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12.
뭐 이런 생각한 건 좀 오래됐지만,
요즘 부쩍 미류에게 "나는 그만 살고 싶은데" 라는 소릴 자주 한다.
그만 살고 싶다 = 죽고 싶다, 는 아닌데, 어려서부터 도돌이표로 돌아오듯 찾게 되는 심적 상태, 혹은 근원적인 생에 대한 회의감을 딱히 어떤 쉬운 단어로 풀어서 말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사람들이 종종 내 말을 곡해해서 듣는 것 같다. 그니까, 내가 곡해하기 쉽게 말을 한다. 말을 좀 이상하게 한다는거지.
여하튼, 그냥 사는 게 너무 피곤하다.
오늘도 미류에게 일장 연설을 하듯 설명했지만 사반세기 넘게 살면서
격렬하게 불행해보았고 더 할 나위 없이 행복해보았으며
설렘도, 절망도, 어지간한 것들은 다 해 본 것 같다.
인간이 경험하여 느낄 수 있는 것들에 얼마나 더 큰 variation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만하면 됐다 싶다. 그리고 너무 빨랐다 싶다.
앞으로도 결국 흥망성쇠의 반복일 것이 뻔하고, 거기서 느끼고 배울 점이 많다손 치더라도 결국 변하지 않는 내 육신과 정신으로 살아갈 앞날에 뭐 대단하고 기대할 것이 있다고 더 사나 싶다.
정말 열심히 살았고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겪으며 살았다.
남들이 평생 혹은 반평생에 겪어도 벅찰 일을 나는 너무 빨리, 많이, 호되게 앓아가며 해쳐왔다. 생의 정중앙, 적도와 핵을 지나 저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 고지식하고 무식하게 관통해 이 곳에 섰다. 그래서 솔직히 피곤하다. 피곤하고, 더 사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회의감이 든다. 그렇다고 이 생을 지금 당장 마감하겠다는 건 또 아니고.
늘 너무 피곤하다.
내게 순정을 요구하기엔 삶은 이미 나에게서 너무 많은 것들을 앗아갔다.
넌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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