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승은님 책 드리려고 공연 가기 전에 짬을 내서 편지를 썼다.
편지를 쓰면서 짬을 낸다고 하는 거 굉장히 성의 없는 사람같지만
약간 반성의 마음을 담은 단어 선택이라 그냥 짬을 냈다고 하겠다.
공연을 보는데 셋 리스트에 내가 첨 듣는 곡이 좀 많았고, 그럼에도 나는 또 노래 듣다 쳐울었다. 양 옆으로 커플이 앉았는데 남자친구인 분들이 승은님을 여자분들보다 좋아하는 것 같았고 나도 저런 남자친구 데리고 공연 오고 싶다 (데리고임, 내가 티켓 사줄 거고 승은님을 전도할거니까)는 생각 때문에 부러워서 운 건 절대 아니고 진짜 가사 듣다가 또 개슴에 넘 맺혀서 눈물 다섯 방울 또르르.
그렇게 또 쳐울고 나니 편지에 쓴 말이 다 가식적이고 거짓말 같고 지어낸 소리 같아서 당장이라도 편지 찢고 새로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메모지도 없었음) 결국 여기다 공연 후기 겸 승은님께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다시 적는다.
승은님,
박복한 인생이지만 승은님 음악을 들으면, 아주 조금이라도, 불행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그냥 또 하루 살 수 있습니다. 그렇게 겨우 살아 넘긴 하루가 모여 이렇게 다시 승은님 공연도 보고, 비루한 책도 건넬 수 있다니. 승은님, 오래오래 음악 해주세요. 좋아하시는 것들 전부 오래오래 건강히.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