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6.
1.
사랑과 욕망을 구분할 수 있는 더 멋진 논리가 있다. 무엇인가를 욕망하는 것은 그것을 소유하려는 것이다. 소유란 우리의 궤도를 돌던 어떤 대상이 우리에게로 와서 우리의 일부분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논리에 의하면, 욕망은 그 대상을 얻는 순간 없어진다. ... 이때 나는 중력의 한가운데에 서서 그 대상들이 내게로 빨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반대로, 사랑에 있어 모든 것은 움직임 자체이다. ... 사랑을 하면 우리는 사랑의 대상이 내게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그 대상에게 가서 그 안에 존재하려 한다. ... 사랑에 빠지면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서 빠져나와 타인을 향한 여정을 떠나야 한다. 그 대상이 나를 중심으로 내 주위를 도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대상이 만든 궤도를 탄다.
- 사랑에 관한 연구, 호세 오르테가 이 가제트
자기애와 자의식의 벽으로 저를 둘러쌓은 인간은 번번이 실패하고 마는 여행.
2.
"연애란 상대의 내면을 알아가는 길고 깊은 관계잖아요."
너에게 따져 물으려고 적어둔 메모 속에 있던 구절. 내가 이런 말을 다 했었다니. 절박함이야 말로 창조의 어머니.
3.
사랑이라는 단어만 빼고 무슨 말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심을 다한 사랑 고백은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나를 참수형에 쳐해달라는 말처럼
공포보다 공포스럽다.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마음이 자라고 있음이 벅차다가다도 이대로 감정에 수몰되는 건 아닐까, 무섭다. 아마 그래서 그런건가보다. 이게 날 잡아먹을까봐.
4.
관같이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 죽음같이 깊은 잠을 잤으면 좋겠다.
파도도 걸어 잠그고 관 속에 눕는다.
관 속에서 눈을 감고 오른쪽 벽을 더듬거리다 손에 걸리는 작은 스위치를 조용히 내렸을 때,
세상도 함께 내렸으면 좋겠다.
물에 파뭍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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