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사족 아닌 이야기 없고,
내 생각 아닌 의견은 없지만.
1.
반 프리랜서가 된 뒤로 주중과 주말의 경계 없이 일한다. 그냥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하고.
주중에 일을 자꾸 미루는 이유는 집에서 컴퓨터를 켜고 싶지 않아서.
나는 컴퓨터로 작업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우선 1) 전자 기기에 큰 흥미가 없고
2) 그 탓에 컴퓨터로 하는 것이라곤 '일' (아주 가끔 쇼핑) 밖에 없었어서
3) 당연히 반사적으로 '컴퓨터 = 일'이라는 것이 뇌에 각인되어 있다.
지금 쓰는 컴퓨터도 4년 전 "나 이력서 써야 돼서 컴터 필요한데, 뭐 사?"
라고 동생에게 물어본 뒤 30만원에 구입한 OS free형 노트북이다.
여전히 컴퓨터로는 심심풀이로 '글'을 쓰거나 돈을 벌려고 '글'을 번역하는 일 밖에 안 한다.
아, 가끔 영화도 보는구나.
(영화도 컴터로 보는 거 싫어함)
2.
점점 글쓰기에 자신이 없어진다. 정확하게는 번역인가?
얼마 전에 처음으로 출판 번역을 했는데, 에이전시 태도가 쓰레기 같은 건 둘째치고
내가 번역을 못한다는 데 너무 화가 났다.
한 문장을 읽고 우리말로 옮길 때마다 턱에 걸려 넘어지듯 자꾸 두 단어를 못넘기고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특히 내 머릿속에는 사용 가능한 한자어가 너무너무눔너무너무넘너무ㅜㄴ 모자라다. 단어가 빈약해서 글의 밸런스가 엉망이다.
원문이 지랄같은 것인지 내 번역 실력이 지랄같은 것인지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문장을 해독하는 능력이 탁월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내 실력을 탓하게 됐고, 화가 났다.
(실제로도 실력이 부족하지만)
잘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선생님이 필요하다.
선생님이 필요해서 대학원에 가려 했는데 시바러아ㅣㅁ퍼ㅏㅣ퍼ㅏㅣ뮤ㅓㅏㅣㅁㅇ
하지만 대학원에 가기 전에, 대학원에 가서 진짜로 실력이 늘기 전까지도,
나는 돈을 벌어야 한단 말이다.
3.
감독님,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물어보려고 했는데 졸라 쓸데없는 얘기만 하고...
4.
필사와 모사화 제작은 매체가 다르지만 원본의 해체와 재구성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작업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가의 의도와 특유의 문체나 필체(stroke), 작품의 구조를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작가가 흘려놓은 빵가루를 따라 0의 영역, 무의 상태로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
5.
사실 대학원 시험을 다시 준비하게 되면
맘에 드는 원서와 번역본을 구비해놓고 비교 대조 필사를 하려 했는데
3월이 다 지나가는 지금, 1도 안 함.
머아ㅣ머파ㅣ어파ㅣㅁ더ㅣ
하게 된다면 테드 창의 소프트웨어와 록산 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로 해야겠다.
4월부턴 진짜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