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정말이지 새 단행본 원고를 쓰기 시작한 지 2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원고가 3개월 묵은 음쓰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니까 읽을 만 하다는 느낌이 처음 들었다는 거다.
오늘 새 노트북 개봉해서 그런가(맥북 온 지 일주일 다 되도록 포장도 안 뜯음) 일이 너무 잘 되는거지. 집중 빡 해서. 아 이 흐름을 타야한다!!! 해가지구 집 와서도 원고 호다닥 써서 4/5정도 편집자님께 보냈다.
지난 번 메일 때는 원고 늦은 게 죄송해서 해풍에 바싹 마른 겨울 황태같은 마음이라 했는데 오늘은 낙지탕탕이엇음.
약간 해산물 테마인가봄. 눈물이 바다를 이뤄서 그런가 ㅠㅠㅠㅠ
2.
내가 너를 궁금해해도 되는 걸까.
2-2.
서른 다섯이 되면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 거다 구체적인 상을 그려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타인이 보이는 관심이 단순한 친절인지 의도가 있는 접근인지 구분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못하네.
3.
안물안궁이겠지만 첫 책을 만들 때 나 혼자 (당연함) 구상한 에세이 트릴로지가 있다.
섹스-돈-몸을 소재로한 에세이 3부작. 섹스는 사실 하려던 거 1/10도 못한 거지만 일단 제목이라도 그리 나갔으니 한 셈 치고, 이번 원고는 돈. 다음은 몸과 질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것까지 하고 나면 사실 나 책 더 안 쓸 거 같아. 너무 고역이야… 그냥 트위터나 할래요…
4.
어제 식사를 마치고 테이블을 치우는데, 마치 군무처럼, 손이 향하는 방향과 집기 집는 순서, 그릇을 포개는 방법 따위가 합을 오래 맞춘 듀오처럼 흘러서, 그게 몹시 재미있었다. 혼자 살폿 웃음이 났는데, 헤결 봤느냐고, 방금 시마스시 씬 같았다고 말해보려다 그냥 혼자 은밀하게 즐겼다.
나 쫌 의뭉스러워진 거 같아. 헤헷? 근데 좀만 더 닥칠 줄 알면 더어 좋겠다, 나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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