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18.

여자들을 만나야만 글을 쓰는 작가 얘기




너는 네가 특별할 것 없는 범인이라고 말하면서도
특별하지 않음을 어필하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지.

너는 너의 우울감이, 현기증이, 하룻밤짜리 연인들에게 등 돌리며 느낀 공허함이
고통의 근원이자 영감의 원천이라고 생각하며 펜대를 굴리지만,
너의 유별나게 섬세한 감수성 때문이라고 한숨쉬지만,
그 외로움을 트로피인 양 전시하지만,
결코 네가 자초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
네가 손만 뻗으면 구원할 수 있는 거리에 납작하게 누운 외로움은 끝끝내 외면하지.

순진한 누군가가 그런 네게 기꺼이 손 내밀면
다시 한 번 네 상처를 내보이며 마른 눈물 짓지만
네 옹졸한 세계를 지키는 데 급급해서
네 특별할 것 없는 이름을 지키는 데 몰두해서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하고, 또 하고, 

네가 만든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 대며

그 끈끈한 진창으로 다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다시 고요한 늪인 척 점잔을 빼고.




여자들을 만나야만 곡을 쓰는 비운의 뮤지션이 있어.

하지만 그는 잘생기지도, 키가 크지도, 돈이 많지도 않아.
그런 그는 어떻게 여자들을 꼬시나.
그럼 그는 새로운 노래들을 쓰나.

우선 첫사랑을 만난 뒤 그녀를 위한 노래를 짓고

그 노래로 두 번째 여자를 꼬시는 거야
그렇게 꼬신 세 여자에게 받은 영감으로
또 다른 꼬실 노랠 짓는 거야.

여자들을 만나야만 곡을 쓰는 비운의 뮤지션이 있어.

그런 그가 당신을 위한 선물이라며 노래를 불러주는 바로 그 날,
그는 떠나간다네.

그는 이런 얘길 자랑처럼 떠들고 다닐까?

그녀들도 그냥 외로워서 만난 것 뿐인데
뮤지션이라는 말에 혹해 만난 것 뿐인데
아무도 그를 사랑하진 않은 거야.


신승은, 여자들을 만나야만 곡을 쓰는 뮤지션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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