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가 살 거란 소리를 열다섯 될 즈음부터 했으니 나는 머리가 큰 이후로는 엄마랑 살고 싶은 맘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 엄마는 나에게 은근하지만 확실한 협박을 했다.
니가 혼자 나가 살아봐라. 넌 너 혼자 잘난 줄 알지? 집안일도 제대로 안하는 년이.
어제는 토 선생님과 토 선생님 아버님이 다녀가셨고, 스테이크를 구웠다.
언제나처럼 너무 많이 해서 가니쉬로 구운 채소가 잔뜩 남았고, 고기가 남은 것도 아닌데 이걸 어찌 먹지 고민하다 카레를 끓여 구운 채소로 야무지게 그릇 바닥까지 긁어 먹었다.
곧 있으면 독립한지 두 달이 된다. 약 50일간 굶지 않고, 청소 게을리 하지 않고, 물자국 하나 없는 수전을 유지하면서 산다. 우리 엄만 청소를 할 때 단 한번도 화장실 수전을 닦은 적이 없었지. 오늘 문득 카레를 먹다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나 코웃음을 쳤다.
가족이 가족을 제일 모른다.
1-2.
어릴 적 엄마는 나와 동생을 먹여살리느라 자녀 교육에는 신경쓸 겨를이 없었고, 학부모 상담 같은 행사 역시 참석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동생보단 나 초등학교 다닐 때는 처지가 나아서 세 번 정도는 학교에 왔다.
그때마다 엄마가 담임 선생님과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 제대로 들은 적은 없지만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말이 있다.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우리 엄마에게 안타까움을 담아 전했다는 말.
어머님은 나연이를 386 컴퓨터쯤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나연이는 그것보다 훨씬 잘 하는 아이예요.
486, 586 컴퓨터 같은 것들이 나오던 시기였다. 나는 이 말이 두고 두고 생각난다. 엄마와 나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anology같은 걸로.
2.
아까 세탁기를 치우다 말고 무슨 문장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는데, 그래서 블로그를 켰던 건데,
10분째 기억이 안 난다. 하 시바.
3.
여전히 사랑은 상대방의 tmi를 모두 알고 싶어지면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능동보단 피동형으로.
4.
아 몰겟다 죽어도 생각이 안 나네.
오늘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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