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만 하는 게 맞지 싶다. 내가 원하는 걸 주지 않겠다는 사람 기다리는 짓을 30대 후반에 또 할 순 없어.
2.
엄마는 세번째 허리 수술에 들어갔고, 이제 막 4시간이 지났는데 여즉 나오지 않고 있다.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수술시간이 길어지니 숨통이 조금 조여오는 느낌.
3.
이번엔 대학 병원에서 진행하는 수술이라 다행히 공동간병실에 들어갈 수 있었고, 입원을 얼마나 하게 될지 몰라도 2주 정도는 공동간병실에 있어야 할 것 같다.
엄마랑은 지난 진료 끝나고도 대차게 싸웠는데, 늙는 건 다 이런 거다, 나는 계속 아플 거다, get used to it 하는 식의 엄마 태도에 그래 맞는 말이지, 수긍하면서도 난 이러기 전에 죽고 싶다, 그런 생각을 또 했다.
요즘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한다. 적극적 자살 충동은 아닌 거 같은데, 아니겟지? 이런 것도 뭔가 정신병인가? 모르겟다. 정신병이고 나발이고. 그만 살고 싶은 사람은 너무 많지 않은가?
4.
매달 쌓이는 퇴직금 금액을 보며 다짐 아닌 다짐을 한다.
나의 노후는 이거면 됐다고. 스스로 스위스에 가서 무사히 안락사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이면 나는 됐다고. 내가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사람인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 혼자 웃음이 날 때도 있다. 이정도면 만성 우울증인가.
5.
내가 대학원 때 어땠더라. 4학기에 접어들 무렵 어떤 정신상태였더라.
사는 게 쉽지 않은 건 그때 더 했겠지만 누굴 들여놓을 자리는 늘 있었다. 나눠 줄 마음 한 평은 늘 있었다.
노력할 용의가 없다는 소리로 밖엔 안 읽힌다.
근데 그럼 정신을 좀 차려 이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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