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27.

오수, 황인찬




그 아이를 개로 만들고 싶어서 나는 쓰기 시작했다 쓰다 보니 그것은 소설이었다 아름답고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그 아이는 개였었다
하얗고 털이 많고 항상 혀를 내밀고 있다

그 아이는 운전을 잘 하는 개여서
우리는 차를 타고 어디든 갔다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개였다
나의 품에 안겨서 자주 낑낑거렸다

석양이 질 때면 우수에 찬 개였고
머리를 기대어 앉으면 두 심장이 뛰는 밤이었다

어느 날 나는 나의 영혼을 견딜 수 없었다

그 아이가 너무 좋았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개에게 고백했다

사, 랑, 해

너무 떨려서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쥐어짜내며
한 음절씩 끊어 말했다

그 아이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자꾸 짖었다"

그것을 다 썼을 때, 어디선가 불이 났다 그것은 소설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나는 나의 아름다운 소설을 보여주고 싶었으나 그 아이는 개가 아니다


오수, 황인찬



+
개가 아니라면 네 존재감에 짖눌리는 나 자신의 처량함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고
개가 아니라면 그토록 무조건에 가까운 애정을 품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좋겠다, 이 개자식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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