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20.
요즘 바쁘고 정신이 다른 데 팔려 있어서
책도 잘 못읽고, 쓸 거리도 별로 없네요.
그래서 sns나 뒤적거리고 그러니까 자꾸 지나간 사람이나 떠오르고.
내가 유사연애 얘기를 하면 아마 갑자기 모니터 앞으로 거북목을 쭉 뺀 채 '헐, 혹시 내 이름이 나오는 건 아닌가' 긴장하시는 분들도 있을텐데.
그도 그랬다. 내 글은 '이 글의 '너'는 나일지도 모르겠다'거나 '나였으면 좋겠다'는 묘한 텐션을 형성한다고.
그래서 재미있다고.
2.
주말에도 김연수의 종이인형 이야기를 했다.
글을 쓸 때 (지금 생각해보면 이성을 만날 때에도) 욕망의 말을 그대로 내뱉으면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 낸 글 속 종이인형은 활활 타버리고 만다는 이야기. 그러니 욕망은 -눈빛에 실어, 몸짓에 묻혀, 혹은 침묵에 담아- 사회적 감정으로 우회시켜 종이인형을 지켜내야 한다고. 일상적이지만 상투적이지 않은 poetic diction으로.
그런데 가끔은 작은 불꽃 정도 튀겨줘야 하는 순간도 있지 않나?
말하자면,
3.
as the same token, 듀스의 말하자면은 종이인형을 지키려는 남자의 피눈물 나는 노래 ;)
4.
우리는 운명이나 우연과 같은 자연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계획적이고 의도적이며 부단히 인위적으로 노력한다.
Irony of life.
4-1.
그리고 노력은 나쁜 게 아니다. 내 노력의 결과물을 하늘의 공덕으로 치부하지 말자.
물론, 그래서 짝사랑이 망할 때 마다 내 조동아리를 매우 쳐 꼬매고 싶고 그러긴 해.
5.
그러고보니 정작 두더지 얘기는 못들었네!
2016. 1. 10.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우민호
불현듯 든 생각인데, 내가 제목에 저렇게 쓰면 구글이나 네이버에 검색당하나?
잘 안 뜨겠지?;
그렇다고 요깟 블로그 하면서 내1부2자3들 이러는 것도 이상하잖아...
1.
우선 영화얘길 하자면, 아주 좋은 소설책을 읽은 기분이었다.
아주 깔끔한 걸음걸이에, 적당히 진폭의 변주가 있어 딱 기분 좋을만큼의 파동의 등배를 오르내리는, 잘 숙련된 말 위에 올라타 승마를 한 기분.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극 중반부를 지나서부턴 영화라기보단 재미난 책을 보는 기분이었다.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단어와 문장, 문단들을 글자 대신 이미지의 시퀀스로 읽고 있다는 느낌. 설명하기 어렵네. 웹툰이 원작이라 그런가?
가능하면 짧은 러닝타임 버젼으로 또 한 번 보고 싶다. 그러고나면 뭔가 명확해질 것 같다.
권력과 정보를 주제로 한 이야기는 늘 흥미로워서 좋았고
이병헌이 연기를 참 찰지게 잘 해줘서 좋았다.
엔딩 크레딧에 삽입한 장면은, 너무 노골적이라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2015년의 마지막, 그리고 2016년의 첫 영화로 탁월했다.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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