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1.

오키도키 오키나와 pt.2




이 글을 쓰기 전에 어제 쓴 오키나와 포스팅을 보는데
뭔 개소리를 해놓은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가 업어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수정하기 귀찮다.
왜냐면 어제도 오늘도 새벽이 넘어가는 시간에 글을 쓰고 있기 때문!
심지어 오늘 복싱하러 갔다가 우연히 내 등짝을 봤는데 지금 화상입었던 등 전체에
수포처럼? 물집이 정말 등 전체에 올라와서 등을 만지면 물집이 터진다! 야홋!...
아프진 않고 가려운데 무서운 느낌...

빨리 껍질 벗겨져서 노멀한 내 등을 보고 싶다...

그리워...



어제에 이어서,





























위엔 어떤 이유에선지 어제 안 올린듯한 후루자마미 비치의 사진.
아, 후루자마미까지는 Ektar 100으로 찍었다.
제일 좋아한다. 하지만 밝게 찍어야 한다는 것을 까먹고 어둡게 찍어서 (어둡게 찍어야 해, 라고 반대로 기억하고 있던 멍청이) 밝기만 좀 보정했다.

저 위에 서서 노 젓는 사람은 라이프가드. 
이 콩알만한 섬에, 전체 관광객이 50명도 채 안 되는 듯한 이 해변에 상시 라이프가드가 4명이나 있었다. 사스가 일본...



다음날은 힘들어하는 친구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
나 혼자 자전거를 타고! (에어비앤비에서 무료로 대여해줌) 근처 이유마치 어시장에 갔다.
어제 자마미 페리를 탔던 그 토마린항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검색하다 우연히 걸린 곳인데, 냉동참치가 아니라 바로 해체한 생참치를 판다고
참치를 반다시 드시라고 했다.
생인것도 생인건데 조오오ㅗ오옹오오오오ㅗ노오롤라 싸더라.

나 회 크게 안 좋아하는데도 눈이 돌아가서 넘 힘드럿쏘.

하지만 무엇보다도 근처 사는 유학생마냥
손바닥만한 클러치를 크로스로 매고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러 가는데
기분이 너무 좋더라. 기분엔 꼭 나하시 주민같았다.

 









































왼쪽 구석에 푸른 빛을 반사하는 새까만 저 물고기는 거짓말 안하고 배가 진짜 새파랗다.
난 무슨 형광물감 칠한 줄 알았다. 손 대면 손에 파란 피가 묻어날 것 같은 물고기였는데, 이름은 못 물어봤다. 근데 유명한 생선인지 많이 팔더라.
저 붉은 비늘의 생선은 아마 붉은 도미인듯.
























여러분, 1m가 넘는 저 참치가요, 6,000엔이에요. 한화 70,000원.
말이 됩니까??...

진짜, 와...






































이유마치 어시장은 엄청 작다. 우리동네 시장보다도 작다.
하지만 365일,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늘 열려있다.
뱃사람들은 거칠다던데, 이유마치 사장님들은 그냥 딱 필요한만큼만 친절한 분들이었다.

친구 먹을 흰살 생선을 사고 내 참치를 보다가 가마토로가 있길래 설마 머리인가 싶어 여쭤봤더니 할아저씨 사장님이 본인 관자놀이를 두 손으로 퉁퉁 튕기면서 "카마. 카마토로와 고코" 하시고 쥬토로는 배를 튕기면서 "오나카" 하셨다.

배부르도록 먹은 쥬토로는 1,000엔이었다.
한국에서 쥬토로는 회전초밥집에 가도 초밥 두 점에 5,000-6,000원이다.
두 점에.





































회 먹고 류보백화점 지하 가서 주먹밥 도시락 먹고 아메리칸 빌리지 가는 길.
아, 아메리칸 빌리지는 내가 자마미섬만큼 고대했던 곳인데 생각보다 별로였다.
아마 낮에 가서 그런 것일수도. 거긴 밤에 예쁘다던데.

가서 관람차도 타고 싶었고 해변에서 노을도 보고 싶었는데...
그냥, 이런 저런 이유로 못했다.



오키나와는 미군이 주둔했던 섬이라 이런 포스트모던한 요상한 '미국을 흉내낸' 미국 문화가 남아있다. 아메리칸 빌리지가 딱 그모양이다.
그 어떤 것도 '미국'스러운 점이 없는 아메리칸 빌리지인데, 오키나와 사람들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이미지의 미국이겠지. 허구의 미국이 마을이란 이름으로 재현되었지만 실상은 쇼핑몰 컴플렉스다. 이들에게 미국이란 결국 자본주의와 소비인가. 


























이놈의 아저씨들은 왤케 아무데나 다 드러눕고 그러신디야.
사진찍고 싶게...

여긴 선셋비치.
해수욕 할만한 해변은 아니고 진짜 이름 그대로 노을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대신 백사장 옆 방파대에서 물질하는 중학생 무리를 만났다.
입은 옷 그대로 바다로 뛰어들어서 근처에 있는 얕은 섬까지 갔다 돌아오는 놀이를 하는 듯 했다. 남학생도 여학생도, 모두 책가방을 내려두고 바다로 뛰어들더라.
방과후를 이렇게 보내는 아이들이 아직 있구나, 좋더라.

