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28.




모든 합리화는 한 번 시작하면 끝이 없다.
내 행동도, 니 행동도 백 번 천 번 이해해줄 수 있을 것만 같고 이해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결국은 다 개똥같은 소리.



1.
지연이가 파리로 떠나기 전에도 나는 여의도에 있었다.
언니, 저 가기 전에 꼭 한 번 봐요. 라는 이야기를 한 달 전부터 했던 것 같은데,
코 앞에서 근무하면서도 우리는 결국 밥 한 끼도 먹지 못하고 헤어졌다.

그게 늘 지연이에게 미안했다.

마지막일지도 몰랐을 식사.

아직도 두고두고 미안하다.



3.
우리집은 큰 도로에서 조금 덜 큰 골목으로 약 50m쯤 올라가야 보인다.
50m를 오르는 길에 가로등이라고는 달랑 두 개 뿐이라 밤 10시가 지나면 아무래도 혼자 걸어가긴 조금 무섭다. 금방이라도 누군가 내 뒤로 달려와 칼을 들이민다던가 거즈로 입을 틀어막을 것만 같은 공포가 등 뒤로 스멀스멀 올라와 목덜미에 닿을때 쯤, 우리집 현관이 보인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참았던 숨이 쏟아진다.
마지막 귀가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우리집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안도.

숨 고르고, 눈 감고,

그러다 가로등 밑에 서 있던 네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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