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21.

 



1.

그만 하는 게 맞지 싶다. 내가 원하는 걸 주지 않겠다는 사람 기다리는 짓을 30대 후반에 또 할 순 없어.




2.

엄마는 세번째 허리 수술에 들어갔고, 이제 막 4시간이 지났는데 여즉 나오지 않고 있다.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수술시간이 길어지니 숨통이 조금 조여오는 느낌.




3.

이번엔 대학 병원에서 진행하는 수술이라 다행히 공동간병실에 들어갈 수 있었고, 입원을 얼마나 하게 될지 몰라도 2주 정도는 공동간병실에 있어야 할 것 같다. 

엄마랑은 지난 진료 끝나고도 대차게 싸웠는데, 늙는 건 다 이런 거다, 나는 계속 아플 거다, get used to it 하는 식의 엄마 태도에 그래 맞는 말이지, 수긍하면서도 난 이러기 전에 죽고 싶다, 그런 생각을 또 했다.

요즘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한다. 적극적 자살 충동은 아닌 거 같은데, 아니겟지? 이런 것도 뭔가 정신병인가? 모르겟다. 정신병이고 나발이고. 그만 살고 싶은 사람은 너무 많지 않은가?




4.

매달 쌓이는 퇴직금 금액을 보며 다짐 아닌 다짐을 한다.

나의 노후는 이거면 됐다고. 스스로 스위스에 가서 무사히 안락사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이면 나는 됐다고. 내가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사람인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 혼자 웃음이 날 때도 있다. 이정도면 만성 우울증인가.




5.

내가 대학원 때 어땠더라. 4학기에 접어들 무렵 어떤 정신상태였더라. 

사는 게 쉽지 않은 건 그때 더 했겠지만 누굴 들여놓을 자리는 늘 있었다. 나눠 줄 마음 한 평은 늘 있었다.


노력할 용의가 없다는 소리로 밖엔 안 읽힌다.

근데 그럼 정신을 좀 차려 이년아.




2025. 5. 3.

 



1.

혹여 내가 연락을 않고 지내는 동안 웅이가 삶을 포기한다고 하면 나는 죄책감을 느낄까?

카톡창을 열어보고 싶어질 때면 한번씩 상상해본다. 하지만 웅이는 그럴 사람이 아닌 것 같으므로 내가 죄책감을 느낄 일도 없을 것 같다. 다시 잊고 내 일상으로 돌아간다. 



1-2.

이런 극단적인 가정 없는 만남은 없나?

인생이 뭐 이래.




1-3.

현아가 해방촌에서 깨를 만났다고 했다. 용진씨가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어? 저 사람이?! 했다며.

너무 웃겨. 차라리 이쪽은 웃기기라도 하지.




2.

뒤늦게 민음사 유투브에 꽂혀서 매일 밀린 영상을 랜덤시청 중인데, 편집자님들은 대체적으로 분위기가 비슷한가?! 싶어졌다. 은아님과 나비님이 번갈아 생각나는 너무 귀여운 선생님들.




3.

요즘 나의 병렬도서 리스트

- 사당동 더하기 25 (원고에 써야하는데 진도가 안 나가네.)

- No country for old men (정말 좋아하는 영화 중에 하나인데 원작이 있단 것도, 그 작품이 코맥 맥카시 작품이라는 것도 최근에서야 알았다. 요즘 침묵을 어떻게 문장으로 옮길 수 있는가, 같은 공상을 하는데 영화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원작의 어떤 문장들이 이런 화면으로 각색되었을까. 아, 이건 원서로 삼. 원서는 영문으로 표기하고 번역본은 한글로 적겠음)

- Stella Maris & 스텔라 마리스 (웅이가 맥카시를 너무나 좋아하는데 웅이가 너무 미워서 죽어도 안 읽고 싶었다가 어느 정도 맘이 풀려서 다시 또 흥미가 생겼는데 나에게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어서 또 읽기 싫어졌다. 하지만 책이 무슨 죄람. 나도 이제 고전도 좀 읽고 맥카시도 읽어야지.)

-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일일드라마도 이런 일일드라마가 없다. 19세기 사람들은 이런 걸 보면서 스몰토크를 했을까, 궁금해진 책. 아 그리고 제발!!! 이름 하나에 닉네임 오억오천 개씩 만들지 말라고 ㅠㅠㅠㅠ 안그래도 러시아 이름 안 외워지는데 닉네임은 왜 이렇게 많아!!!!!)

- 사실의 수명 (은아 님의 최신작. 사실 진행률로 보면 1% 정도인데 책 구성이나 소재가 넘 흥미진진해서 어떻게든 다 읽어내리)

- 젊은작가상 2025 (하... 한 2년 전부터 느꼈는데 젊작상이 문제일까? 점점 한국문학 재미가 없음. 특히 젊은(?) 문학이 1)재미도 2)문학성(너무 복잡하고 불분명한 단어이지만 사회성이나 영향력, 문학적 탁월함 같은 걸 다 합쳐서 별점 5점으로 매기는 항목 정도로 하자)에서도 나를 흥분시키는 작품을 못 만나고 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아.)

- 캣콜링 (안온 작가의 일인칭 가난을 읽고 보기 시작했다. 아직 절반 정도 읽었는데 1장을 보고 나니 역으로 내가 이런 글을 계속 쓰면,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읽게 될지 고민  거울 효과가 있었다.)

- she's always hungry (boy parts를 고를까 이걸 고를까 고민하다 역시 introduction이라면 단편집이지! 싶어서 고른 책. 한국 젊은 작가층에게 소구점이 분명 있을 작품이었다. 비슷한 느낌으로는 tender is the flesh 가 있지만 텐더쪽이 훨씬 내 취향. 하 텐더 내가 번역 제안 할 걸. 다시 한 번 후회되는 작품 (and big thx to Angie for recommending this book). 여튼 엘라이자 클라크는 조아할 사람들이 분명!!! 있고 특히 지금 잘 팔릴!!! 이야기라고 사료됨.)


그리고 다 읽었고 역시나 너무 좋아서 펠트 커피에서 눈물 줄줄이었던 일인칭 가난. 나는 이런 가난에세이(?)를 쓰고 싶었떤 것이다 엉엉 하면서 읽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밖에는 없으니까 이번 연휴에는 빈곤 과정하고 사당동 각 잡고 좀 읽으면서 원고 수정해야지.


원고 고친다고 영원히 말만하는 미친 x.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