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인이 되고나서 누군가에게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고 명확하게 고백해 본 일이 거의 없는데, 내가 먼저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은 관계들은 대체로 끝이 좋지 않았고, 그 고백에 대한 구두로든 글로든 답을 들은 일이 드물었다. 보통은 잠수를 타거나 연락을 끊었으니까.
짝사랑에 대한 거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답은 역시나 박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박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고대에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퍼즐처럼 나는 그 말을 손에 꼭 쥐고 매일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었다. 무슨 의미일까. 어떤 박자를 말하는 걸까.
수년이 지난 지금은 그저 어렴풋이 감정의 속도, 표현의 속도, 기대의 속도의 문제였지 않을까 눙치고 말지만 박자는 단순히 속도 이상의 문제이겠지. 빠르기뿐 아니라 방향, 높낮이, 강도 그 모든 것의 조화로움.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우리는 좋은 합이 될 수도 있었다고 믿는다. 서로에게 숨을 맞추면 심박수가 동일해지는 것처럼, 얼마든지 가능했다고 믿는다. 본인도 조금은 느꼈겠지만.
2.
용감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들을 사랑하지만 사랑을 받는 일에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을 지킬 신념, 상처를 주고 받을 각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음 더 적어보고 싶은데, 사랑고백을 받았던 경우도 별로 없어서 사실 더 할 말이 없네 ^^
3.
쓸모없는 생각이 머릿속에 꽈리를 틀고 앉을 때에는 철학서나 사회학 서적을 본다. 좁고 황량한 내 내면에 골몰해있지 않고 거시적 세계로 눈을 돌리는 좋은 방법. 더 넓고, 크고, 오래된 눈을 빌려 써본다. 나의 고민이 얼마나 하잘 것 없었는지 깨달을 필요가 있으므로.
어빙 고프만 책과 기든스 현대 사회학(아마 전세계 모든 사회학과에서 쓰는 교재일 듯)을 빌려왔다. 대니 샤피로의 계속 쓰기도. 착실히 읽어야지.
4.
아무도 묻지 않지만 떠들고 싶은 나의 독서 방법.
재미난 책을 발견하면 그 작가가 원고를 집필하는 동안 읽은 논문이나 서적, 참고했다는 사상가들의 책을 찾아본다. 책에 여러 유명인사의 추천사가 붙은 경우, 가장 맘에 드는 추천사를 써준 사람(대게는 작가)들의 대표작도 한 번씩 살펴본다. 마인드맵을 그리는 방식으로.
대니 샤피로는 내가 번역했던 작품에 추천사를 써준 훌륭한 작가 중 하나였고, 현아의 책에서도 이야기가 나와서 아 이젠 정말 읽어볼 때다 싶었다. 번역은 한유주 작가가 했다. 첫 페이지부터 재밌다.
+
원래도 책 사기 전에 작가 소개나 판권 페이지를 꼭 들춰보는데, 이젠 역자 프로필도 꼼꼼하게 본다. 당사자성이란 게 참 웃기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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