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15.
오늘 마션 400페이지를 돌파했다.
이렇게 어마무지한 페이지 수를 자랑하는 책인줄 모르고 주문한 거라
(거의 백과사전급입니다. 597페이지 가량)
처음 책을 받았을 땐
'어떻게 이렇게 긴 글을 쓸 수 있지?' 라는 생각과
'이걸 과연 읽을 수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교차했었다.
그런데 백과사전급 SF 소설은 다행히도 독자의 마음까지 무겁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어서 잘 하면 오늘 마크 와트니를 지구로 돌려보내고 잠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한가지,
2.
내가 과연 글이 아니라 뭐라도 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 주제가 무엇이 되었든 600페이지에 달하는 문장을 만들고, 그것들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나열(에서 그치지 않고 그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600페이지에 걸쳐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것은 화성에서 500일 동안 홀로 살아남는 일 만큼이나 고도의 집중력과 치밀한 계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강인한 신념을 요하는 작업이다. 아득한 길이다.
근 3주간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홀로 남겨진 도시에서 지하철을 타고 방랑하는 무성(性)의 존재가 정말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2호선 순환열차에 앉아 기차놀이를 하고 있다. 읽을 책도 다 떨어져가고, 복수심도 사그러들어서 지하철이 자꾸 멈춘다.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어떻게든 뭐라도 한 문장이라도 빠르게 써서 골자라도 만들어 놓아야 한다. 현실직시. 얍.
3.
오늘 망원역 1번 출구 계단을 오르다 지구에 불시착한 화성인의 기분,인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당최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비교 대상이 기억나질 않는다.
아 이래서 메모를 해야 하는데 맨날 '이따 어디 들어가면 적어야지' 하고 까먹는다.
근데, 뭐, 나는 늘 그런 이방인의 기분으로 평생을 살았으니 아마 금방 기억날거다.
4.
내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사회학자 미드 (그게 조지인지 마가렛인지 모르겠음) 는 인간은 40년이 지나면 자신이 속한 사회의 이민자가 된다는 말을 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그런 말은 검색이 안 된다.
아, 음, 내 기억이 틀린 게 분명하군 *^^^*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