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12.
1.
누군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무척이나 친해지고 싶던 누군가가 꿈에 나왔다.
꿈에서도 친하지 않은 사이였지만 꿈이 깰 때 쯤엔 무척이나 친해져 있었다.
다가가고 싶은 방식으로 다가가 보여주고 싶은 내 모습들을 가장 먼저 보여주고
결국은 내 바람대로 우리는 친한 사이가 되었다.
누군지 기억도 안 나는데 뭐 이리 속이 상하는지.
2.
소리바다가 쓰나미처럼 한국을 휩쓸고 MD 플레이어던가 하던 것이 반짝하다 금세 MP삼에 완패를 당했을 때도, 우직하게 제 자리를 지키던 우리 동네 하나방 레코드가 장지역으로 이전했다. 두 자매가 번갈아가며 배철수의 음악캠프나 새로 나온 음반을 틀어두던 가게였다. 하나방 레코드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그 자리에 있던, 20년도 더 된 상왕십리의 랜드마크였다. 가게 벽면에는 LP판이 빼곡해서 언제고 오빠를 데려 가 LP를 한 장 사줘야겠다 맘만 먹고 있었는데 또 늦었다.
2013. 11
2-1.
여담이지만
그도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즐겨 듣는다 했지.
그가 라디오를 즐겨 듣는 모습에 반했다는 걸 알까.
내가 라디오 없인 존재하지 못했을 사람이라는 걸 알까.
2-2.
한국에 돌아 와, 돌아 왔다고 말도 꺼낼 수 없을 만큼 이질감을 느끼고 있던 시기에
버스에서 우연히 이소라의 목소리를 들었다.
소라 언니는 예전이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백주대낮의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자신도 인정했듯 라디오가 아니었다면 어두운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둬둔 채 누군가와 이어져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언니가 어디도 가지 않고 라디오국에, 전파를 타고 스피커 속에 남아있어 주어서
감사하고 고마워 눈물이 났다.
벅찬 마음에 평소엔 보지도 않는 '청취자 게시판'에 들어가 글을 남겼고
소라언니인지 스탭인지 알 수 없는 '관리자'가 "^^"라는 댓글을 달아 주었다.
3.
생각해보니 난 원래 그냥 잘 우는 애였나보다.
나이를 먹은 게 아닌 것 같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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