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3.



-언니, 언니는 언니가 태어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음, 어떤거?
-그러니까, 종교적으로 말하면 소명이라고 하거든요.
-아, 천명 같은거?
-
-너는 뭔거 같은데?
-저는, 그러니까 뭘 하던간에, 베이스에는 그런게 깔려있거든요,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 그게 어떤 방식이 되건간에 다름을 만들고 싶은거? 그래서 로이터에서 기자활동을 막 하고 싶다, 세상에 이런 것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려서 세상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 그런 거요.
-나는, 흠. 지키고 싶어. 내가 마라톤을 막 뛰면서 깨달은건데, 막 사람들 자기 등판에 문구같은거 새겨주는 이벤트 같은 거 했었단 말이야. 그래서 티셔츠 뒤에 막 응원 문구같은게 적혀있는데, 그 마라톤이 여자만 10000명 참가하는 거였거든. 문득 아 진짜 대단한다, 이 여자들은 다 어디서 뭐하다가 이걸 뛰겠다고 이렇게 나왔지? 싶은거야. 아 여자는 강하구나. 아름답다.
그래서 그런걸 지켜주고 싶어. 지켜주고 싶은게 뭔지 모르겠는데, 꿈이나 이상, 순수, 막 남들 비웃는 그런 거 있잖아, 사람에 대한 끊임없는 믿음이나, 그런 아름다운 것들. 그런 걸 다 지켜주고 싶어. 그게 막 내 과거를 다 까발려가면서, 남들이 차마 못하는 말을 내가 막 다 해서 내가 다 발가벗겨져도. 요즘 글 쓰면서 그 생각 하거든. 그리고 위로가 되고 싶어. 내 존재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어.



-고해성사 할 때요, 거기 들어가면 클리넥스가 있거든요. 막 시작도 하기 전에 그냥 그 분위기에 압도되서 막 눈물이 나요. 그럼 "엉엉, 신부님 엉엉" 그러면서 말하는거죠.
-아 근데, 그 고백을 한다는 게 정말 힘든거거든. 그럼 이게 인정을 해야 하는 거잖아. 내가 무슨 짓을 했건 그냥 내 기억 속에서 지우고 모르는 척 하면 내 세상엔 없던일이야, 그러고 살 수 있는데 고백을 한다는 거 자체는 내가 인정한다는 거잖아. 그게 진짜 대단한 건데.
-그래서 그게 되게 어려워요. 제가 죄를 지었습니다, 하는데 뭘 잘못했는지부터 다 생각을 해야하니까.
-나는 그런 생각 한 적 있거든. 내가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한 게 있는데, 그러니까 나는 약간 그걸 내 인생에서 벌어지지 않은 일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말았는데, 그래도 나 답지 않은 무언가를 했다는 '기억'이 있으니까. 그런걸 언젠가 누구한테 고백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런 생각. 



-상처 안 받는다는 거 되게 자랑인것처럼 얘기하는 사람들 있잖아.
-맞아, 맞아. 그런 사람들 보면 좀 안쓰럽지 않아요?
-그게, 그니까, 그런 사람들은 막 사람들한테 기대 안하고, 쉽게 쉽게, 그래서 상처 안받는다, 그래서 좀 아쉽긴 하지만 이게 되게 편하다. 넌 상처받았다고 징징거리기만 하고 왜 고치질 않느냐, 이런 식으로 말한단 말이야? 나는 '상처받았으니까 날 어떻게 해줘봐,' 이게 아닌데.
-맞아요. 그냥 아프다, 아픈 감정을 말하는 건데.
-그러니까! 근데 너무 웃긴 건 반대로 생각해보면 자기도 막 설레고 상처받고 그런게 그립다, 그러면서 자긴 안 바꾸잖아. 이게 편해, 난 이대로 살래. 아니 자기도 그렇게 무덤덤해지는 게 씁쓸하다면서 자기도 그럼 그런 말만 하지 말고 바꾸면 되잖아. 근데 난 그런 얘기 들으면 아, 그게 그 사람 성격이고 삶의 방식인가보구나, 그걸로 행복하다니까 됐지 뭐. 그러는데 그 사람들은 이렇게 반대편에 서서 안 봐줘. 그렇다고 내가 거기서 "아닌데요? 전 이대로도 행복한데요? 이게 뭐 어때서요?" 할 수도 없는게, 그럼 또 나만 옹고집 된다? 나만 이상한 애 된다니까 또?
-ㅋㅋㅋㅋㅋ 맞아 이렇게 좀 다양하게 봐주면 좋은데.


-근데 언니, 그 사람도 그런게 아닐까요? 자기가 너무 자기답지 않은 일을 한거 같아서 담날 생각해보니까 막 적응 안되고, 어쩔 줄 모르겠고 생각 안하고 싶고.
-그럴 수 있지. 그런 거면 차라리 다행인게 그럼 진짜 나쁜 사람인건 아니잖아. 그런 일이 늘 있던 일인게 아니라는거니까.
-그죠. 안해본 일이었다는거니까.
-근데 내가 바라는 건 그런거지. 충분히 그럴 수 있는데, 진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주 조금만 용기? 여튼 좀. 아무렇지 않게 해주면 좋을텐데. 나한테 편하게 얘기해도 들어줄 수 있는데, 그 사람은 그걸 모르니까. 한 번은 더 만나서, 아 그냥 나는 친해지고 싶어. 뭘 어떻게 하자는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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