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쓰던 글은 저장했다.
하고 싶은 얘기가 생겼다.
메일 제목을 정하는 나만의 기준과 방식에 대해 적고 있었다.
실제로 내가 사적인 메일에 뭐라고 적었는지 확인해보려고 보낸 편지함을 열었다가 기함할 뻔 했다. 와, 예전 남자친구한테 썼던 메일이 진짜 심각할 정도로 진정성도 없고, 내가 쓴 것 같지도 않고, 콧소리 범벅에, 못봐주겠다.
바로 인터넷 창을 닫았다.
인터넷 정보들도 퇴화, 부식, 침식되면 좋겠다. 검색어로 걸리지 않는 정보들은 서서히 화석화 된다거나 아예 bit by bit로 분리되어 두 번 다시 조합할 수 없는 데이터 파편으로 정보의 바다를 둥둥 떠다니다 사장되면 좋겠다. 으 끔찍해.
2.
연일이와 대화하다 외래어 표기법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 얘기를 왜 하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세상에는 그런 걸 재밌다고 느끼는 나와 연일이 같은 사람도 있다. 그리고 분명 더 있다. (아직 못만나서 그렇지.)
여튼 그러면서 맑스 이름이 나왔는데, Carl Marx 의 이름을 한국어로는 마르크스와 맑스, 두 가지 방식으로 적는다. 뭐 무슨 학문적 성향에 따라 다르게 적는다고 들었는데 자세한 내용까진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후자 표기법을 선호한다. 한 음절 안에 인지할 수 있는 모든 소리 기호를 다 때려넣은 첫 글자 '맑'이 특히나 좋다. 외래어 이름 표기 시 잘 쓰지 않는 겹받침이라는 것도 좋고 그 글자가 특히나 맑다는 동사의 첫 음절과 같다는 점도 좋다.
얼마나 명료한 이름인가. 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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