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18.

11:59 pm 밤의 시간




1.


















네가 더 영리하니까.



2.
장강명 작가가 '같은 작품(댓글 부대)으로 거액의 당선금을 받기는 부끄러워서'
더 많은 독자에게 한국 소설을 소개할 요량으로 기획한 무료 ebook '한국 소설이 좋아서.'

어제 ebook 다운 받자마자 30% 읽고 (ebook은 %로 나오더라?)
오늘 60% 읽고 나오는 책들마다 다 보고 싶어져서 당장 교보로 갔다.

오늘 골라온 건 '시스터'와 '11:59pm 밤의 시간' (줄여서 11라고 쓰겠다).
둘 다 여성 작가의 책이며, 둘 다 스릴러다.


위 사진은 11에서 발췌(이런 것도 발췌라고 할 수 있나?)한 것.
중요한 장면은 아니고, 흠, 아니다, 중요한 단어일 수도 있겠다.
냄새에 대한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 피비린내, 물비린내, 수 십마리의 통닭을 튀겨놓고도 갈지 않아 나는 기름 절은 냄새, 달콤한 쿠키 냄새 등...

나는 의식적인 행동이나 언사에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천성이나 욕구를 드러내는 사람을 "순수하다"고 표현한다. 나는 충동적 욕구에 저항하지 않는 편이라 (충동 또한 내 무의식에 축적되어 온 '걔 나름의 사정'과 합당성을 갖추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니체의 관점에서 내 태도는 '천박'하고 나의 관점에선 '순수'하다. 

일단 지구 상에 태어난 이상, 개인은 늘 어딘가에 속해있다. 가정을 보통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라고 하니 좋든 싫든 우리는 사회의 구성원이다. 그리고 사회 구성원이라면 보통은 공교육이나 가정 교육과 같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 조직이나 집단이 정한 암묵적 규칙을 체화하고 자신의 선택과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미리 예상하여 자기통제력을 발휘하도록 길들여진다. 하지만, 시스템에는 늘 구멍이 있다. 그리고 시스템이 충분히 섬세하거나 예민하지 못한 탓에 사회에서 살아 남으려면 스스로 깨우쳐야만 하는 영역들이 존재한다. 물론 사람마다 속한 가정이 다르고 사회가 달라서, 저마다 다른 '구멍'을 품고 산다. 그리고 그 구멍이 어디에 있는지 직접 발견하거나 누군가 일러주기 전까지 우리는 그 부분에서만큼은 완벽하게 '순수'한 상태를 유지한다. 악의도 선의도, 그러니까 사실 아직 그 어떤 종류의 '의도'도 묻지 않은 새하얀 생크림 같은 영역. 

이 소설 속 주인공에겐 살인충동이 그런 영역이다.
뭐랄까, 앞뒤를 재긴 재는데, 사회 통념과는 전혀 다른 논리, 매우 단순한 알고리즘에 의거해 결론을 짓고, 행동에 옮긴다.
스스로 깨우친 '인간다움'을 실천하고자 무던히 애쓰는 해선의 모습에서 나는 순수함을 느꼈다.

그리고 가만히 내가 마음 속으로 살해했던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아, 그리고 이 책과 이 책을 소개해준 책 둘 다 엄청 재밌다.
'한국 소설이...'에선 장르 문학을 많이 다뤄줘서, 앞으로 한 서 너달은 거뜬하겠다.



2-1.
아, 작가가 왕십리 출신으로 아직도 왕십리 산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친구가 작가로 일하던 프로그램 인터뷰에 갔다가 그런 얘기를 나눴다.
"세상에 이기적인 선택은 있어도 무모한 선택은 없는 것 같아요. 다들 각자의 이유와 논리가 있는 거잖아요. 이렇게 뭐 하나 지키기 어려운 세상에, 진짜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이기적인 것도 다 타인의 기준인거잖아요. 나는 나름 오래 고민해서 내린 결정인건데."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다고 해도 이기적인 선택이란 게 존재할까?
세상에 나 혼자 남으면 내 행동으로 이득을 보는 것도 피해를 보는 것도 나 하나고, 그게 이득인지 피해인지 결정하는 것도 나 자신이다.  내가 챙길 남같은 건 없다. 결국 이기적이란 건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을 때에만 유효한 개념이다. 선천적으로 이기적일 순 없겠지.

이기심에 관해서 왜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떠드냐면
전에 쓰던 지하철 공상 단편의 마무리를 대충 생각해놨는데
가운데 몸통을 어케 채우지, 무슨 얘길 하고 싶어서 이걸 쓰는거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얌.




2017. 1. 17.

염따




작년에 인스타로 알게된 분 친구가 새로 앨범을 냈다고 해서
정말 별 생각없이 들었다가 너무 좋아서 두고 두고 돌려듣는 앨범이 있다.

