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대중목욕탕 가는 걸 싫어했다.
그게 아마 유치원 다닐 때부터 일텐데, 왜 나는 낯선 사람들과 옹기종기 붙어 앉아 때를 밀고 단체로 탕에 몸을 담궈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 때문에 괴로웠던 건 아니고 그냥 동네 친구들을 목욕탕에서 만나는 게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할머니나 엄마를 따라 마지막으로 목욕탕에 간 것은 국민학교 1학년때였고 (2학년때 초등학교로 바뀌었을걸?)
그 다음으로 목욕탕에 간 것은 유학을 앞둔 나를 위해 친구들이 '한국적인 추억'을 만들어 주겠다며 억지로 찜질방에 끌고 간 고3 봄이었다. (나는 고3 4월에 자퇴했다.)
억지로 목욕탕에 가면 대부분의 시간은 온탕에 앉아 있었다.
수영을 하기도 하고 (말했지? 엄마가 나 수영 선수 시키려고 했었다고?) 맞은 편에 앉은 아줌마보다 오래 앉아 있기 내기를 (아줌마는 내가 당신과 내기 중인 걸 꿈에도 모르고 나 혼자 은밀하게) 하기도 했다. 몇몇 아줌마들은 온탕에 한참 앉아 있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냉탕으로 걸어갔다.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 얼음장같은 물에 한쪽 종아리만 담그고 "아이고 추워!" 하면서 서서히 탕안으로 들어가서, 앉지는 못하고, 찬물을 등 뒤로 끼얹기 시작했다. 세례받는 예수처럼 허리께 오는 찬물에 몸을 담그고 바들 거리며 서 있다 곧 온탕으로 돌아왔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어려서도 추운 걸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멋도 모르고 온탕에 있던 아줌마들을 따라 냉탕에 바로 들어갔다 기겁을 하고 온탕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나는 여전히 온도가 급작스럽게 변하는 환경에 취약하다.
근데 생각해보니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네?
인간은 변온동물이 아니니까 그런 건 누구에게나 적응하기 힘든 일인거지.
일교차가 큰 시기엔 감기가 유행하는 것처럼.
정정한다. 나는 유난히 취약하다. 그중 추위는 쥐약이다.
환절기처럼 온도차가 큰 사람들이 있다.
둘도 없는 친구처럼 굴다가 어느날 갑자기 냉담해지는 사람들.
방점은 '갑자기'에 찍힌다. 계절처럼 서서히 변하는 건, 사람이면 당연하다. 감정이 끓고 식는 것도 당연하다. 근데 그거 말고.
혈액 순환에 좋다며, 피부에 좋다며, 관계에는 긴장감이 필요하다며, 어느 정도의 고통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나는 이런 사람들이 주위에 있으면 자책으로 귀결한다. 왜지? 내가 뭘 잘못했을까? (했나,가 아니라 했을까,다. 이미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부분) 어쩌지?
마음이 몸살 감기를 앓는다.
와펜이라도 만들어서 달고 다녀야할까, 'I am a homeothermic animal. Prone to affection.'
+
정온 동물은 a homeothermic animal
변온 동물은 a poikilothermic animal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