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15.




12월엔 바둑학원 등록해야지.




어느 날의 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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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거 찾아보다 든 생각인데, 내가 스기하라 (Go의 주인공) 에게 매료되었던 건 그런 점인 것 같아.
내면에서 이는 성난 파도에 온몸이 채찍질 당하고 있지만 발목 밑으로는 생의 닻이 내려져 있는 인간.
그래도 닻을 끊고 주류로 편승할 생각은 없는 인간. 사서 고생하는 인간.
그 닻이 발목을 붙잡는 것처럼 성가시지만 결국 그 닻을 뿌리 삼아 폭풍 속에서 가지를 뻗어나가는 태도.
내가 생각하는 '힙스터'는 사실 그런 인간인데, 너무 힙스터가 되려는 힙스터들이 넘쳐나는 바람에 그딴 거 다 개무시 당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더 할 말이 많지만 (그 소설 속 정일이의 태도라던지 온전히 이해한 자만이 비판 할 자격이 있다는 이야기라던지), 말 길어지면 오빠 또 뭐라고 할테니 난 일단 보고서를 쓰러 갈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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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시대에 태어났던 사람들은 좋겠어.
뭐든 깊게 사고하고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고 글로 남기면 다 이렇게 철학 이론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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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알아? 문학에서의 "Romanticism"은 자연으로의 회귀를 뜻하는데
그때 말한 사드(SM의 사드)가 그 romanticism의 아주 극단적인 예인거? 
찾다보니까 libertines 밴드 이름도 사드 책 제목에서 따온 거라고 하더라.
방탕한 자들의 욕망(the lust of the libertines)이라나? 그 방탕한 자가 libertines 



*
친구(오빠이긴 한데 너라고 부르는게 더 익숙해진 사이라 친구)가 숙제 아닌 숙제를 내주는 덕분에 질풍노도에 대해 데스크 리서치를 좀 했다.
그리고 까먹기 전에 중간보고, 라고 이메일을 한 통 보내면서 본론보다 긴 추신을 달았다.
ㅋ가 난무하는 인스턴트 메세지 말고 저런 사적이고 기이이ㅣ-인 이메일을 자주 주고 받았으면 좋겠다.









오늘 마션 400페이지를 돌파했다.
이렇게 어마무지한 페이지 수를 자랑하는 책인줄 모르고 주문한 거라
(거의 백과사전급입니다. 597페이지 가량)
처음 책을 받았을 땐
'어떻게 이렇게 긴 글을 쓸 수 있지?' 라는 생각과
'이걸 과연 읽을 수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교차했었다.
그런데 백과사전급 SF 소설은 다행히도 독자의 마음까지 무겁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어서 잘 하면 오늘 마크 와트니를 지구로 돌려보내고 잠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한가지,



2.
내가 과연 글이 아니라 뭐라도 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 주제가 무엇이 되었든 600페이지에 달하는 문장을 만들고, 그것들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나열(에서 그치지 않고 그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600페이지에 걸쳐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것은 화성에서 500일 동안 홀로 살아남는 일 만큼이나 고도의 집중력과 치밀한 계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강인한 신념을 요하는 작업이다. 아득한 길이다.
근 3주간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홀로 남겨진 도시에서 지하철을 타고 방랑하는 무성(性)의 존재가 정말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2호선 순환열차에 앉아 기차놀이를 하고 있다. 읽을 책도 다 떨어져가고, 복수심도 사그러들어서 지하철이 자꾸 멈춘다.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어떻게든 뭐라도 한 문장이라도 빠르게 써서 골자라도 만들어 놓아야 한다. 현실직시. 얍.



3.
오늘 망원역 1번 출구 계단을 오르다 지구에 불시착한 화성인의 기분,인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당최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비교 대상이 기억나질 않는다.
아 이래서 메모를 해야 하는데 맨날 '이따 어디 들어가면 적어야지' 하고 까먹는다.

근데, 뭐, 나는 늘 그런 이방인의 기분으로 평생을 살았으니 아마 금방 기억날거다.



4.
내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사회학자 미드 (그게 조지인지 마가렛인지 모르겠음) 는 인간은 40년이 지나면 자신이 속한 사회의 이민자가 된다는 말을 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그런 말은 검색이 안 된다.

아, 음, 내 기억이 틀린 게 분명하군 *^^^*







우리나라는 어쩌다 이 모양 이 꼴이 났을까?
난 투표도 열심히 했고, 의견표명도 열심히 했는데,
왜 저런 인간이 대표로 앉아있고 그 옆엔 왜 다 그모양 그꼴일까?

너무너무너무쪽팔리고 좆같다.




2015. 11. 13.




쇼핑중독이 별 게 아니다.
아직 다 보지도 못한 책들이 쌓여있는데 새로 또 책을 산다거나
일주일에 세 번씩 시간 맞춰 결제하겠다고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치거나
다음주 생활비에서 돈을 땡겨 쓰는, 그게 쇼핑중독이지.


진짜 이제 이번달엔 책 그만 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