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7.

< 0이하의 날들>, 김사과





1.
소설보다 산문을 먼저 보게 된 첫 소설가.




2.
이 책에서 김사과 작가는 다분히 염세적이고 종말론자 같지만 삶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다.
상반되는 태도인 듯 해도, 삶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나는 그녀의 염세적인 어투를 백 번쯤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 있다

이렇게 저렇게든 살아보려는 사람에게 유독 짓궂은 인생이 있는데, 그녀의 인생과 내 인생이 그런 모습이리라. 인생은 그런 사람들에게 삶의 변증법적인 진리-삶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안고 시작한다-를 빨리 말해주고 싶어 안달인지, 어릴 때부터 온갖 퀘스트를 던져준다. 전적으로 타의에 의해 곤경에 처하고, 자의로 깨부수다 보면 남들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연륜이 레벨업 된다.

나는 그걸 압축된 인생이라고 부르는데, 내가 나를 어여삐 여길 때 종종 쓰는 말이다.

열심히 살고 싶어 열심히 산 게 아니라,
그냥 살아있으려고 하다 보니 열심히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

비단 나뿐만 아니라 그런 압축적 인생으로 인한 피로도와 삶에 대한 염증이 점점 보편화 되는 세대 혹은 시대.



3.
독어도 하고 영어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작가는 폭넓은 텍스트와 콘텐츠에서 보고 느낀 바를 너무 쉽지도 않고 너무 현학적이지도 않은 시선으로 분석한다. 나는 나의 멍청함을 들키면 안 된다, 그러니 상대방의 명민함을 조금이라도 더 빨아들이자,는 불안함과 초조함에서 야기되는 긴장감을 좋아한다. 그런 긴장감이 있는 관계를 좋아한다
읽는 동안 그런 긴장감에 자주 자세를 고쳤으며, 허리를 곧추세우고 그녀의 소리에 기울였다.



4.
좋았던 꼭지들은 김서린이랑 장 보고 와서 밥 다 해먹고도 시간이 나면 다시 들어와서 적어보리라.



5.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데, <블랙미러> 개추천.



늦은 6.
어젯밤에 형진 님에게 책추천하고, 받고, 하다가 최근 읽은 재미난 책이라 추천했더니,
놀라며 정말 얼마전에 읽으셨다고. 이런 작은 순간들이 일상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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