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30.

1호선 냄새


*이 글은 인스타에 올릴 예정이...었으나 올리지 않음.
인스타에서도 덜 피로한 방법으로 글을 읽을 수 있는 법이 없을까?
(다른 플랫폼을 하시면 되지요,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나한테 가장 많은 사람에게 글을 노출할 수 있는 채널은 인스타뿐이라, 게다가 이 블로그는 앱으로 볼 수가 없고, 딱히 다른 채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카드 뉴스 형식은 너무... 별론데...)

좋은 아이디어 있으신 분?




1. 
회사와 학교를 병행할 때지각할 수밖에 없는 시간표 때문에 사무실과 역 사이를역과 강의실 사이를 삐그덕 거리는 도가니를 문지르며 뛰어다녀야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것보다 더 괴로웠던 것은 1호선의 냄새였다그건 낡은 차량에 벤 세월의 냄새가 아니라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였다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왜냐면 승객의 밀도와 연령대에 따라 냄새의 종류나 강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1호선엔 어르신들이 참 많다처음엔 어르신들이 들고 탄 짐에서 나는 냄새겠거니 했다. 1호선을 타고 등하교/출퇴근을 한 지 2주쯤 되었을 땐 알았다그건 온갖 체취와 사람들 옷에 묻어 온 시장 냄새였다
점심시간 즈음에 1호선 열차를 타고 시청에서 회기 사이를 지나본 사람은 알 것이라 믿는다몇호차에 탔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그 시간의 1호선은 모든 차량에 승객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회기에서 노량진으로 내려갈 때는 지하철에 타자마자노량진에서 회기로 올라올 때는 서울역 이후부턴 숨을 쉴 수 없는 것은 물론이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멀미가 나거나 지하철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경미한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이렇게 적는 와중에도 냄새가 떠올라 머리가 아프면서 이따위로 반응하는 내 자신이 너무 비정하고 잔인하고 오만한 인간 같아서 죄책감이 든다.



2. 
8살인가 9살 때까지 외할머니 손에서 큰 것은 맞지만 하원 후 대부분의 시간은 할머니네 집 앞 골목 혹은 쌀집 할머니(외할머니의 둘째 여동생)네 가게에서 보냈다아들만 넷을 둔 쌀집 할머니는 조카 손녀인 나를 몹시도 예뻐하셨고당신 가시는 곳마다 데리고 다니며 자랑하셨다물론 가는 곳마다 다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도 손꼽아 기다리는 외출이 있었다바로 백화점쌀집 할머니와 백화점에 가는 날엔 할머니가 가끔 공주 드레스도 사주셨기 때문이다드레스를 얻어 입지 못한 날에는 할머니가 자주 가는 여성복 매장에 얌전히 앉아 있다 백화점 꼭대기층에서 오무라이스를지하 식품관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고 집에 돌아오는 것이 일종의 백화점 코스였다다섯 살배기 일때부터 퉁실이 어린이였던 나는 예쁘고 맛난 것만 골라 사주시는 쌀집 할머니를 안 좋아할래야 안 좋아할 수가 없었다.
어김없이 쌀집에서 쌀포대를 타고 놀던 나에게 쌀포대 터진다며 나를 끌어내린 할머니는 나를 당신 무릎 위에 앉히시더니 가게 밖을 내다보며 그러셨다.
이 기집애이것도 나중에 나이 먹으면 할머니한테 노인네 냄새난다고 싫다고 그러겠지.”
냄새 난다고 사람을 싫어하는 건정확한 이유를 댈 수는 없지만착한 어린이가 할 일은 아닌 것 같아서 나는 아니야난 안 그럴 거야” 고개를 힘차게 가로저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이런 저런 이유로 쌀집 할머니를 예전 같이 좋아하기가 힘들다가족사라는 게 그렇지 뭐금이야 옥이야예뻐해주신 할머니를 원망해서 죄송한 맘이 들지만마음이 멀어지게 된 이유 역시 잊을 수는 없는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거리에서 서 있다.



3. 
지금 내 나이의 두 배쯤 되는 인생을 살고 나면 나도 몸에서 노인네 냄새라는 게 나겠지그럼 슬금슬금 나를 피하는 젊은이들나를 보고 미간을 찌푸리는 사람들 눈치를 보며 서러워하겠지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1호선의 냄새가 사라지거나 내가 좋아하는 머스크 향으로 느껴지진 않는다괴로운 건 괴로운 것오래 괴로워하다 보면 원인제공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
오늘 오랜만에 점심시간 1호선을 탔더니 쌀집 할머니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나이 먹는 일함께 사는 일너무 어렵다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주는 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2019. 1. 16.

근황 업데이트




블로그 주소를 바꾸는 덕분에(?) 유입자가 확 줄어서, 좀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됐네요.
라고 적었다가 여전히 독자가 있을 거란 헛된 희망을 깔고 ㅋㅋㅋㅋㅋㅋㅋ 얘기하는 자신이 졸라 웃겨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도 여전히 정신은 없다.
그렇다고 딱히 결과물이 있는 만남이라거나 진전되는 게 있진 않아서 뭐하고 다니는 건가 싶은 약속들의 연속.
이런 게 모여서 뭐든 되겠지, 그만 조급해해야지, 하고 있다.

올해는 어쨋든 졸업은 해야 할 것이고, 그럼 취업도 해야겠지?...
하겠지?...

책 낸 뒤로는 내가 정말 잘 하고 싶은 게 뭔지 잘 모르겠다.
작가라는 호칭이 여전히 무거운데, 작가 대접(이랄 것도 없다... 작가라고 뭐 어디서 불러다 일감을 주는 것도 아니라)이 재미있다고 거기 빠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한마디로 작가병 걸림)
통번역을 그렇다고 놓고 싶지는 않고 (노후대책이랄까...).
그냥 다 하면 되지 싶은데, 책 잘 팔면서 공부도 잘 하려니 좀 힘들다.

아휴 몰라 몰라.

이런 고민할 시간에 공부를 해야지.

여튼 그냥 그런 고민하면서 지내고 있다구요~~

그와중에 이제 사람 사귀는 방법도 다 까먹은 거 같아서 나 이제 연애는 못하겟다 십꾸~~
연애 에세이는 더 못쓰겟찌~~~~~~~
헤헤헤헤~~~
넘 짜증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