, catches fire. After saving your loved ones and pets, you have time to safely make a final dash to save any one item. What would it be? Why?
34. 당신의 전재산과 집이 불타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반려동물을 구하고 나니 아끼는 물건 한 가지를 더 가지고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것을 구하겠는가? 왜?
35. Of all the people in your family, whose death would you find most disturbing? Why?
35. 물론 경도를 따지기 힘들겠지만, 가족 중에 누가 죽었을 때 가장 견디기 힘들 것 같은가? 왜 그 사람인지?
36. Share a personal problem and ask your partner's advice on how he or she might handle it. Also, ask your partner to reflect back to you how you seem to be feeling about the problem you have chosen.
36. 자신의 고민 한 가지를 털어놓고 상대방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은지 조언을 구해보자. 그리고 상대방이 보기에 나는 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지 물어보자.

여기까지 도착했다면 이미 서로를 더 알고 싶다는 의지만큼은 충분히 증명된 것 같다.
그지?
그럼 이제 서로의 눈을 4분간 바라본다.


시-작!




+
아론 박사의 인터뷰: http://news.berkeley.edu/2015/02/12/love-in-the-lab/


++
아, 그래서 필자는 이걸 "학교 연구실 근처에서 오다가다 한번 씩 보면 인사나 하고 인스타 맞팔하면 간간이 사진이나 보던 사람"과 실제로 시도해봤는데...

그 사람과 아직도 함께 하고 있대.

내가 이렇게 번역까지 해서 올리는 이유가 뭔지 이제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