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12.





"나연이는 시간이 지나서 지금보다 더 성숙해지면 보라색이 될 것 같네요. 지금은 연보라색이에요. 
사람이 계속 모자이크 같은 색으로 살면 팔십 평생을 살 수 없을 거예요. 한 가지 색으로 합쳐진다는 건 나쁜 게 아닙니다."



5월 8일 어버이날, 졸업 후 처음으로 사회인 대 사회인으로서 선생님을 뵀다.
나도 더는 학생이 아니었고 선생님도 나의 모교를 떠나 새로운 둥지를 찾으셨던 시기.
그래서 술을 마셨다. 그래도 될 것 같았으니까.
스파클링 와인으로 시작해 복분자로 넘어갔다.
문득 "선생님 전에 저랑 소라한테 학생들마다 색으로 기억한다고 하셨던거 기억나세요?" 라고 물었고 선생님은 옅게 미소지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때 저한테 모자이크 같다고 하셨거든요. 근데 그때 그게 진짜 제가 생각하는 제 모습 같아요. 좀 모난 것 같고 어딘가 이상한 것 같아도 그래서 그게 저 같았는데, 지금은 그 독기라고 할까, 그런 기가 다 빠졌어요.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아요." 하니 복분자가 담긴 술잔의 입술을 매만지시다 저렇게 답해주셨다. 
모자이크라는 말을 들었을 때와 다른 의미로, 또 울 뻔했다.


생각난 김에 또 메일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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