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 니네 집에서 음악 듣는 거 진짜 좋아했어.
귀가 비슷한 사람하고 좋은 게 좋다고 호들갑 떨고, 네 앞에선 몸치인 것 상관 하지 않고 어깨를 들썩거려도 되서 좋았어.
내일은 모르는 애들처럼 새까만 방에서 음악만 듣는 그 겨울밤이 정말 좋았어. 소설 같았어.
2.
엘레베이터에서 내리면 멀리 복도 끝에서부터 베이스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앞에 서면 무슨 노래를 듣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한 번은 10초 정도 현관문 밖에서 묵직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듣다 벨을 눌렀다.
두 번은 그러지 않았는데, 음악을 들을 때 변하는 그 애 표정을 10초라도 더 보고 싶었기 때문.
세상 다른 즐거움은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위스키와 음악이면 된다며 덩실거리는 그 애를 보는 게 좋았다. 퓨즈가 나간 상태의 그 애를 보는 게 너무 좋았다.
나만 볼 수 있는, 나만 안다고 착각해도 아무도 혼내지 않을 그 애 모습.
술에 취해 한껏 풀어졌을 때, 눈을 찡그리며 좋아 어쩔 줄 모르겠는 표정을 지을 때, 그와 동시에 존나 짱이라고 욕을 할 때, 냉장고에서 술을 꺼내오며 스텝을 밟을 때, 음악 세팅을 바꾸며 tmi를 읊을 때, 불꽃놀이를 보는 기분이었다. 내 안에서 무언가 번쩍, 터졌다. 뇌 내 시냅시스가 전기자극을 보낼 때 그런 모습이었을까. 폭죽과 폭탄의 원리는 같다. 세계가 무너지는 줄도 모르고 폭파하는 불꽃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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