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7.
너와 나의 관계는 이러하다.
1.
너는 먼저 연락한다. 사실 순서랄 것도 없다.
누가 묻지 않아도 일어나면 일어났다, 밥을 먹으면 밥을 먹을거다,
다 먹고 나면 화장실에 갈거다, 샤워한다, 양치한다,
알몸으로 자고 일어나 옷을 입는 과정부터 발가벗기까지 그 모든 걸 나와 공유한다.
처음엔 뭐하는 자식인가 싶었고, 조금 뒤엔 뭐하는 자식인지 궁금해졌고, 결국에는 뭐하는 자식이든 알게 뭐야, 좋으면 그만이지, 그렇게 되었다.
언젠 뭐 안 그랬나.
나는 네가 아들같고, 남편같고, 애인같고, 친구같고, 오빠같고, 나 같다. 이런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에게 내 인생을 맡기고 싶다는 탈출구로써의 연애나 결혼이 아니라 정말 너와는 동등하고도 다른 이성으로 엮여있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였다.
그래도 이따금 한번씩 우리도 언젠간 서로를 잊을거라고 너에게 말하며 나에게도 우리 관계의 취약점을 상기시켰다.
그래도 너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나도 아주 잠시 슬펐다 또 좋다고 헤헤거렸다.
우리는 그 오랜동안 단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다.
2.
너는 간간이 연락해왔다.
바다 근처에 사는 너는 밤바다를 보다 말고 "너에게 달무리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사진을 찍어 보내놓곤 사나흘씩 연락을 받지 않았다.
나 역시 잠잠하다 서문부터 "외롭다, 우울하다, 슬프다, 보고프다" 칭얼거리면 너는 내가 잠들때까지 조근조근 어르고 달래주고 만나면 꼭 안아주겠다고 약속해준다.
너와 마지막으로 연락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3.
너는 죽어라 연락하는 일이 없다.
내가 참다 참다 한 마디 하면, 부처님 손바닥 내려보듯 나를 귀여워한다.
얄밉다. 디지게 밉다.
그래서 자꾸 떡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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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엄청 되게 처연하네(요).
답글삭제(요)가 되게 귀엽네(요).
삭제ㅎㅎ 처연한가요? 왜 그렇게 느끼셨을지 궁금궁금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