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네가 더 영리하니까.
2.
장강명 작가가 '같은 작품(댓글 부대)으로 거액의 당선금을 받기는 부끄러워서'
더 많은 독자에게 한국 소설을 소개할 요량으로 기획한 무료 ebook '한국 소설이 좋아서.'
어제 ebook 다운 받자마자 30% 읽고 (ebook은 %로 나오더라?)
오늘 60% 읽고 나오는 책들마다 다 보고 싶어져서 당장 교보로 갔다.
오늘 골라온 건 '시스터'와 '11:59pm 밤의 시간' (줄여서 11라고 쓰겠다).
둘 다 여성 작가의 책이며, 둘 다 스릴러다.
위 사진은 11에서 발췌(이런 것도 발췌라고 할 수 있나?)한 것.
중요한 장면은 아니고, 흠, 아니다, 중요한 단어일 수도 있겠다.
냄새에 대한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 피비린내, 물비린내, 수 십마리의 통닭을 튀겨놓고도 갈지 않아 나는 기름 절은 냄새, 달콤한 쿠키 냄새 등...
나는 의식적인 행동이나 언사에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천성이나 욕구를 드러내는 사람을 "순수하다"고 표현한다. 나는 충동적 욕구에 저항하지 않는 편이라 (충동 또한 내 무의식에 축적되어 온 '걔 나름의 사정'과 합당성을 갖추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니체의 관점에서 내 태도는 '천박'하고 나의 관점에선 '순수'하다.
일단 지구 상에 태어난 이상, 개인은 늘 어딘가에 속해있다. 가정을 보통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라고 하니 좋든 싫든 우리는 사회의 구성원이다. 그리고 사회 구성원이라면 보통은 공교육이나 가정 교육과 같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 조직이나 집단이 정한 암묵적 규칙을 체화하고 자신의 선택과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미리 예상하여 자기통제력을 발휘하도록 길들여진다. 하지만, 시스템에는 늘 구멍이 있다. 그리고 시스템이 충분히 섬세하거나 예민하지 못한 탓에 사회에서 살아 남으려면 스스로 깨우쳐야만 하는 영역들이 존재한다. 물론 사람마다 속한 가정이 다르고 사회가 달라서, 저마다 다른 '구멍'을 품고 산다. 그리고 그 구멍이 어디에 있는지 직접 발견하거나 누군가 일러주기 전까지 우리는 그 부분에서만큼은 완벽하게 '순수'한 상태를 유지한다. 악의도 선의도, 그러니까 사실 아직 그 어떤 종류의 '의도'도 묻지 않은 새하얀 생크림 같은 영역.
이 소설 속 주인공에겐 살인충동이 그런 영역이다.
뭐랄까, 앞뒤를 재긴 재는데, 사회 통념과는 전혀 다른 논리, 매우 단순한 알고리즘에 의거해 결론을 짓고, 행동에 옮긴다.
스스로 깨우친 '인간다움'을 실천하고자 무던히 애쓰는 해선의 모습에서 나는 순수함을 느꼈다.
그리고 가만히 내가 마음 속으로 살해했던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아, 그리고 이 책과 이 책을 소개해준 책 둘 다 엄청 재밌다.
'한국 소설이...'에선 장르 문학을 많이 다뤄줘서, 앞으로 한 서 너달은 거뜬하겠다.
2-1.
아, 작가가 왕십리 출신으로 아직도 왕십리 산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친구가 작가로 일하던 프로그램 인터뷰에 갔다가 그런 얘기를 나눴다.
"세상에 이기적인 선택은 있어도 무모한 선택은 없는 것 같아요. 다들 각자의 이유와 논리가 있는 거잖아요. 이렇게 뭐 하나 지키기 어려운 세상에, 진짜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이기적인 것도 다 타인의 기준인거잖아요. 나는 나름 오래 고민해서 내린 결정인건데."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다고 해도 이기적인 선택이란 게 존재할까?
세상에 나 혼자 남으면 내 행동으로 이득을 보는 것도 피해를 보는 것도 나 하나고, 그게 이득인지 피해인지 결정하는 것도 나 자신이다. 내가 챙길 남같은 건 없다. 결국 이기적이란 건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을 때에만 유효한 개념이다. 선천적으로 이기적일 순 없겠지.
이기심에 관해서 왜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떠드냐면
전에 쓰던 지하철 공상 단편의 마무리를 대충 생각해놨는데
가운데 몸통을 어케 채우지, 무슨 얘길 하고 싶어서 이걸 쓰는거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