염따의 살아숨셔.

그 중에 '처음은 난데'라는 곡이 있는데,
이 곡 가사를 듣고 있자면
1. 미러링에 대한 강한 욕구와 
2. 내가 만난 ㄱㅅㄲ들에 대한 짜증, 그리고 
3. 회한이 밀려온다.


자세한 얘기는 주말에 시간 내서 써보겟씀.

여튼 진짜 여성 화자가 남자를 ㅈㄴ 먹고 버리거나 남자를 성적 대상화 하는 내용의 섹스송이 있어야 된다고.
그래야 무슨 기분인지 알지, 이놈의 것들.

아, 그렇다고 염따 앨범을 까는 포스팅이 절대 아님.
앨범 전체 다 정말 강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올빼미랑 거실.





2017. 1. 14.





길게 떠들어 봐야 뭐하냐.
속상한 건 매한가지인데.

정 많고 심약한 죄.



2.
견물생심, 견인생심.







블로그는 당연히 속으로 삭히기 어려운 마음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다는 욕구와
하지만 자력으로 내 블로그 주소를 찍어 들어오는 사람들하고만 공유하겟다!는 삐뚤어진 심보의 합작품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사람들은 꾸준히 들어온다.

사실 그 사람들이 내 말을 얼마나 이해하고 읽는지는 나도 모른다.
기껏해야 "블로그 잘 보고 있어요. 재밌네요." 정도지
"글 보다 궁금한 게 생겼는데요, 몇 번의 몇 번째 문장은 무슨 뜻인가요?" 라고 할 만큼
열과 성을 다 해 읽는 사람은 3년에 한 번 나오는데,
그제 "두 번째에서 세 번째 문단으로 넘어갈 때..."라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웃겼다. 비웃는 거 아니고, 귀여워서 웃었다.

하지만 설명하자니 꼴이 우스워서 관뒀다. 그리고 오늘 보니 새로 써야겠더라.



2.
인스타에서도 정말 오토마티즘 정신에 입각해 어마어마하게 떠드는데도
내 계정을 보고 '신비한 여자...'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실제로 대화해보고 '수다쟁이... 허당...' 하며 실망하나?



2-1.
ㅅ이 얼마 전에 만낫던 소개팅남의 알 수 없는 태도에 관해 얘기하는데, ㅈ가 그랬다. 
언제였더라, 인스타로 알게 된 사람이 있었는데 대화도 잘 통하고 재미있는 사람 같아서 데이트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만나서 하루 종일(정확하게는 10 시간!!!) 차마시고 밥먹고 또 차마시며 함께 있다 귀가하는 길엔 집에 조심히 들어가시라, ㅈㅎ 씨가 사준 빵도 맛있게 먹겠다, 사진까지 착착 찍어 보내놓고

그 다음날부터 연락이 오지 않았단다.



2-2.
우리 다, 친구가 생겨서 좋아했는데.



3.
해맑고 순수한 사람들은 때로 그 선의로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2017. 1. 1.




1.
이 글을 보실지 안 보실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제처럼 제 생각이 가끔 나신다면 보시겠지요.

누군가와 헤어질 때마다, 그게 연인이었든 연인보다 못한 관계였든,
우리는 이제 모르는 사이만도 못하겠네요, 라고 묻습니다. 

저는 누구한테 먼저 헤어지자, 그만 만나자는 말을 못하는 유형의 사람인데요, 저 말은 용기를 쥐어 짜내야 겨우 할 수 있는, 절교선언에 가장 가까운 말입니다. 제가 정말 좋아했던 사람들은 다 저에게 둘도 없는 친구였으니까요.
그래서 친구로 지내고 싶다는 말은 마지막 미련입니다.
'이제 우리는 친구가 아니라 알아도 모르는 사이가 되겠네요.' 

정 떼는 일에 젬병인 저라도 그만 보자는 사람, 정을 떼면 뗐지, 줄일 줄은 몰라서,
친구였던 사람들은 이제 알고 싶어도 알아서는 안 되는, 제 세상에는 없는 사람이 되는 거죠.


그래서 쉽게 답을 못했습니다.
늘 저에게 공손하고 예의바르셨는데 제가 뭐라고,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긴 싫어서 답을 하려고 했으나
할 말이 없어서, 
정확하게는 예의에 벗어나지 않는 말과 내가 우스워지는 말을 빼고 나니 드릴 말씀이 없어서,
답이 늦었습니다.

기대하신 것만큼 쿨하지도, 가볍지도, 잘 지내지도 못합니다.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2.
새해에는 저보다 크고 똑똑하고 
공손하면서도 개구지고 야한 남자를 만나게 해주세요.

그게 아니라면 제발 아무도 만나지 않게 해주세요.



3.
무엇보다 건강히, 학교로 돌아가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