난 뭔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빈티지네 뭐네, 그걸 꽤나 '힙'한 걸로 생각하던데
난 그냥 내가 점점 보수적이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인간으로 바뀌는 것 같아서 경계하고 있다. 레트로스펙은 비교역사처럼 예습을 위한 복습 정도여야지 그게 방향이 되어선 안 된다.







































집 근처 모노레일역인 긴초마에에키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집 앞에 있던 가정식 식당.
에어비앤비가 다 좋았는데 문제가, 그 동네 주거환경을 알 길이 없다는 거다.
숙소에 도착해서야 알았는데, 숙소 반경 500m는 술집, 바, 라운지 천국이었다.
한 구역 내의 모든 건물, 모든 층이 바인 블록들이 집을 에워싸고 있는 형태였다.
그냥 바인건 상관 없는데 덕분에 여행기간 내내 밤이면 밤마다 삐끼를 피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래서인지 밤늦은 시간까지 문을 연 식당도 종종 눈에 띄었다. 여기는 그중에 가장 궁금했던 곳.
도착한 날부터 떠나는 날까지 진자 뭐든 좋으니 참퐁이든 뭐든 뭘 시켜도 맛있을 것 같은 식당이었는데 결국 한 번을 못갔다. 아 진짜 후회된다.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결국 안 까먹으려고 사진까지 찍었다. 번호도 보이게.





































아침이 밝았으니 서울로.
오키나와에 피치항공을 타고 갔다고 했듯, LCC 를 이용했는데
오키나와 나하 공항은 LCC 뱅기 전용 터미널이 따로 있다 (피치와 바닐라 에어).
근데 터미널이라기보다... 임시막사같다...
진짜 막만들었어... 컨테이너 박스야 컨테이너 박스...
면세상품 파는 가게라고 있는 게 무슨 난민 수용소 매점같은 그런... 비주얼의 가게 1개.

여러분, LCC타고 오키나와 가시려면 면세점은 인천공항과 나하공항 국제선 터미널을 이용해주세요. 네이버 에버.












































사진 속 빨간 러기지가 내 가방.
나와 10년째 동고동락한 가방.
한국으로 돌아올 때 TJ Maxx가서 30불인가 50불 주고 샀다.
몰랐는데 기내용 사이즈더라? 출장 갈 때마다 내 짐보다 가방이 너무 커서 맨날 작은 거 하나 사야지, 사야지 했는데 이번 여행으로 그럴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기내 반입 가능한 사이즈인 저 가방으로 난 3주짜리 인도 출장도 갔었고 12일 뉴욕 여행도 아무 무리 없이 소화했다.
만능가방이야.

늘 고생이 많아. 내 눈물과 추억을 모두 품어준 고마운 가방.





























사람들이 어디 갓다오면 무슨 쇼핑 품목 떼샷같은거 찍던데...
왜그러냐... 소비로 모든 걸 증명하거나 해결하려고 하지마...

필름 빨리 스캔하고 싶은데 아직 8방 남았길래, 사연 있는 물건들만 모아놓고 찍어뒀다.
왜냐면 나 쟤네는 나중에 직구할거거든. 이름 까먹으면 안 돼.


왼쪽 상자 두 개는 오키나와 특산품이자 제일 많이 팔리는 기념품인데,
아니 무슨 기념품이 그렇게 맛있는건데????????????? 친스코라고 돼지기름으로 만든 류쿠시대 전통과자라는데, 핵 맛있어서... 라쿠텐에서... 96개 주문했다... (근데 카드 할부 안 되는 금액인데 할부 넣었다고 까여서 ㅡㅠㅜㅠㅜㅠ 월요일에 다시 결제해야함 ㅠㅜㅠㅜㅠㅏㅓㅠㅓ)

그리고 그 옆에 민트색 샴푸 리필용 같이 생긴 건 사실 섬유유연제.
여행가면 그 나라 티비 프로그램을 꼭 돌려보는데 (이해 못해도) 광고 보다가 영업당했다.
일어를 되게 어줍잖게 알아듣는데, 언어감각보다도 그냥 눈치가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영업당했어 (?)... 아니 땀을 흘려도 옷을 쾌적하게 유지해준다잖아. 저거 쓰면 땀 증발 속도가 빨라진대. 게다가 땀냄새도 잡아주고. 게다가 저거 3000원도 안한다고!!!!
(알고보니 유명한 제품이더군)

밑에 타코라이스 파우더는 오늘 타코라이스 해먹을 때 써봤는데, 오 핵존맛.
아 진짜 밥카페 차리고 싶다.
내가 출장이나 여행, 유학 하는 동안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 음식들을 메뉴에 번갈아 올려가며 파는 가게.
맛은 최대한 현지에서 내가 느꼈던 그 맛 그대로 재현하고
음식이 나올 때는 그 음식에 얽힌 사연도 작은 메모지에 적어 선물하는 밥카페.
(커피를... 안 팔 거 같은데 음료는 팔거야. 사연이 얽힌 음료도 있으니까)


여튼,
오키나와 사진은 이것으로 끝.


너무 마음의 여유 없이 다녀서 어딜 가도 다 보는둥 마는둥 했다.
똑같은 코스로 다시 한 번 가서 전부 다 다시 보고 싶다.

미련이 너무 많이 남았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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