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 내리는 날 세상은 왜 고요해질까.
온갖 소리가 눈과 함께 땅으로 주저앉는 걸까.
2.
이사갈 집을 구했다. 100%는 아니고 한 85% 정도 마음에 드는 집.
이 집이 나의 드림 하우스에 85%정도 부합한다는 게 아니라 나의 존엄성과 통장 잔고를 파괴하지 않을 집이 갖추어야 할 조건에 85% 정도 충족하는 집이라는 의미다.
새 책 원고로 집에 대한 글을 쓰다 문득 드림 하우스라는 게 나 혼자 힘으로 도달하기에는 너무 벅찬 목적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씁쓸해졌다.
그제 만난 사람은 파리 외곽의 고성에 사는 혼자 사는 사람이었다. 500년이 다 된 성이라 내부를 수리했음에도 겨울에는 벽난로를 피우고 슬리퍼를 신지 않고는 다닐 수 없는 집이라는데, 사진만 봐서는 그런 건축물에 사람이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이 나에게 더 현실감 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그런 집이어야만 내가 꿈꾸던 "1 공간 1 용도"의 거주지를 실현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드림카는 정말 모르겠고 드림하우스는 꼭 살아보고 싶다.
내 집이 아니더라도 이룰 수 있으려나?
2-2.
혀지에게 연금복권 당첨되면 나 가구 하나만 사달랬는데,
너 혹시 그 하나가 북유럽 빈티지 가구나 핀율 의자 같은 거니? 라고 바로 되묻는데 그만 팰것을 요청하다,라고 해야할 정도로 찔려서 혼자 너무 웃었다.
23년차 우정이란 것은 아무렇게나 굴러가는 음율 한 절에도 바로 화통한 소녀 웃음 터지게 하는 버튼.
3.
새해가 되었다. 서른 후반에 치닫는데도 여전히 새해같은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뻔한 방식으로 나를 실망시키고, 그건 내가 여전히 뻔한 기대를 한다는 이야기일테고.
나는 종종 새벽 한 가운데에 깨서는 뻔한 기대가 실현되는 꿈이라도 꾼 듯 허겁지겁 핸드폰부터 확인한다. 당연히 나는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에게 크게 실망하며, 풀이 죽은 채로 다시 잠을 청해본다.
오늘은 그런 쪽잠이 싫어져서 시퍼런 눈이 흩날리는 창을 보며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글이나 써. 어제 못 쓴 원고를 해치워보자. 그런 씩씩하고 어른스러운 계획으로.
새해라서 그런 건 아니다.
며칠 전에 편집자님에게 새해 인사가 와서 그런 것은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