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좋은 줄 알고 야자 바깥 구경 좀 시켜줄랬더니 비가 오네.
점심에 병원 다녀오길 잘했다.
별건 아니지만 그래도 축하받고 싶은 일이 있는데 누구보다도 한 사람의 축하가 받고 싶어 아무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고 꾹 참고 있다. 헤에-.
다 잘 되어 만나는 날 떳떳하게 설 수 있다면 좋겠다.
후에 이 이야기를 고백해도 될만큼 가까워지면 당신은 나에게 무어라고 답해줄까.
하하하, 짧고 크게 웃고 난 뒤 귀엽다고 머리를 쓸어주면 좋겠다.
나를 덜 알았을 때 좀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했어도 지금은 재미있다며
나를 내려다보며 마음으로, 얼굴로, 몸짓으로 예뻐해주면 좋겠다. 기왕이면 애정.
아 근데 사실 다른 회사가 더 가고 싶다.
내일 면접도 있는데 오후에 전화로 못가겠다 말씀 드릴 참이다.
공사를 막론하고 연락없이 사라지는 건 인간의 예의가 아니다.
아닌 것에 자꾸 미련두면 안 된다.
간만에 신나는 마음으로 커버레터를 적는다.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silver lining을 본 것만 같다.
2.
"I opened up to you and you judged me. You judged me.
I 'was' a slut. I still can be slutty and dirty in a part, but I love that part of me, including other parts of me, too. Can you do that? Can you forgive yourself?"
Silver Linings Playbook, 2012, David O. Russell
3.
음식을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듯이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나도 탈이 난다.
게다가 그게 나쁜 음식이었다면 몸은, 혹은 마음은, 더 빨리 더 많이 상한다.
그 때, 나는 탈이 나있었다.
면역력도 떨어져 있었고, 좋은 음식, 나쁜 음식 구분 하는 능력도 상실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랬다.
싫어서가 아니라, 먹고 탈이 나는 게 무서워서 입을 벌리지 못했다.
안을 보여주기 무서웠다.
게다가 그게 나쁜 음식이었다면 몸은, 혹은 마음은, 더 빨리 더 많이 상한다.
그 때, 나는 탈이 나있었다.
면역력도 떨어져 있었고, 좋은 음식, 나쁜 음식 구분 하는 능력도 상실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랬다.
싫어서가 아니라, 먹고 탈이 나는 게 무서워서 입을 벌리지 못했다.
안을 보여주기 무서웠다.
그런데 당신에게 내가 탈이 났다고, 사실은 이전엔 이런 것들을 먹었다고, 그래서 어디가 얼마나 아팠으며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물론 아무것도 안 먹고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배탈 났다고 어디 사람이 평생 금식하며 살 수 있느냐고, 원상복귀가 되면 나는 매우 반짝반짝 수다쟁이 팜므 파탈이라고,
그때 그렇게 설명했다면 당신은 그게 이해가 됐을까?
그때 그렇게 설명했다면 당신은 그게 이해가 됐을까?
4.
한 번 만남이나 대화로 내 오천육백삼가지 반사광을 다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나를 좀 오래 두고, 자주 보여주고 싶은데,
내 '보여주고 싶은 욕구'와 당신의 '보고 싶은 욕구'가 상응하는 지 확신할 수 없지 않는가.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나를 좀 오래 두고, 자주 보여주고 싶은데,
내 '보여주고 싶은 욕구'와 당신의 '보고 싶은 욕구'가 상응하는 지 확신할 수 없지 않는가.
나는 가까이에서 또 멀리서, 여름에 또 겨울에, 낮에 또 밤에,
볼 때마다 다른데 또 유기적인 인간이라
내 글, 잡담, 취미, 특기, 취향의 역사, 다 알고 나면 당신도 분명 나를 좋아할텐데,
나는 그 확신은 있는데,
내 글, 잡담, 취미, 특기, 취향의 역사, 다 알고 나면 당신도 분명 나를 좋아할텐데,
나는 그 확신은 있는데,
나는 여즉 묘사에 어리숙하고
요즘 사람들은 오램의 낭만을 잘 모른다.
요즘 사람들은 오램의 낭만을 잘 모른다.
5.
그래도 짧고 임팩트 있는 커버레터를 써 이마빡에 붙이고 들어가야지.
그 회사에도,
당신 머릿속에도.
6.
누가 보면 또 사랑꾼 나타났다 하겠네. 아, 그정돈 아닌데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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