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정철자 교수님께 메일 쓰다가 눈물 콧물 질질 짜서
혼자 괜히 민망하고 부끄러워졌다.
교수님 수업은 수요일 1-3시였는데 (교수님 수업 뿐 아니라 오후 수업이 있는 날은 어떻게 해서든 학교에 1시까지 도착해야 했다),
오전 근무하는 날은 퇴근이 12:10.
학교까지는 1호선을 타고 쭈욱 올라가서 미친듯이 달려도 55분 거리.
늘 지각생이었다. 점심 못 먹는 거야 당연한 거고.
첫 수업 때 자기소개를 하며 퇴근하자마자 달려왔다고 했더니
교수님은 다음 시간부터 수업을 5분씩 늦게 시작하셨다.
수업 시간엔 허기 질테니 먹을 것도 꼭 챙겨오라 하시고.
회사에도, 수업에도,
지난 세 달 동안 늘 지각했고 늘 눈치를 봤다.
괜찮다 해주셔도 눈치가 보였고,
왜 늦었냐 물어보시면 그 순간부턴 가시방석 같았다.
아무리 달려도 등교 시간은 줄지 않았고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그와중에 지각해도 괜찮다고 웃어주시던 교수님들이 생각나서
갑자기 또 폭풍눈물.
힝.
실력이 많이 늘었느냐고 물으면 솔직히 모르겠다.
좀 나아지긴 했는데, 좋아졌어야 하는 수준만큼 늘진 않았다.
내가 개인 공부를 안 했으니까.
책 판매를 우습게 본 죄기도 하고, 그냥, 평범한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없는 형편인게 문제이기도 하고.
그래도 어떻게 끝내긴 했네.
학교는 어떤가 하면,
사실 좀 아쉽다.
나름 국내 최고(高), 최고(古) 통대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커리큘럼이 (수업의 질을 떠나 수업 구성 방식이) 최고인지는 모르겠다.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수 없고, 해당 강사 및 교수들의 이전 학기 강의가 어땠는지 사전정보도 하나도 없고, 통대는 이론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고 하실지 모르겠으나 언어학이나 통역학에 관한 이론 수업이 너무도 부족하고.
1학년 1학기에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이나 자질, 기술 같은 게 무엇이었을지 감이 잘 안 온다.
그래도 빼어난 동기들이 큰 자극이 되었다. 훌륭한 교수님들도 많고. 특히 타과 교수님들 수업 듣는 입문 시간은 생각보다 유익했다.
대학원이 고작 2년이라니, 하는 생각에 착잡하기도 하고.
그와중에 자꾸 뭐 딴짓 하려는 내가 너무 사리분별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욕심 좀 내면 안 되나 싶기도 하고.
이제사 내가 하려는 일에, 가려는 길에 탄력이 붙는 느낌인데, 체력 때문에,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조건들 때문에 자꾸 덜미 잡히는 기분.
여튼 그래서 기말고사 리뷰 보내면서 감사하다 적는데 갑자기 폭풍 눈물 나서...
정철자 쌤 수업 또 듣고 싶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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